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은 곳, Malibu
본명 : 마일리 레이 사이러스
출생 연도 : 1992
고향 :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
한줄평 : 사랑에 빠진 말괄량이
2013년을 가진 여자 마일리 사이러스. 꿈 많은 디즈니 스타 한나 몬타나는 어른이 되기 위해 모든 고정관념과 예측을 집어던졌다. 대중이 바라는 최소한의 모든 것조차도 다 집어던진 그녀는 짧게 머리를 치고, 쾌락과 환락의 파티 아이콘이자 신세대의 섹스 심벌이 되고자 했다. 컨트리의 딸이자 디즈니의 딸, 틴에이저들의 우상은 삽시간에 부모님들의 경계 1순위가 되었다. 'Wrecking Ball'에서 전라로 공을 타고, VMA 시상식에선 로빈 시크와 함께 생방송을 폭파해버렸으며, 악명 높은 < Bangerz Tour >를 벌이며 매일매일 가십난을 장식했다. 물론 빌보드 커버스토리 인터뷰처럼 든든한 멘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 마법의 주문 'I DON'T GIVE A F'과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었다.
그랬던 마일리 사이러스의 2017년은 또 낯설다. 여섯 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발표한 리드 싱글 'Malibu'는 '어게인 한나 몬타나', '어게인 컨트리 걸'을 외칠 만큼 그 노선이 과거로 향해있다. 편안한 분위기의 컨트리 - 팝 록을 주창하는 이 곡은 노골적으로 과거의 마일리 사이러스를 소환한다. 물론 2013년의 마일리 사이러스도 마돈나의 1980년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1990년대를 동경했다. 그러나 'Malibu'의 마일리는 또 다르다. 컨트리 슈퍼스타이자 마일리의 아버지인 빌리 레이 사이러스는 '아주 정직한, 자신의 뿌리에 가장 집중한 작품'이 될 것이라며 딸의 음악적 성장을 설명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 출연 중 틈틈이 작사 작곡한 'Malibu'는 오롯이 자신에게서부터 나온 선택의 결과다. 작사 작곡 모두를 직접 해냈고, 충격의 VMA 시상식으로 파혼했던 리암 헴스워스와의 재결합이 곡의 주제라고 일찌감치 못 박았다. 그 모든 시련과 일탈을 겪고도 마일리를 선택한 리암에게 '온 마음을 다해 고마워(And I wanna thank you with all of my heart)'라 속삭이고, '바람을 타는 새만큼이나 자유롭다(Cause now I'm as free as birds catching the wind)'며 행복을 만끽한다. 싱어송라이터냐는 질문에는 '맞다. 하지만 존 메이어나 에드 시런은 듣지 않는다'며 웃어넘기는 걸 보니 우리가 알던 그 마일리가 맞긴 하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성숙은 지난 'Wrecking Ball'에서의 강한 일탈이 디즈니 아이돌 이미지 탈피를 위한 의도적 장치였음을 (새삼스럽지만) 다시 입증해 보인다. 데미 로바토, 셀레나 고메즈의 성장은 마일리의 한계점을 명확하게 설정했고, 특별한 정체성 없는 활동이 오래 이어졌다. 그래서 머리를 짧게 치고, 누드 톤 비키니를 입으며,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섹슈얼한 퍼포먼스를 맘껏 뽐냈다. 그 사이 음악적 성장도 잊지 않아, 2015년에는 현대적 사이키델리아 더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와의 합동으로 < Miley Cyrus And Her Dead Petz >라는 실험적 앨범을 내기도 했다.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을 앞세운 이미지 변신. 그러나 'Malibu'를 통해 우리는 그가 비단 이미지뿐 아니라 본인의 인격까지 성숙해졌음을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다. 꿈 많은 소녀 한나 몬타나가 거칠고 종잡을 수 없는 반항아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본인의 이상을 천천히 만들어나갔다. 2014년 설립한 해피 히피 파운데이션(Happy Hippie Foundation)은 불우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과 LGBT, 여성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재단으로, 다양한 캠페인과 라이브 공연을 통해 마일리의 수많은 팔로워들을 사회적 사안에 소홀하지 않게 깨우쳐주었다. 2016 대선에서 그는 유명한 버니 샌더스 지지자였고, 클린턴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였으며 트럼프 당선 직후 트위터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동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마약도 끊고 담배도 끊고(!) 앨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산전수전 다 겪고 할 수 있는 모든 일탈은 다 해 본 내공이 느껴진달까. 틴에이지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애들도 보는데 뭐하는 짓이냐고, 예전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 곱게 하라고 욕이란 욕은 다 먹어본 강철 멘탈의 소유자가 된 그는 이 과정을 성숙의 좋은 기회로 삼았다. 의도된 장치의 결과물이라 하더라도 그 나이 때, 그 시기니까 할 수 있는 도전이었다. 나이 들어서 다 벗고 춤추고, 엿이나 먹으라고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 이제는 진정한 행복을 찾고, 인생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슈퍼스타의 딸이었고, 십 대 시절부터 전국구 스타였으며, 결국 어떻게 하다 보니 미국에서 '제일 섹시한 아티스트'와 동시에 '제일 위험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다행히 2017년의 그는 행복해 보인다. 어느 누구의 상징도 아니고, 누군가의 파티 히어로도 아닌, 오로지 마일리 사이러스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치열하고 또 즐거워 보인다.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이젠 정말 '꽃길'만 걸었으면. 말리부에서(In Malib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