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뮤직, 플레이리스트, 스트리밍 서비스의 현재와 미래
‘국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유튜브가 음악 시장을 넘본다. 지난 12일 구글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저작권 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서 음악에 특화된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도입을 천명한 것.
현재 유튜브 뮤직은 8,690원에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포함된 서비스로 유튜브 뮤직 광고 삭제, 화면 꺼진 상태에서의 백그라운드 재생, 오디오 전용 재생을 추가로 지원한다.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서비스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지 않고도 유튜브의 음악 콘텐츠만을 구독할 수 있게 된다.
유튜브 프리미엄만 국내 서비스했던 구글이 음저협과 계약을 맺으며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 출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미 국내 PC, 모바일 사용자 중 93.7%가 유튜브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2020년 인터넷 이용자 조사’, 나스미디어)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도 증가 추세인 데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국내 인원 비율 역시 50%를 넘어섰기에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 이번 계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0년의 우리는 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걸까.
자동 추천된 ‘플레이리스트’ 들이 첫 화면에 펼쳐진다. 유튜브의 수많은 음악 크리에이터, DJ 아닌 DJ들의 작품이다. 특정 분위기와 테마 아래 선곡된 5곡 ~10곡 정도의 노래, ‘분위기에 취할 세련된 도시 감성’, ‘거울 앞, 세상 치명적인 척해본 적 있나요??’ 같은 친근한 제목, 화려한 애니메이션과 감각적인 영상을 더하면 온라인 시대의 음악감상실, 다방, 라디오 부스가 완성된다.
유튜브에는 이런 '개인 방송국'이 셀 수 없이 많다. 거의 80만 명이 구독하는 '때껄룩' 채널은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코지팝'과 '옐로우 믹스테입' 같은 채널 등도 적게는 몇 만부터 많게는 수백만 조회수의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한다. 놀랍게도 이들이 음악과 영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0원. 음원을 재생하면 자동으로 영상에 광고를 붙어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전달된다.
왜 수익 없는 재생 목록을 짜는 걸까. 그것은 이 플레이리스트가 단순히 음악을 모아놓는 재생 목록의 기능 이상을 제공하는 덕이다. 유려한 말솜씨, 능수능란한 곡 변경, 해박한 음악 지식으로 긴 시간을 끌어나가야 했던 과거 선배들과 달리, 현 세대 유튜브의 DJ들은 플레이리스트만 잘 만들면 된다. 그 후 이 재생 목록은 음악을 들으러 찾아온 수 천 ~ 수 만의 익명 방문자들의 자유게시판, 사연 신청란, 실시간 채팅장으로 변한다.
짧은 유머부터 한 편의 단편소설까지 각양각색 사연을 읽는 재미에 ‘음악 들으러 와서 댓글 읽다 간다’는 댓글의 이유를 알 것 같다. ‘ㅁㅁㅁ님은 베를린, 나에게 치명적인 독일 수도’, ‘음악 듣다 고데기가 캐스터네츠가 됐다’ 같은 ‘주접 문화’가 유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댓글에는 수백부터 수만에 이르는 '좋아요'가 달리고 수천 개의 작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흔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의 차이를 ‘음악과 영상’ 정도로 생각하지만 핵심은 '취향'과 ‘공간’ 개념에 있다.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팬이라 해도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은 짧다. 정교한 개인 추천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악 소개로 빠져나갈 틈이 없는 스포티파이(Spotify) 정도가 예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매거진, 라디오 등 자체 생산 콘텐츠를 만들어보지만 소비자들은 ‘음악 검색 및 재생’의 기능만 있어도 만족한다.
반면 유튜브에서 음악을 찾는 행위는 기본적인 감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조금의 수고만 거치면 내 취향과 상황에 맞는 수백수천 개의 플레이리스트를 손에 쥘 수 있는데, 짧게는 몇십 분부터 길게는 한 시간에 달하는 이 재생목록의 곡 하나하나를 모두 진지하게 듣고 느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마음에 드는 몇 곡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검색해서 저장해두면 된다. 나의 취향을 확장하고 넓혀나가는 ‘검색’의 의미가 첫째고, 댓글창에 들어가 누군가가 올려놓은 재치 있는 문구에 웃음 짓고 불특정 다수와 이야기하는 ‘소통’이 두 번째다. 숱한 개인들이 생산하는 음악 취향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행위다.
과거 싸이월드 서비스가 유행했을 때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이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도 그 노래들이 ‘싸이월드 인기 BGM’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아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주 콘텐츠는 음악이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검색과 소통, 공감 등 소비 대신 발화에 목적이 있는 공간이다. 그중 독특하고 꾸준하게 발화를 이어가는 이들이 크리에이터가 된다.
그래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들의 제목은 흔한 표현처럼 ‘음악적이지’ 않아도 된다. ‘~할 때 듣는 노래’, ‘~의 추천곡’처럼 딱딱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 제목과 다르다. '애는 착한데 마음에 안 들어', ‘너의 말엔 아무 감정이 없는 걸 아는데도’처럼 감성적인 무드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인싸 되는 팝송 모음’, ‘갬성(‘감성’을 뜻하는 은어) 죽이는 띵곡(‘명곡’을 뜻하는 은어)’ 및 비속어도 자유롭게 사용한다. 가벼운 소비층, 젊은 소비층에게 훨씬 친근하다.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팬들에겐 유튜브 뮤직이 불편하다. 개인 설정 가능한 이퀄라이저가 없고 고음질 음원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가사 제공 기능도 허술한 것이 대다수고 공식 음원과 비공식 음원의 경계도 흐릿해 원하는 노래를 찾았는데 엉뚱한 곡이 나오기도 한다. 개인 추천 기능도 선명하지 않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개의치 않는다. 별도 앱 설치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 공짜인데 음악도 듣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좋다. 아티스트들도 자신의 이름과 음악을 무료로 홍보해주니 좋고 저작권에 의해 수익도 발생하니 막을 이유가 없다.
시대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음악 시장에서의 비중 또한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이 된다. 이런 위기감에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최근 앞다투어 변화를 시도한다. 네이버 바이브는 비례 배분제의 기존 음원 수익 정산 제도를 변경해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수익을 안기겠다 선언했고 플로(FLO)는 ‘취향 Mix’ 기능을 도입해 개인화 서비스에 힘을 실었다. 가장 높은 점유율의 멜론은 한 때 한국 음악의 척도처럼 여겨졌던 실시간 차트를 전면 폐지하겠노라 선언했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상황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별식, 간식 같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인기가 높으나 아직까지 일상 속에서 제약 없이 편하게 음악을 들을 땐 하루 세끼 식사를 하듯 스트리밍 서비스를 택한다. 화면이 꺼져도 음악이 재생되고 간단한 동작만으로 다음 곡을 고르는 당연한 기능이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에서는 유료다.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고 ‘스포티파이, 유튜브 따라가기’를 지향한다 해도 자유로운 무료 '취향의 바다'를 뛰어넘긴 어렵다. 플랫폼 태생의 한계다. 라이브러리, 아카이브, 좋은 음질, 직관적인 서비스 등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유튜브에는 없는 깊이와 일상성의 빈 틈을 채워주는 것, 그것이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시대의 ‘취향 공간 범람’ 속 흔들리지 않는 ‘그 자체로의 소비’로 맞설 수 있는 길이다.
물론 유튜브가 그 공백마저 채우는 데 성공한다면 훗날 2020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스트리밍으로, 스트리밍에서 영상으로 이어지는 음악 감상의 세대교체 기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때의 음악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과는 사뭇 다른 개념으로 생산되고 소비될지도 모른다. LP와 CD를 구입하는 것이 오래된 행위처럼 느껴지듯, '보고 듣는' 시대에 '그저 듣는' 행위가 신기하게 여겨져도 이상한 일은 아닐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