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리아나는 보류..
한 해의 마지막이 즐거울 수 있는 건 연말 결산이 있어서. 이건 뭔가 슬프다. 수많은 것들을 추려서 베스트 리스트를 뽑아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고되다. 사적 관계는 단 하나도 없고, 내가 지구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의 작품을 평가하는데 왜 양심의 가책은 생기는 건지. 그래도 해야 한다. 놓치지 않으려고, 내년에도 계속 들으려고. 윽.
올 해의 결산을 생각해보는 중인데 여러가지로 어렵다. 따라가기는 벅차고 그렇다고 놓치자니 시간이 아깝다. 작년 이맘때쯤엔 뭐 하나라도 더 던져놓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가고 싶은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훗날 다시 기억할 수 있는 저장의 개념이 짙다. 너가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아니 컴퓨터로만 음악을 들을 수 없었으니까. 나중에 시간 많고 하루종일 폰만 들고 이어폰만 꽃고 다닐 때 좀 챙겨서 들으란 말이야. 그래야 할 말이 있지. 언제까지 유년기의 추억으로 버티면서 살텐가.
이제 웬만한 해외 매체에는 결산이 올라오는 추세인데, 리스트 하나하나를 찾아보면 나의 공감 지점과 원래 사고 방식간의 차이가 생각보다 깊어 놀랄 때가 많다. 제한된 상황에서 나의 취향은 좀 더 마이너해졌고, 새로운 것에 갈망하며, 조금만 익숙해도 익숙하다보다는 거부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제일 찾아 들었던 건 로큰롤 이전 혹은 로큰롤의 태동기였고... 역사를 공부한다고 해서 역사 속 인물이 되살아나길 바라진 않는 것 처럼. 자유롭지 않은 환경이라서도 있을테고, 생계와 즐기는 것의 구분 확립기인가 싶기도 하다.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나가는 과정이 이번처럼 단순하고 할 일 없는 해는 처음이지만 어떻게든 치열해져보려한다. 사실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모르는 어리석음이 가장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