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헌 Dec 31. 2020

f2020. W2021.

Welcome 2021


아주 오래전부터 2020년을 내 인생의 분기점으로 정해왔다.
올해의 성과는 그 비워내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금은 농담처럼 보이는 2019년 12월 31일의 저 문장은 꽤 진지했습니다. 2013년 갓 스물이 되었을 때, 혼자 쭈뼛거리며 골목바이닐앤펍 바 자리에서 적어둔 인생 계획에서 많은 것들이 2020년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야심 차게 만들어준 네모칸에 굵은 체크 표시를 채울 일은 없었습니다. 


1. 그럼에도 소속된 곳에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체계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법카(...)가 생겼을 땐 좀 울컥하더군요. 도와주신 많은 분들, 부족하지만 따라와 준 분들, 감사하게도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언제나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잘 표현하겠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인식은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최대의 확장을 해보려 합니다. 저부터 달라져야겠지요. 교과서에서나 읽었던 '지속 가능한' 공간, 단체, 열악함에도 순수함과 열정으로 다가와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을 만들고 싶습니다.


2. 매 해마다 저의 위치를 고민하게 됩니다. 더 내려놓고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입니다. 동시에 담대해야 하기도 하니 쉽지 않습니다. 사실 올해는 이제 글을 그만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너무도 많이 들었습니다. 지쳐서 정신없이 잠드는 날도 많았고, 그 와중 중요한 것들을 놓쳐 손해보고 안 해도 될 고민을 했습니다. 괴로워하면서도 당연한 의무감에 했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게 변해갔습니다. 그래서 더욱 '지속 가능성'에 몰입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저의 노력과 능력에 달린 일이겠죠. 그 부분에서도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좋게 보면 신중하고 나쁘게 보면 답답했던 모습은 준비되지 않았던 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겁니다. 지루한 감금의 시간을 화려한 폭죽 소리와 색종이로 형형색색 빛내 감싸 안아준 복실이에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고맙다고 말하는 게 좋겠는 걸~


4. 공연도 없고 무대도 없고, 자주 가던 곳도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술도 다 같이 못 마신) 2020년. 다행인지 한 해 살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채워지지 않은 찝찝함, Face ID를 인식하지 못해 손가락을 연신 위로 올리는 감정처럼 깔끔하지 못했던 감정이 답답하게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기에 무언가 완성하겠다는 마음은 과욕인 것 같습니다.


5. 저를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2020. W2021. 



매거진의 이전글 형식은 언제나 실질을 좌우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