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향하기 전, 나를 마주하는 세정이다.
세정은 나보다 남을 향했다. 대중은 < 프로듀스 101 >의 무한 경쟁 속, 긍정적이고 털털한 자세로 자신보다 타 연습생들을 위로하고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큰 절을 올리는 세정의 이타적인 매력을 사랑했다. 첫 솔로 싱글 ‘꽃길’ 역시 나를 믿고 사랑해준 ‘누군가’를 위해 노래한 곡이었다. 그랬던 그가 ‘나는 초록을 담은 / 작은 화분 하나가 필요해’라 차분히 앨범의 막을 올리는 모습은 새롭다. 남을 향하기 전, 나를 마주하는 세정이다.
선우정아가 곡을 만들고 바버레츠 안신애와 함께 노랫말을 쓴 ‘화분’은 정갈하다. 미니멀한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 위 세정은 ‘초록을 닮은’ 싱그러움과 ‘사람들이 모르는 그늘진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목소리를 꾸밈없이 전달한다. 감정 과잉, 근거 없는 긍정의 발라드 곡이 피로를 유발하는 요즘 시대에 나 자신을 보듬으며 타인을 품어내는, 오히려 ‘덜어내기’에 가까운 깨끗한 곡이 반갑다.
‘화분’ 아래 이어지는 수록곡들도 일관된 테마 아래 솔로 세정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꽃길’을 닮은 발라드 ‘오늘은 괜찮아’는 아이유의 ‘Love poem’처럼 어둡고 무력한 길을 걷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곡이다. 첫 후렴부를 팔세토 처리하며 여린 감성을 전달하고 마지막 후렴부를 무리 없이 강하게 소화하는 세정의 역량도 돋보인다. 태연의 솔로 커리어가 겹쳐가는, 밝은 톤의 모던 록 ‘Skyline’과 그루비한 ‘오리발’으로 단조로움을 피하고 새로운 면모를 더하는 구성도 좋다. 곡 작업에 적극 참여했기에 감각적인 이 두 곡은 물론 애절한 ‘꿈속에서 널’까지 준수한 가창을 보여주는 것도 덤.
2016년 ‘꽃길’과 2018년 구구단 활동 이후 1년 남짓한 공백기 동안 고민이 많았을 터다. < 화분 >은 급하게 첫 발걸음을 내딛는 대신,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걸어 나가는 길이다. 작은 방 안의 화분을 가꾸듯 천천히 자신을 어루만지며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닿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화려한 밖을 향해 꿋꿋이 웃음 짓던 세정은 이제 시선을 안으로 돌리며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이미,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