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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Oct 12. 2021

선미가 프로게임단 테마곡을 부르다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프랜차이즈, 이스포츠



선미의 신곡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Go or Stop'. 미니 앨범 <6분의1>을 낸 지 이제 겨우 두 달 됐는데 상당히 빠른 컴백입니다. 뮤직비디오도 찍고 음원도 공개했네요. 오랜 작곡 파트너 프랜츠(FRANTS)와 함께 레트로 팝 스타일을 가져갔던 기존 스타일과 달리, 쿵쿵 울리는 비트와 전자음이 주도하는 하우스 스타일의 노래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Go or Stop'은 선미가 준비한 이벤트 싱글입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이하 롤) 한국 프로게임단 담원 기아(DWG KIA)의 테마곡입니다. 2017년 피시방에서 창단된 담원 기아는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올리며 현재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LCK 3회 우승을 거머쥔 강팀으로, 지난해 해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이스포츠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롤드컵)' 정상에 오른데 이어 올해 '롤드컵'에도 한국 대표 1 시드로 출전한 디펜딩 챔피언입니다. 


선미 (SUNMI) 'Go or Stop? ' MV


선미와 담원 기아의 인연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담원 기아는 2019년 담원 게이밍이라는 이름으로 LCK에 막 승격하여 돌풍을 일으킨 후 강팀으로 거듭나 2020년 서머 시즌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팀으로 인정받던 시기였습니다.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는 담원의 게임 스타일에 수많은 팬들이 따라왔고, 그중에는 가수 선미도 있었습니다. 


평소 담원 게이밍의 경기를 즐겨 보던 선미는 2020년 7월 19일 게임단으로부터 선물 받은 쇼메이커(본명 허수)의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습니다. 그 해 담원의 LCK 우승 소식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축하 글을 남기고, 롤드컵을 시청하는 모습을 공유하기도 했죠. 올해 1월에는 당당히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귀국한 쇼메이커와 함께 유튜브를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Eng Sub] 선미님 영접하고 왔습니다


따라서 'Go or Stop'은 담원의 '찐팬'이었던 선미가 게임단에 선물하는 '덕업일치' 싱글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8시 '롤드컵 2021' 첫 경기를 펼치는 담원을 응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대회가 끝난 후에도 국내외 다수 경기에서 담원의 입장곡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단순히 팬송으로 기획된 결과물만은 아닙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담원 뒤에 붙은 기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기아, 현대자동차 산하의 자동차 제조 업체 기아가 맞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e스포츠 팀을 후원하는 이유




기아는 2021년부터 담원 게이밍의 네이밍 스폰서를 맡고 있습니다. 사실 기아는 글로벌 스포츠 종목에서 후원을 아끼지 않는 그룹입니다. FIFA 월드컵, UEFA 유로파 리그 같은 축구 경기를 후원하는 것은 물론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의 스폰서로 상당히 유명합니다. 필리핀의 복싱 레전드 매니 파퀴아오도 기아를 스폰서로 두고 있죠. 


그런 기아가 이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9년부터입니다. 그 해 기아는 유럽 리그 오브 레전드 1군 리그 LEC의 공식 후원사가 되었고, 이듬해는 유명 DJ 스티브 아오키가 구단주로 있는 프로게임단 로그(Rogue)와도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왜 한국이 아니라 유럽을 먼저 후원했을까요? 그것은 LEC가 LCK보다 2019년, 2년 앞서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와 온게임넷, MBC 게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삼성전자 칸, SK텔레콤 T1 등 프로게임단을 기억하실 겁니다. 긴 시간 동안 이스포츠 리그는 후원사가 존재하는 팀들만이 살아남았고, 역사와 전통이 있다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거나 모기업의 재정이 악화될 경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이스포츠 시장이 나날이 규모를 키워가자 2010년대 말부터 각국에서 프랜차이즈제를 도입해 확실한 자본 투자를 받아 안정적인 리그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습니다. 단적으로 2016년 롤드컵 전체 누적 시청자 수는 3억 9,600만 명이었습니다. 스테이플스 센터,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 상암 월드컵 경기장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경기장이 오프라인 관중으로 꽉 찼죠. 2018년 중국과 미국이 최초로 프랜차이즈제를 도입했습니다.



기아는 LEC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유럽 리그는 뛰어난 게이머들이 많았음에도 고질적인 자금난에 핵심 선수들을 미국 리그 LCS로 떠나보내며 좀처럼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금뿐 아니라 활력도 불어넣었습니다. 재능 넘치는 LEC 해설자, 캐스터들을 주연 삼아 리그를 홍보하고 소개하는 뮤직비디오를 찍어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했죠. 기아 차도 홍보하고, 리그도 살리고. 기아 후원 후 LEC는 롤드컵 다음가는 위상의 국제 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차지하더니 롤드컵 준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영상들이 바로 LEC와 기아의 콜라보 영상입니다. 선미의 'Go or Stop?' 뮤직비디오와 비슷한 부분이 보이시나요? 기아 자동차가 등장하고, 신나는 전자음으로 꾸며져 있죠. 물론 등장하는 이들이 전문 가수가 아니기에 선미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네요. 


KIA Motors x LECtronic: I want the LEC back!


LCK의 프랜차이즈 제도,
거대 구단이 된 프로게임단





LCK는 올해부터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기업들이 스폰서십을 신청했고, 라이엇 게임즈 측의 심사를 거쳐 총 10팀이 리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담원은 기아 외 아디다스, 로지텍, 메가박스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민은행, 한화생명, 한국 야쿠르트 등이 리그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 이스포츠의 역사와 함께한 SK 텔레콤 T1은 미국 미디어 그룹 컴캐스트와 합작하여 글로벌 이스포츠 기업 T1으로 다시 태어났고, kt처럼 오랜 역사에도 계속해서 팀을 후원하는 대기업 역시 존재합니다.


담원 기아와 선미의 사례가 프로게임단과 음악의 첫 콜라보레이션은 아닙니다. 다른 프로게임단들도 음악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롤드컵 3회 우승을 차지한 세계적인 리그 오브 레전드 명문 프로게임단 T1은 지난해 12월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과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했고, 올해 2월에는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한 음악 프로듀서 레이든과 엑소 백현, 창모와 함께 팀 테마곡 '러너(Runner)'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롤드컵 2회 우승, 삼성전자 프로게임단을 계승한 젠지(Gen.G) 이스포츠 역시 지난해 롤드컵을 앞두고 래퍼 주노플로와 함께 테마곡을 공개했죠. 


T1 X Raiden, BAEKHYUN, CHANGMO 'Runner' 러너 MV
Run BTS! 2020 - EP.114달려라 방탄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음악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음악 사랑은 유명합니다. 라이엇 게임즈 소속 뮤직 팀은 2018년 가상 케이팝 걸그룹 케이디에이(K/DA)를 데뷔시키며 시대를 앞섰습니다. 



자이라 번즈, 매디슨 비어, 킴 페트라스 같은 신예 팝 싱어송라이터들부터 (여자)아이들과 트와이스라는 정상급 케이팝 그룹과의 협업이 화제를 모았죠. 이후에도 매 국제 대회마다 유명 아티스트들과 함께 대회 테마송을 발표하고, 멜로딕 파워 메탈을 RPG 세상에 구현한 '펜타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제도 하의 프로게임단 역시 최근 들어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선보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중입니다. 이스포츠 팬의 주 연령층인 1-20대를 겨냥한 힙합, 케이팝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하죠. 특히 이번 'Go or Stop?'은 단순한 합작을 넘어 이스포츠의 '찐팬'인 선미가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주제가를 불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2021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가 더욱 흥미진진해졌나요? 한국 대표로 출전한 담원 기아, 젠지 이스포츠, T1, 한화생명 이스포츠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


Burn It All Down (ft. PVRIS) | 2021 월드 챔피언십 - 리그 오브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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