7월 28일 유례 없는 콘서트, 페스티벌의 실책과 극명 대비
‘우천으로 인해 “다니엘 시저”와 “앤마리”의 예정된 공연은 뮤지션의 요청으로 취소되었습니다.’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열린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의 허무한 마무리였다. 7월 28일 2일 차 공연, 비와 강풍이 몰아치는 스테이지에서 세 시간 이상을 기다린 팬들은 이 날 헤드라이너였던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앤 마리(Anne Marie)의 무대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에 분노를 표했다.
이미 지난 26일 출연 예정이던 미국 싱어송라이터 허(H.E.R)의 공연이 취소됐고 래퍼 빈지노의 출연 취소도 공지하지 않으며 잡음이 있었지만, ‘Best part’와 ‘2002’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아티스트인데다 긴 시간 대기 끝 공지를 접했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특히 앤 마리의 ‘2002’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가온차트의 디지털 차트와 다운로드 차트에서 팝 음악 최초로 1위에 오른 곡이다.
그러나 앤 마리는 곧바로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주최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나는 공연을 취소하지 않았다(I Did Not Cancel The Show)’며 운을 뗀 엔 마리는 트위터 영상에서 ‘나는 공연 취소를 요청하지 않았다. 주최 측에서 무대에 오르려면 관객석 (우천과 강풍)에서 사망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지라는 각서를 요구했다”라는 사실을 밝혔다. ‘뮤지션 요청’이라는 주최사의 주장과 다르다.
이어 앤 마리는 오후 11시 30분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내의 루빅 라운지에서 무료 콘서트를 예고했다. 250여 명 정도의 인원만 입장 가능한 공연이었으나 앤 마리는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인스타그램 ‘라이브’ 기능으로 공연을 생중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팬들은 페스티벌에서 보여주지 못한 종이비행기 이벤트로 앤 마리를 감동시켰다.
같은 날 홍대에서도 비슷한 공연이 펼쳐졌다. 호주 밴드 킹 기저드 앤 리저드 위저드(이하 킹 기저드)가 밴드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예고한 깜짝 쇼였다. 킹 기저드는 원래대로라면 7월 26일부터 28일로 예정된 2019 ‘지산 락 페스티벌’에 참가해야 했는데, 주최 측에서 공연 3일을 앞두고 페스티벌 전체를 취소해버렸다.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마친 킹 기저드는 한국으로 날아와 서울 홍대에 위치한 클럽 샤프에 자리를 잡았다. 넓은 스테이지 만원 관중 앞과 좁은 클럽 무대의 대비에도 밴드는 아랑곳 않고 클럽을 꽉 채운 팬들을 위해 정교하고 흥겨운 공연을 펼쳤다.
28일의 감동적인 두 게릴라 공연은 그 원인이 페스티벌 주최사의 실책에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의 경우 무대와 관객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주최 측이 오히려 그 책임을 아티스트에게 전가하는 무례함을 보였고 결국 두 명의 메인 가수 공연을 없애버렸다. 발표 초기부터 비싼 티켓 가격, 늦장 행정으로 말이 많았던 지산 락 페스티벌은 공연 3일을 앞두고 취소를 공지하는 촌극을 보였다.
결국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뮤지션과 팬들 뿐이었다. 앤 마리는 힘든 기상 상황에도 ‘2002’를 부르고 본인과 함께 하는 순간만 오매불망 기다린 팬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산 락 페스티벌의 유일한 해외 헤드라이너였던 킹 기저드 역시 팬들을 위해 고국 호주행 비행기 대신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사라진 ‘음악’을 소형 기습 콘서트에서 찾아야 했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