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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Feb 12. 2020

2010년대 케이팝을 기억하다

[2020.02 빌보드 코리아 기고] 결정적 순간, 가수, 노래.


빌보드 코리아 2호에서 기획한 2010년대 케이팝을 정리하는 특집에 필자로 참여했다. 기억에 남는 케이팝 모멘트 3가지, 기억에 남는 케이팝 가수 5팀, 케이팝 명곡 5곡을 선곡하여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였다. 


2010년대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팝 모멘트 3가지

‘노동요’가 된 2010년대 초반 아이돌 열풍



2010년대 초 가요계엔 일일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아이돌 팀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강력한 일렉트로닉과 신디사이저 댄스 팝 위 확실한 ‘후크’로 무장해 인기와 중독을 모두 챙겼다. 바야흐로 아이돌 천하였고,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졌다. 1990년대 말 시작된 거대 기획사들의 아이돌 기획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던 시기. 때마침 불어온 한류 열풍을 타고 동남아시아로, 남아메리카로, 유럽으로 향하며 케이팝의 이름을 알렸다. 비록 지금은 유튜브에서 ‘추억의 노동요’로 소비되지만. 


프로듀스 101의 등장, 정점, 그리고 몰락



101명의 연습생들이 거대한 삼각형 무대 위 ‘Pick me’를 추는 장면은 거대한 충격이었다. <프로듀스101>의 성공은 케이팝 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했다. ‘국민 프로듀서’들이 직접 선택한 연습생들이 11명의 그룹으로 모여, 기획사 아닌 방송사 엠넷의 주도 하에 어마어마한 인기를 거머쥐었다. 케이팝 연습생들은 ‘프로듀스 출신’과 ‘비 프로듀스 출신’으로 구분되고, 그들이 2016년 이후의 아이돌 그룹의 주도적인 멤버들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국민 프로듀서’들의 손이 아니라 제작진들의 손에서 주도됐다. 미디어 그룹은 신뢰와 규칙을 어기며 음악 시장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점령, 블랙핑크, 슈퍼엠.



한국 가수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거머쥐다니. 꿈만 같던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온 팀은 방탄소년단이었다. 뉴미디어의 발전, 글로벌 팬덤의 형성, 탄탄한 서사와 훌륭한 퀄리티의 노래가 삼위일체를 이루며 그들 자신도 상상치 못한 기적을 불러왔다. 글로벌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은 이미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다. 이 열풍을 블랙핑크와 슈퍼엠이 이어간다. 한국의 문법으로 쓰여진 케이팝이 새로운 세계의 언어로 자리하고 있다. 


2010년대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팝 가수 5팀


에프엑스

에프엑스로 인해 케이팝은 대중가요를 넘어 혁신적인 서브 컬쳐의 칭호를 획득했다. 그들의 창의성은 무한히 발산하는 미지의 함수 그래프와 같았다. 


아이유



한국의 모든 오빠들을 팬으로 만든 ‘좋은 날’에 머무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유는 조용히, 꾸준하게 성장했다. 현재 그는 아이돌 솔로 스타를 넘어 가장 성공적인 2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옛 가요를 부르며 세대를 잇다가도 현 세대의 불안과 고민을 끌어안는 존재. 아이유는 대체 불가능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



‘퍼포먼스형 아이돌’의 끝판 대장. ‘좋은 날’로 시작된 뮤지컬 케이팝의 완성 모델을 만들었다. 멤버들의 솔로 활동도 훌륭했다. 


엑소


‘위 아 원’. 아이돌 산업 최정점에 위치한, 2010년대 초 케이팝을 대표하는 팀. 


방탄소년단



케이팝의 최대 성과. 3대 기획사도,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던 팀이 이제 케이팝을 상징하는 팀이 됐다. 탄탄히 준비된 기적. 



2010년대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팝 노래 5곡


가인 ‘피어나’



젠더 권력을 뒤집는 통쾌한 섹슈얼리티. 숨겨지고 거부당하던 여성의 언어를 케이팝 전면에 끌고 왔다. 


샤이니 ‘Sherlock’



완벽한 팝과 치밀하게 구성된 퍼포먼스. 하나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케이팝의 정교화를 이끈 미지의 탐정. 


에프엑스 ‘제트별’ 



'이제 넌 무시무시한 내 최면에 걸렸어 낚였어 로보트가 됐어'. 그리고 모두가 에프엑스에 홀렸다.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진출을 이끈 곡. 그들의 피, 땀, 눈물이 전 세계를 환호케 한다. 


이달의 소녀 ‘Butterfly’



한국의 언어를 넘어 세계의 언어로.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로 ‘Butterfly’는 ‘포스트 케이팝’의 모습을 예고했다.  


* 2020.02 빌보드 코리아 2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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