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 해의 해외 앨범 시리즈
메시지, 메시지, 오직 그가 전하고 싶던 마음. 안토니 앤 더 존슨스에서 아노니(ANOHNI)가 된 그의 의도는 명확하다. 우리의 세계 - 전쟁, 폭력, 고통, 환경 파괴가 일상이 된 - 를 잊어버리지 마. 우리의 이웃 - 무인 공격기 드론 폭격에 살과 피가 튀어 산산이 조각나버린 - 들을 잊어버리지 마. 우리의 친구들 - 자본주의에 잠식된, 모두 미국인이 되어버리려 하는 -을 잊어버리지 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잊어버리지 마.
이미 소울 넘치면서도 위풍당당한 목소리로 찬사를 끌어냈던 안토니 해거티는 새 이름을 달고 한층 더 비장해진 목소리로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묵직한 경고를 날린다. 드론 폭격을 빌려 게임처럼 변해버린 현대전의 참상을 고발하고 ('Drone Bomb me', 'Crisis'), 탐욕으로 파괴되는 지구를 목격하며 ('4 Degrees'), 궁극적으로 절망을 경험한다. 그가 느끼는 절망은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세상을 병들게 만드는', '거짓된 삶을 사는', 인류 전체가 경험해야 할 부끄러움과 반성으로 뻗어나간다. 간결한 전자음 반주 위를 지배하는 아노니의 보컬 앞에선 모두가 꼼짝할 수 없다. 목소리로 열어젖힌 묵시록이다.
익숙해져 실천할 수 없다며,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며, 너무 거창한 주제라 건드릴 수 없다는 이유로 우리는 많은 것들에 무관심하며 산다. 그러니까 몇 분이라도, 몇 초라도 읽어보자는 것이다. 들어보자는 것이다. 성전환을 통해 그 자신이 혁신의 주체가 된 아노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를 통해 세상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역사는 '깨어있는 자들'의 울림으로 계속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