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시절 신호탄
폴 아웃 보이는 썩 멋지지 않았다. 짙은 아이라인에 세상 다 망할 듯 인상을 쓰던 새천년 펑크 친구들과 비하면 이 일리노이 출신 4인조는 그냥 그런 애들이었다. 안 튈 것 같고,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 지금은 거의 이 시대 마지막 간지 록 스타지만 데뷔 때만 해도 이상한 빵모자에 안경을 쓴 퉁퉁이 보컬 패트릭 스텀프와 나머지 펑크 로커들은 당장 눈길을 뺐을 정도로 정 가는 조합은 아니었다.
보기는 그랬어도 노래는 당시 어떤 밴드들보다 앞서갔다. 지나치게 감상에 젖어서 '세상 망해라'며 허우적거리지도 않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앞으로만 뛰어나가는 실수를 범하지도 않았다. 현실적 범주 내의 주제로 모두가 즐길 만한 예쁜 멜로디를 담았다. 모든 소녀들을 춤추게 하겠다는 당찬 포부의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가 어두컴컴한 개러지 댄스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단순하게 치고 나가는 'Dance, dance'는 또 다른 층위의 신나는 경험이었다. 혜성같이 메이저 데뷔를 일궈낸 < From Under The Cork Tree >의 훌륭한 넘버 투 트랙. 그럼 넘버 원은? 다음에 얘기하기로.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쉬지 않는 드럼 비트 위에 긴장감 있는 베이스라인이 깔리면서 댄스 종용의 선동이 나지막이 속삭여진다. 규칙적으로 춤추기 좋은 록 리듬 위에 폭발하는 브릿지와 짧은 기타 솔로 등으로 약간의 변용도 들어가서 지루함을 없애준다. 영락없는 고등학교 댄스파티를 배경으로 삼은 촌스러운 뮤직비디오는 그 시절 귀여웠던 틴에이저저 정서를 보여준다.
바로 이 규칙, 안정성이 전혀 상반되는 개념의 자유로움, 예측 불가의 가능성을 폴 아웃 보이에게 선사했다. 이후 그들은 < Infinity On Hight >에서 펑크, 알앤비 등 블랙 뮤직을 대거 끌어오며 단조로운 펑크 록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후 퍼렐 윌리엄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 Folie A Deux > 후에 갑자기 베스트 앨범을 내면서 얘네도 한철이구나 싶었는데.... < Save Rock And Roll >이라는 거창한 구호의 앨범이 주류 차트에서 선전하더니 말라붙은 록 시장에 한 줄기 희망이 되었다.
이 시대 밴드들은 솔직함을 꺼렸다. 마음의 상처, 성장의 고통, 무기력한 사회 속에서도 뛰어놀고, 즐길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 중간 자리의 그냥 친구들과 록 마니아들은 춤을 추진 않아도 춤을 추고 싶은 친구들의 욕구는 알았다. 모두가 'Dance dance'의 묵직한 가벼움에 빠졌다. 그리고 곧 모두가 폴 아웃 보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