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스타일'과 케이팝의 표준 양식
방탄소년단이 집약한 '영혼의 지도'는 데뷔 이후 일곱 멤버들이 밟아온 지난 7년 간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한다. 지난해 초 선보인 < MAP OF THE SOUL : PERSONA >의 다섯 트랙이 국제 시장을 호령하는 월드 스타의 기쁨과 설렘을 집약한 후, 그 누구도 걷지 못했던 길을 개척하는 고독과 두려움을 'Interlude : shadow' 이하의 곡들이 어두운 장을 들춰 보인다.
빛과 그림자를 대비한 후 굳은 의지로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 서사는 앞서 < Love Yourself > 시리즈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 Map OF THE SOUL : 7 >이 새로운 건 역설적으로 이 앨범의 설계가 과거를 기반으로 하는 덕이다.
앨범은 2013년 데뷔 초 '학교 시리즈' 방탄소년단의 도면 위 그룹의 지난날과 다가올 앞날을 동시에 쌓아 올려 전시한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가 '상남자'를 계승한다면 'On'은 'N.O'에 해당하고, 앨범을 닫는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은 연습생 시절부터 만들어온 'We are bulletproof' 시리즈의 마무리다. < 2 Cool 4 Skool >의 인트로를 샘플링해 만든 제이홉의 솔로 'Outro : ego'는 순환의 결정적인 증거.
그룹의 회고는 '00:00 (Zero o'clock)'에서 보컬 라인이 건네는 위로의 메시지 차원과 RM과 슈가의 듀엣 'Respect'의 복고적인 스크래칭과 랩 사운드 차원으로 나눠진다. 전자에선 보컬 멤버들의 솔로곡 'Moon', '시차', 'Inner child'와 지민과 뷔의 '친구' 등 이지 리스닝 팝이 주를 이루고, 후자의 랩 파트는 'Black swan'의 절박함과 '욱 (Ugh!)'의 반항, 'Outro : ego'의 에너지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춘다.
이 구성이 방탄소년단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개인적인 차원은 물론 케이팝 보이그룹의 역사를 요약하여 압축하는 서사의 차원으로도 들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거대 팬덤과 함께 규모를 확장해온 그룹의 팬송 < MAP OF THE SOUL : PERSONA > 시리즈부터 서태지의 '교실이데아'와 H.O.T '아이야!'의 적자임을 증명하는'욱(Ugh!)',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숙해가는 '시차'의 메시지와 멤버 간의 우정과 화합을 노래하는 '친구'까지 여러 부분에서 방탄소년단은 자신을 정립하며 동시에 케이팝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젊은 팝스타 트로이 시반과 함께한 'Louder than bombs'와 시아(Sia)가 참여해 '케이팝에 없던 거대한 것'을 만들고자 한 'On'은 의외로 앨범에서 겉돈다. 이는 세계가 그들을 사랑하게 된 서사의 바탕이 UN 연설처럼 철저히 멤버들의 개인적 경험과 케이팝 특유의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한 로컬의 경험인 덕이다. 라틴 리듬의 어쿠스틱 팝으로 꾸린 지민의 솔로곡 'Filter'처럼 좋은 결과물도 있지만, 'On'만큼은 시아 없이 방탄소년단만의 목소리로 꾸린 버전이 더 어울린다.
케이팝 그 이상을 넘어 전진하고자 하는 방탄소년단에게 < MAP OF THE SOUL : 7 >은 새로운 2020년대의 모습을 위해 필수불가결적이었던 정체성 확립과 정리의 작품이다. 팝스타들과의 단순 콜라보레이션을 넘어 세계에 충격을 안기고 국제 규격에 연착륙하는 것이 그들의 향후 과제임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적어도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음을 증명하며 '방탄 스타일'은 물론 케이팝의 표준 양식을 제시한다.
BTS가 세계의 아성에 도전하는 동안, 수많은 케이팝 산업의 관계자들과 그룹들은 우선 이 기념비적인 앨범을 수없이 참고하고 뛰어넘어야 그 다음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