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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Dec 27. 2020

2020 기억에 남는 팝 앨범

20장 순서 무관







Sault <Untitled (Black Is)>


Sault - Untitled (Black Is) (2020 · Full Album)


앤더슨 팩의 'Lockdown'이 2020 BLM의 송가라면 수(Sault)의 이 작품은 2020 BLM의 정중앙을 관통하는 한 편의 뮤직 다큐멘터리입니다. 급진적인 챈트(Chant) 아래로 빗발치는 총탄, 불타는 거리, 적막한 거리의 절규가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영혼과 육신의 고향 아프리카로부터 하이라이프, 후지(Fuji), 요루바, 재즈, 소울, 펑크(Funk)의 아프로비트 리듬이 앨범 전체를 밀도 있게 채우고, 축제의 한바탕 속에서 대륙의 국가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블랙 커뮤니티에게 영적인 힘을 불어넣습니다.


리틀 심즈(Little Simz)의 <Grey Area> 프로듀서 인플로가 주축을 이룬 수(Sault)는 영국의 뮤직 그룹입니다. <Untitled (Rise)>와 연작으로 발표된 이 작품은 단 한 시도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냉정한 분노, 응축된 설움, 핍박 아래의 눈물이 가스펠과 소울, 아프리카의 리듬으로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블랙의 정체성을 묻고 블랙을 고양하며 블랙을 어루만지는 현대의 성스러운 부족 의식입니다. 완성도로 보나 상징성으로 보나 올해의 작품입니다. 한 해를 기억하는 데 있어 절대 제외할 수 없는, 명확한 기록물입니다. 


Taylor Swift
<folklore> <evermore>


Taylor Swift - cardigan (Official Music Video)
taylor swift - willow (official music video)


이견 없는 2020년의 인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앨범이 올해 최고의 앨범'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너무 길어져 별도의 문서로 분리했습니다. 



Burna Boy <Twice as Hell>


Burna Boy - Way Too Big [Official Music Video]


<African Giant>로 아프리카 힙합의 주류 진출을 선언한 바 있는 버나 보이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앨범 커버처럼 주류 음악 문법에 거대한 한 발을 더 내디뎠습니다. 미국이 레게톤 아티스트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면 영국은 아프리카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세네갈의 레전드 유수 은두르(Youssou N'Dour)부터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 그라임 신의 대장 스톰지(Stormzy)와 레트로 스타 너티 바이 네이처(Naughty By Nature)까지 우군도 든든합니다. 2020년 케이팝, 레게톤, 아프리칸은 주류 문화에 이식된 3대 얼터너티브입니다. 


Fiona Apple <Fetch the Bolt Cutters>


Fiona Apple - Shameika (Process Video)


<Extraordinary Machine>이나 <Tidal>보다 좋은 작품이라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피오나 애플이 지난 20년 간 자신을 수식해왔던 수많은 단어들 - 마녀, 미치광이, 우울한, 고통스러운 - 을 찢어놓으며 내면의 울림을 정제되지 않은 거친 소리로 만들어냈다는 데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 개인의 극복 및 치유 서사일 뿐 아니라 대물림 된 편견과 차별에 둔감해진 모든 이들을 선동하는 저항의 작품이기도 하죠. 거친 발구르기와 규칙 없는 두들기기로부터 출발해 다른 여성들과 목소리를 맞춰나가는 모습에서는 성숙과 연대의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2020년의 여성은 이렇게 강합니다. 


Bad Bunny <YHLQMDLG>


Yo Perreo Sola - Bad Bunny ( Video Oficial )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아티스트의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앨범입니다. 레게톤 장르의 <Bohemian Rhapsody>처럼 고평가 받을 작품입니다. 올 한 해 이만큼 짜릿하고 화려하며, 깊고도 새로운 앨범은 없었습니다. 


Busta Rhymes
<Extinction Level Event 2: The Wrath of God>


Busta Rhymes, M.O.P. - Czar (Official Video)


버스타 라임스의 이름에 더 기대를 거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의 즐거움과 깊은 음악으로 빛나는 작품에 깜짝 놀랐습니다. 피트 록과 큐 팁부터 앤더슨 팩, 켄드릭 라마부터 머라이어 캐리까지 베테랑 래퍼의 건재를 알리기 위해 모인 올스타 라인업이 듣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Bob Dylan <Rough and Rowdy Ways>


Bob Dylan - Key West (Philosopher Pirate) (Official Audio)


밥 딜런은 21세기에도 훌륭한 작품을 여럿 발표했습니다. <Modern Times>도 있었고 <Tempest>도 있었죠. 그러나 그 앨범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반응이 미덥잖았던지, 79세의 거장은 <Rough and Rowdy Ways>를 통해 보다 직설적인 용어로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성큼 다가온 코로나 19의 공포와 죽음의 테마 아래 생과 사의 문제가 유려한 로커빌리와 블루스로 이어집니다. 


<Love and Theft>에서 전설로 남은 미국의 수 세기 전 소리를 파헤쳤던 딜런의 탐구 정신은 2020년의 지금까지도 형형히 살아있습니다. 에드가 앨런 포, 윌리엄 블레이크를 호명하다 보위와 이글스까지 능청스레 끌어오는 'I Contain Multitudes'에서 재치 있게 본인의 음악사적 지위를 활용하다가도 'Black Rider'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고독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동시에 들려줍니다. 월터 휘트먼의 문체를 동경하는 목가적인 'Mother of Muses'가 겹치고 나니 1963년 JFK의 죽음을 그린 16분짜리 'Murder Most Foul' 서사시가 뉴 프런티어의 죽음과 '더러운 전쟁'의 시작을 불길하게 암시합니다. 


거장에게는 아직 수많은 이야기 타래가 남아있습니다. 'Goodbye Jimmy Reed'처럼 왕성한 활력으로 노래할 힘도 남아있습니다. 노벨상과 거장이라는 무겁고도 짙은 안개를 걷고 편견 없이 들어보세요. 21세기 밥 딜런의 작품 중 최고를 다툴 만한 앨범입니다. 


The Weeknd <After Hours>


The Weeknd - After Hours (Short Film)


현 대중음악의 주류 문법이 1980년대에 큰 빛을 지고 있음과 동시에 PBR&B 세력의 지대한 영향력을 실감시켜준 작품입니다. 단 한 곡도 허투르지 않습니다. 엘튼 존에 대한 오마주부터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다프트 펑크의 감각과 글리치까지 마니아들마저 사로잡은 문제작입니다. 


Dua Lipa <Club Future Nostalgia>


Dua Lipa & The Blessed Madonna - Club Future Nostalgia (Official Visualiser)


리믹스 작품을 고평가 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파티 앨범은 1990년대 영국 언더그라운드와 레이브 파티, 2000년대의 레트로 팝스타와 히트메이커, 게이들의 아이콘이 공존하는 축제의 장입니다. 음악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친구도 원본은 지루하다며 이 리믹스 앨범을 듣습니다. 이야기 끝난 거 아닙니까.


Laura Marling <Song For Our Daughter>


Laura Marling - Song For Our Daughter (Official Video)


<Semper Femina>로 조용하지만 강렬한 투쟁을 선언한 로라 말링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세계의 모든 여성들과 딸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깊고 섬세한 메시지가 더욱 우아하고 겸손하게 다가옵니다.


Mac Miller <Circles>


Mac Miller - Good News [Official Music Video]


유작이되 슬픔에 젖어있지 않고 아름답고 잔잔하게 프로듀싱된 맥 밀러의 <Circles>는 2020년 초를 음울하게 물들인 작품이었습니다. 치열하게 살아온 한 청년의 고뇌와 다짐을 돌아봅니다. 


070 Shake <Modus Vivendi>



카니예 웨스트, 푸샤 티로부터 가능성을 입증받은 젊은 신예는 이모코어의 레어함과 적확한 트렌드 팔로잉을 선보였습니다. 올해의 신예 중 한 명입니다. 


The Avalanches <We Will Always Love You>


The Avalanches - The Divine Chord ft. MGMT, Johnny Marr


애벌랜치스처럼 긴 시간 동안 각기 다른 작품으로 큰 감동을 주는 팀이 있었을까요. 너무 멀지 않은 기억의 흔적으로부터 추출해낸 수백 개의 샘플 레고 조각을 조립해 순수한 레트로 마니아의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과거의 모닥불에서 타오르는 불티가 고요한 팔레트 위를 아름답게 장식하며 밤하늘 별빛처럼 반짝이는, 그런 멋지고 따스한 작품입니다. 


Moses Sumney <Græ>


Moses Sumney - Cut Me [Official Video]


20곡에 달하는 거대한 작품. 디지털로 다듬어진 우아하고 너울거리는, 황홀한 심상이 영적인 전개 아래 찬찬히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모지스 섬니의 메시지는 거칠고 도발적이며 때로는 모호합니다. 현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아트라 불리는 포괄적인 실험가들에게 또 한 명의 독창적인 목소리가 등장했음을 알렸습니다. 


Lianne La Havas <Lianne La Havas>


Lianne La Havas - Weird Fishes (Official Music Video)


자코 패트리우스, 알 그린 등 재즈 아티스트들로부터 출발한 리앤 라 하바스의 새 정규 앨범은 본인의 이름을 걸고 나온 만큼 단단함과 순수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노련한 연주와 풍부한 목소리, 개인적 경험이 어우러져 성공적인 재충전의 앨범이 됩니다. 라디오헤드의 'Weird Fishes' 커버도 놓치지 마시길. 


Perfume Genius
<Set My Heart on Fire Immediately>


Perfume Genius - "Without You" (Dir. Allis Chang)


<No Shape>의 해방에 이어 퍼퓸 지니어스는 우아하게 미끄러지며 화려하게 속삭이는 어둠의 팝을 가져왔습니다. 거대한 망치를 양 손으로 힘껏 움켜쥔 사진처럼 그는 그에게 금지된 남성성과 에로티시즘, 병마와의 투쟁을 아주 거칠고 성긴 질감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바로크 팝, 싱어송라이터들의 구슬픈 발라드가 한 데 섞인 흑백의 퀴어 단편 영화. 


Westside Gunn < Pray For Paris >


WESTSIDE GUNN - EURO STEP (OFFICIAL VIDEO)


웨스트사이드 건, 콘웨이 더 머신, 베니 더 부처의 그리젤다 레코즈가 올해 힙합 신에서 유의미한 활약을 선보였죠. 볼디 제임스의 <The Price of Tea in China>도 훌륭했지만, 역시 수장 웨스트사이드 건이 녹음한 한 편의 누아르인 이 작품이 기억에 더 남습니다. 


Phoebe Bridgers <Punisher>


Phoebe Bridgers - Kyoto (Official Video)


피비 브리저스의 승리에는 최근 몇 년 간 인디 신에서 꿈틀거리던 어쿠스틱, 마니아들의 취향, 1990년대 말 싱어송라이터 페르소나의 부활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진솔한 메시지가 있고 본인의 음악 영웅들에 대한 찬사를 더하며 키치한 괴짜이자 현실을 투영하는 아티스트 면모를 동시에 가져갑니다.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조밀한 자아를 펼쳐 보이는데, 때론 이것이 아주 잔인하고 슬픈 Z세대의 좌절이지만 포근한 음색으로 감싸 안아 이질감을 최소화합니다. 


Yves Tumor <Heaven to a Tortured Mind>


Yves Tumor - Kerosene! (Official Video) [Family Friendly Version]


과격하고 날 선 아트 록을 선보였던 이브스 튜머는 모타운, 소울, 펑크(Funk), 재즈에 익스페리멘탈을 버무려 '새 시대를 위한 가스펠(Gospel For A New Century)'을 발표했습니다. 그간의 작업물들을 접하며 난해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들으면서 깜짝 놀랐네요. 약간의 노선 변경이 대중은 물론 비평가들에게도 꽤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발현됐습니다. 


Jessie Ware <What’s Your Pleasure?>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


우아한 디스코와 하우스 선율이 박동하는 제시 웨어의 작품은 올 한 해 가장 고민 없이 재생할 수 있었던 앨범들 중 하나입니다. 과장하지 않고 유행을 답습하지 않는, 1970년대 말 근사한 디스코 디바의 재림이 이 앨범에 담겨있습니다. 'Save A Kiss'의 경우 스톡 에잇켄 워터맨 트리오의 아주 세련된 21세기형 재림이라 더욱 반가웠네요. 악틱 몽키스의 날 선 변신을 이끌었던 프로듀서 제임스 포드(James Ford)의 승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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