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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May 25. 2020

dosii(도시) '반향'

잔잔히 스며들어 오래 울린다.


고층 빌딩의 숲 아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환히 빛나는 텁텁하고도 차가운 밤. 프로듀서 최종혁과 프런트우먼 전지혜의 2인조 밴드 dosii는 그 자욱한 어둠 속,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아련하고 쓸쓸한 ‘lovememore.’와 첫 정규 앨범 [dosii]로 분주한 일상,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과 고독을 위로한 그들의 시선이 이제 현재 너머 과거를 향한다.


[반향]은 리메이크 앨범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잊히지 않을 명곡 5개를 골라 다시 불렀다. 젊은 세대에게 그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샴푸의 요정’과 ‘연극이 끝난 후’, 제목은 생소하더라도 멜로디를 접하면 대번에 알아챌 ‘꿈에’, ‘추억 속의 그대’, ‘더 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 마’가 노스탤지어의 세계를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시티팝의 유행’으로 음악 팬들 사이에서 옛 노래 중 명곡을 찾는 디깅(Digging)이 익숙해진 현실에서 dosii의 다시 부르기는 일련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다르다. 낯익을뿐더러 많은 이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곡들임에도 독특한 시선이 빛난다. [반향]은 으레 ‘시티팝’이라는 이름 아래 묶이는 ‘낭만, 여유, 호황’ 등의 고정관념과 거리를 두고, 원곡의 아우라를 마냥 쫓기보다 그룹 고유의 쓸쓸한 감정선을 새겨가며 ‘겪어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헌사를 바치는 작품이다. 


몽환적인 무드의 신스 팝으로 재해석한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과 조덕배의 원곡을 처연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로 뒷받침한 ‘꿈에’의 상반된 매력은 원곡의 의도를 차분히 관찰하여 팀의 색을 더한 결과다. 하수빈의 데뷔 앨범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더 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 마’에선 전지혜의 목소리에 보컬 이펙트를 가미해 성숙하고도 쓸쓸한 도상을 추가한다. 윤상이 작곡한 황치훈의 대표곡 ‘추억 속의 그대’, 1980년 대학가요제 은상에 빛나는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 역시 dosii만의 감성으로 도심 속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새로이 다가온다.


언뜻 쉬워 보일 수 있으나 리메이크는 어려운 과제다. ‘시티팝 유행’으로 옛 가요가 다시 주목받고, 수많은 다시 부르기가 이루어지는 현재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dosii의 [반향]은 도심 속 셀 수 없는 화려한 불빛들 중에서도 단연 반짝이는 작품이다. 현세대가 왜 과거를 찾아 열광하는지, 그리고 그 레트로의 흐름이 어떻게 다시 부딪쳐 우리에게로 돌아와 다시금 빈 감정을 채우는지를 다시 부르기의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잔잔히 스며들어 오래 울린다. 


김도헌(대중음악평론가, 웹진 IZ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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