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어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밴드, 콜드플레이가 한국에 온다. 사실 이미 알고 있어서 감동의 크기는 작지만, 이름에서 오는 무게감에 쉽게 잊어버리기는 어렵다. 됐어, 안봐도 돼. 언제적 콜드플레이... 푸념하면서도 1분만에 매진된 좌석을 보며 절망하게 되는 우리다.
콜드플레이는 21세기를 관통한 밴드다. 새천년의 첫 발걸음을 어떻게 뗄지 몰라 고민하던 영국은 재기있는 < Parachutes >로 시름을 덜었고, 이 조그만 울림은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난 세상에서 < A Rush Of Blood To The Head >라는 거대한 공명으로 발현해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The Scientist'와 'In my place'의 쓸쓸함, 'Politik'의 연약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노래한 'Fix You'까지 빈틈없는 공감의 화폭. 결정타로 모두의 희망을 노래하게 된 (비록 표절이라지만) 'Viva la vida'까지. 2000년대는 콜드플레이의 세상이었고 2010년대 초 밴드의 전성기가 끝나갈 때 쯤에도 여전히 거대한 스케일로 승부할 수 있는 팀이다.
한 치 앞도 바라보기 어렵게 달려야 했던 새로운 세대가 이제는 쌓아놓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콜드플레이 정도면 메가톤급 밴드고 유명한 곡도 많지만 한국에서 그들의 명곡을 하나하나 다 읊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열광하는 이유는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동질감에서 온다. 벌써 이만큼이나 살았어. 벌써 이만큼이나 새천년이 지났어. 그리고 이만큼, 함께 기억하고 있어. 아름다운 콜드플레이의 무대만큼이나 아름다울 것은 그 수만 관중이 함께 느낄, 그 기분이다.
* 논산훈련소로 향하는 길, 단 하나의 노래 단 하나의 앨범이라도 더 들으려 몸부림을 치던 그 때 마지막으로 들은 앨범이 가장 최근작 < A Head Full Of Dreams >였다. 정신도 없고 뭐 기억이라도 나겠나 싶어서 그냥 우겨듣던 중 이었다. 케이티 페리의 대표곡을 비롯해 수많은 팝 히트곡을 만들어낸 스타게이트(Stargate)와 함께한 앨범은 그냥 팝 밴드로 변해버렸다는 혹평을 받던 중이었지만... 몇 시간 후 발가벗고 신체 검사를 받게 될 빡빡이에겐 그런 거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딱 한 곡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너무 좋아해 마다않는 스웨덴 가수 토베 로(Tove Lo)와 함께한 'Fun'.
이후 수많은 불침범과 경계 근무는 콜드플레이의 노래들로 채워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