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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Dec 03. 2016

마지막조차도 예술

2016 올 해의 해외 앨범 시리즈

Leonard Cohen < You Want It Darker >


으레 평론가들은 거장의 유작을 올 해의 명단에 포함시키곤 한다. 전관예우, 공로 치하, 기타 등등, 붙일거리는 많다. 그 식상한 범주에 레너드 코헨의 마지막 작품은 없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음유시인은 떠나는 길에서조차 과거의 유산으로 남기를 거부했다. 


아들 아담 코헨을 지휘자로,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그의 저택을 스튜디오로 개조하여 녹음된 < You Want It Darker >는 삶의 마지막을 내다보는 80대 노인에겐 가혹한 작품이었다. 단 한 번 앨범 작업에 참여하지 못했고, 스튜디오에도 갈 수 없이 저택에서 목소리 하나하나만을 남겼다. 거장은 가십보다 작품으로 말하길 원했다. 삶의 마지막에 선 인간의 나지막한 고백을 눌러 담으며 담담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삶의 기록을 어두운 안개처럼 서서히 덮어 기록해나간다. 마지막을 인정하고 ('You want it darker'), 작별을 준비하면서도 ('Leaving the table') 절절한 사랑 노래를 부른다 ('If I didin't have your love'). 컨트리 피들, 오르간, 라틴 풍 어쿠스틱 트랙, 옅은 신스 반주 등, 그를 대표하는 반주 위에 그를 대표하는 목소리, 그리고 최후의 한 방, 그의 가사가 수놓아진다. 


앨범은 심연으로 걸어 들어가는 위대한 가객의 여행길과 같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한 위인의 마지막 노래를 듣고 있다. 보위의 < Blackstar >가 죽음조차 속여버리는 엔터테이너의 담대함으로 빛난다면, 코헨의 < You Want It Darker >는 죽음 앞에서 의연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담담함으로 빛난다. 거장은 마지막 메시지조차도 예술이 된다.


Leonard Cohen - Traveling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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