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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Dec 04. 2016

너바나 < Nevermind >, 25년 후.

또 다른 얼터너티브 혁명을 위하여.

Nirvana - Lithium (Live At Reading 1993)


 너바나의 <Nevermind>가 25주년을 맞았다. 거의 모든 매체가 이 시대적인 순간을 다시금 조명했다. 시애틀 출신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킹 오브 팝’ 마이클 잭슨의 < Dangerous >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서 끌어내리면서, 주류 위주의 세계는 수많은 ‘대안’ 세력의 각축장으로 재편되었다. ‘얼터너티브’의 시대가 왔다.
 
 사실 얼터너티브라는 개념은 쉽게 인식되지만 쉽게 정의되지는 않는다. 얼터너티브 록 개념이 가장 익숙하지만 록은 물론이고 힙합, 메탈, 포크, 컨트리 모두가 그 앞에 얼터너티브라는 명칭을 더했다. 1970년대 펑크 록으로부터 계승받은 저항 정신, 주류를 대체하는 인디 레이블에서의 활동도 단편적인 모습이다. 그런지를 대표하는 단어는 참여가 아닌 극도의 우울과 절망, 외로움으로부터 나오는 동질감으로 이는 개인적 층위의 것이다. 너바나는 인디 레이블 서브 팝(Sub Pop)으로부터 출발하였으나 펄 잼은 시작부터 유서 깊은 에픽 레코즈(Epic Records) 소속이었다. 1980년대 하우스 음악으로 거대한 저항을 꿈꾸던 영국에서 분화된 트립합, 극도의 몽환과 사운드 실험으로 걸어 들어간 슈게이징처럼 음악 그 자체에 탐닉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니까 ‘대안’이라는 것은 완벽한 언더그라운드, 인디 정신에만 기초하지 않는다. 남성 위주 성차별적인 힙합 씬에 경고를 날린 로린 힐, 깊은 심연의 감정을 대체 불가한 페르소나로 진화시킨 피제이 하비, 컬트적인 토리 에이모스 등은 새 시대의 여성상을 열었다. 폭력인 갱스터 랩 시장에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는 평화로 맞섰고, 음악 천재 벡(Beck)은 뿌리 깊은 음악 마니아의 뮤직 콜라주를 보여줬다. 쏟아져 나오는 음악 홍수 속에 독창적이고 기발하며, 주류 시스템의 방식을 천편일률 답습하지 않는 독특한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얼터너티브를 정의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CD가 사장되고 디지털 시장이 일상화되며 각자의 손에 거대 미디어까지 쥐고 있는 2010년대의 변화만큼 대안 세력의 세포 분열도 더욱 심화된다. EDM과 힙합이 대세의 흐름을 쥐었고 주류 음악계를 점령했다. 이제는 천문학적 자본과 인기를 등에 업고 디지털 시장에 저항하는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도 투사의 호칭을 가질 수 있다. 아이패드와 맥북으로 모든 음악을 만들어내는 그라임스(Grimes)같은 방구석 아티스트는 DIY 정신에 더욱 목을 매며, 프랭크 오션처럼 모두의 예상을 깨버리는 폐쇄적인 저항을 선택하기도 한다. 찬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는 음악과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난 사회 참여적 활동으로 주목받으며, 록 시장은 다시금 언더그라운드에서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과 개러지, 1980년대 신스 팝을 갈고닦는다. 

 우리가 꿈꾸는 얼터너티브 혁명을 한 단어로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단어들 아래 놓인 ‘공감’의 규정은 어렴풋이나마 모두가 느낄 수 있다. <Nevermind>가 청춘을 대변하며 새 시대를 열어젖힌 데는 철저한 분석이나 거창한 의미의 부여, 심도 있는 음악 탐구 때문이 아니었다. 1980년대를 주름잡던 부드러운 소프트 록, R&B, 허세 가득한 헤비 메탈에 질렸던, 마냥 빛나는 MTV 속 스타들에 주눅 들었던 루저(Loser)들에겐 아무 의미 없는 말이라도, 거친 표현이라도 마음을 뚫어낼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했다. 1970년대 대처리즘에 반발했던 영국의 펑크가 ‘성난 분노’였다면, 1990년대 시애틀에서 일어난 펑크 록은 날 서린 ‘무기력한 분노’였다. 그리고 이는 밀레니엄의 기대를 깨고 인종, 지역, 종교, 국가, 성별 등 각종 갈등으로 피로에 찌든 2010년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Nevermind >가 < Dangerous >를 꺾은 그 순간처럼 명료한 장면은 다시없을지도 모른다. 그때가 언제일지, 어떤 아티스트가 영광의 순간에 이름을 남기게 될지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기대를 하게 된다. 역사의 흐름이 옮겨가는 것을 목도하고 싶다. 성난 청춘이 3코드 펑크 록에 열광했던 것처럼, ‘알비노, 모기, 성욕, 부정, 부정하기...’가 내포한 강력한 저항의 메시지를 해석하여 널리 전도했던 것처럼. 좀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전자음과 랩의 시대에 강력한 대안 세력의 반격을 꿈꾸게 된다.



11월 쯤인가 써놨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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