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조이의 첫 솔로 앨범. 외로운 날들은 '안녕(Hello)'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과 마음으로 뜻이 통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서로에게 연결되기보다 마음의 문을 닫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이 서로의 마음을 이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대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지금, 무게감 있는 이야기나 평가는 잠시 접어두고, 우리 곁의 음악을 이 나이에만 볼 수 있는 시선으로 담백하게 전하고자 합니다. 저의 '이십전심'이 많은 분들을 이어주었으면 합니다.
4년 전인 2017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한 조이를 기억합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 ‘반다비’로 분장하고 김남주와 육성재가 함께 부른 '사진’과 에스이에스(S.E.S)의 ‘꿈을 모아서’를 열창했죠. 가면을 벗고 환한 웃음을 짓던 조이, 하지만 이내 진행자 김성주와 이야기를 나누자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제가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제가 동네에서 노래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고 노래하는 게 정말 즐거웠었는데, 어느샌가 화장실에 숨어서 노래를 하고 있고… 점점 더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이후 힘겹게 말을 이어나가면서도 조이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습니다. 방청단의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에도 북받친 감정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아 보였죠. 당시 조이는 데뷔 4년 차에 접어든 레드벨벳, ‘빨간 맛’을 히트시키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케이팝 걸그룹의 멤버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꽤 깊어 보였습니다. 훗날 현장에 있던 한 분께서 ‘너무 많이 울더라’며 안타까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네요.
2014년 ‘행복(Happiness)’로 데뷔한 레드벨벳에서 조이는 예명 그대로 해맑은 웃음과 에너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조이의 목소리를 아끼는 팬 분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고운 음색과 단단한 목소리로 웬디, 슬기와 함께 레드벨벳의 보컬 라인을 든든히 받쳐온 멤버였죠. 여리게 들릴 때도 있지만 해를 거듭하며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이 선명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옛 가요를 부르는 조이의 모습이었습니다. 2012년 SM 오디션 당시 불렀던 노래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였다는 사실은 유명하죠. 2017년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 다시 부른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더 클래식의 ‘여우야’는 지금까지도 라디오에서 자주 신청되고 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능성을 인정받고 인기를 얻던 상황이었기에 당시 ‘복면가왕’에서 조이의 모습은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충분히 잘하고 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스스로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것 같았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주눅 들 수밖에 없는 프로의 세계에서 느낀 좌절감은 이제 막 스물네 살이 된 친구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크고 또 무거운 감정들이었습니다.
방송 때문인지 이후 레드벨벳을 볼 때마다 조이에게 유독 눈길이 가더군요. 다행히 조이는 혼란스럽더라도 꾸준히 한 발자국씩 내딛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노래가 있었죠.
2000년대 초 노래방에 다녔던 90년대생들이라면 익숙할 노래들을 꾸준히 연습하고,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2’에 캐스팅되어 추억의 가수들과 그들의 노래를 가까이서 접하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지난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삽입곡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이제는 레드벨벳 팬뿐 아니라 더 많은 분들이 가수 조이를 인지하게 됐습니다.
오늘 31일 조이의 첫 솔로 앨범 ‘안녕(Hello)’가 발표됐습니다. 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 음악 팬들이라면 반드시 기억할 익숙한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앨범입니다. 박혜경의 ‘안녕’, 해이의 ‘쥬뗌므’, 애즈원의 ‘데이 바이 데이’, 토이의 ‘그럴 때마다’, 성시경의 ‘좋을텐데’가 조이의 맑고 섬세한 목소리로 다시 담겨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아이돌들이 표지 모델로 섰던 추억의 잡지 편지, 다이어리 꾸미기, 카세트테이프 등 복고적인 감성을 강조한 앨범 속 조이의 사진도 아련한 감성을 자아내죠.
리메이크 곡들이 최근 몇 년 간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조이는 “리메이크 앨범으로 밝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라며 “순수하고 담백한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라 제작 과정을 돌아봤습니다. 선곡 과정에서도 원곡을 해치지 않으면서 본인의 감성을 더할 수 있는 노래들을 고르느라 신중했다고 밝혔고요. '데이 바이 데이'에서 부드럽게 노래하다가도 '좋을텐데'와 '해피 버스데이 투 유'처럼 통통 튀는 설렘을 전하기도 합니다. 편곡 과정에서도 황현, 켄지(Kenzie), 박문치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지금의 조이는 이름처럼 그 누구보다 즐거워(Joy) 보입니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부터 조이를 아껴온 팬들, 조이의 맑은 목소리와 친근한 일상에 위로를 받는 팬들이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아낌없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분명 힘든 시기가 있었음을 알기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노력하며 행복하게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은 더욱 벅차게 다가옵니다.
타이틀곡 ‘안녕’은 작별과 환영의 의미를 동시에 담은 가사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한 때 주저앉고 싶기도 했을 조이. 이제 앨범을 여는 이 곡에서 조이는 경쾌하고 힘차게,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로 꿈을 향해 외칩니다.
외로운 날들이여 모두 다 안녕,
내 마음속의 눈물들도 이제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