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헌 Dec 31. 2020

파편화된 가요 소비층,
국민 가요의 몰락?

[2020년 음악 결산] (1) '히트곡', '대중성'에 대한 새 접근



2020 가요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국민가요 몰락이다최근    꾸준히 징조를 보여왔던 흐름이 올해 정점을 찍었다오랜 시간 히트곡은 ‘남녀노소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따라 부를  있는 가요 지칭하는 말이었지만올해 인기를  곡들  위의 개념을 충족하는 노래는 손가락에 꼽기 힘들 정도로 적었다파편화된 취향의 시대팬덤의 시대에서 음악을 대하는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29일 발표한 ‘2020년 올해를 빛낸 가수와 가요’ 통계는 ‘국민가요’의 몰락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지표다. ‘2020년을 빛낸 가수’ 응답 결과 30대 이하는 방탄소년단, 아이유, 블랙핑크, 트와이스, 지코, 레드벨벳 등을 꼽은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임영웅, 영탁, 나훈아, 장윤정, 진성의 이름이 올랐다. 두 응답 중 겹치는 인물은 임영웅과 영탁뿐이다. 


‘2020년 올해의 가요’ 조사 결과서도 차이는 극명하다. 30대 이하는 방탄소년단의 ‘Dynamite’, 아이유의 ‘에잇’, 화사의 ‘마리아’ 등을 언급한 반면, 40대 이상은 영탁의 ‘막걸리 한잔’, 임영웅의 ‘이젠 나만 믿어요’, 나훈아의 ‘테스형!’ 등을 선정했다. TV조선의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출신 임영웅과 영탁이 30대 이하에 이름을 올린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Dynamite’ 조차 10위권 내 들지 못했다. 


2020년의 히트곡은 대중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가 아니라 특정 아티스트, 특정 그룹을 지지하는 팬층에 의해 탄생했다. 수많은 취향의 각축장 속 집단의 규모, 미디어의 지지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해 얼마나 많은 불특정 다수를 설득하느냐가 인기곡의 지위를 결정지었다. 그룹과 동시 성장하며 강력한 공동체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A.R.M.Y),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연진에 아이돌 팬덤의 구매 및 스트리밍 지지 방식을 더하며 괄목할만한 소비를 보여준 중장년층 ‘트로트 팬덤’이 준거 집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지형도에서 소비층은 겹치지 않는다. 20대 층에서 아이유의 ‘에잇’이나 화사의 ‘마리아’, 지코의 ‘아무노래’ 같은 경우 팬덤보다는 대중 소비라는 인식이 있음에도 40대 이상의 가요 리스트에 한 곡도 들어있지 않다. 40대 이상이 즐겨 듣는 트로트 정도가 미디어의 지속적인 홍보와 대중 노출을 통해 20대 층에서 일정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나 그 역시 다수라 보기는 어렵다. 임영웅의 ‘이젠 나만 믿어요’, 영탁의 ‘찐이야’ 같은 곡들이 20대를 주 사용층으로 두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차트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일례로 <미스터트롯>의 스타 김호중은 정규앨범 <우리家>와 미니앨범 <THE CLASSIC ALBUM>으로 올해 앨범 판매량 총 100만 장 이상을 넘기며 밀리언셀러에 등극했으나 30대 이하에서 그의 노래를 꼽는 이들은 드물다. 케이팝 걸그룹 최초로 120만 장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밀리언셀러에 오른 블랙핑크 역시 올해 국내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으나 ‘범대중적인’ 히트는 아니다. ‘올해의 가요’ 연령별에서 40대 4위를 차지한 ‘Dynamite’가 그나마 세대를 아울렀다고 할 수 있는 곡이다.



또 하나의 준거 집단은 미디어다. 연말 엠넷 <쇼미더머니9>와 같은 경연 프로그램 삽입곡, SBS <낭만닥터 김사부2>, tvN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드라마 OST 곡들이 한 해 동안 음원 차트에서 선전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기획된 유재석의 트로트 콘셉트 ‘유산슬’, 1990년대 가요 콘셉트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와 여성 가수들의 프로젝트 ‘환불원정대’ 역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 현상 역시 드라마 OST를 제외하면 프로그램 소비층이 달라 모두가 아는 히트곡을 배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가요의 실종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위주의 음악 청취 습관, 유튜브 채널의 음악 산업 영향력과 음원 차트 개편 등 다양한 요소가 대중을 크고 작은 팬덤으로 해체해왔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해 사라진 무대, 개인화된 청취 습관 역시 음악계로 하여금 ‘보편적 히트’보다 '충성스러운 고객층’ 모집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다. 음원 차트와 판매량은 특정 아티스트와 그를 지지하는 집단, 미디어의 영향력을 전시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이 알 만한 곡’, ‘유명한 곡’ 같은 수식어도 재고할 때가 된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 기억에 남는 팝 앨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