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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l 02. 2017

힙합의 '뉴 언더그라운드'

메이저 장르로 자리한 후, 새로운 언더그라운드의 등장

출처 : https://www.nytimes.com/2017/06/22/arts/music/soundcloud-rap-lil-pump-smokepurrp-xxxtentacion


힙합은 한국에서만 대세가 아니다. 2017년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8곡 중 비(非) 힙합 트랙은 라틴 풍 'Despacito'와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 뿐이다. 힙합 앨범이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이고,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코닥 블랙(Kodak Black) 같은 신성이 쉽게 빌보드 상위권을 넘나 든다. 비단 DJ 칼리드나 드레이크 같은 슈퍼스타들을 거론하지 않아도 미국 내에서 힙합은 이미 대세다. 언더그라운드 문화로부터 출발한 힙합이 수많은 뿌리를 내리고 다변화해가면서 메이저 씬으로 올라오자 이제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뉴 언더그라운드(New Underground) 씬이 형성되고 있다.


이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최근 차트에서 기세를 떨치는 릴 야티(Lil Yachty)와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등 릴(Lil) 태그 아티스트들부터 사운드 클라우드를 점령한 로-파이 MC들의 인기 척도와 그 배경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대부분 십 대들인 이들은 드레이크(!)로 대표되는 작금의 메이저 힙합 신을 혐오하며, 인터넷 힙합 스타로 메이저 씬에 오른 치프 키프(Cheef Keep), 영 떡(Young Thug)을 우상으로 삼는다. 사운드 클라우드를 홈그라운드로 삼아 SNS를 홍보 매체로 인터넷상에서 슈퍼스타가 된 다음 오프라인 소규모 클럽에서 열광 그 이상의 광기로 똘똘 뭉친 관객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워낙 과격하다 보니 경쟁 래퍼들에게 무대 위에서 공격당하기도 하고, 심심찮게 흥분한 팬들이 난입해 얻어맞는 것도 다반사다.


Smokepurpp - Audi


세련된 성공담을 들려주는 힙합이 1970년대 펑크 록과 같은 언더그라운드로 회귀하는 것은 모든 음악 장르가 겪었던 공통적인 경험이다. 그러나 신세대들의 힙합은 인종주의나 갈등, 혹은 소수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느릿한 트랩 비트 위에서 성공에 대한 여러 환상을 흐릿한 랩 스타일로 풀어내는 식이다. 스모크퍼프(Smokepurpp)의 인터넷 히트곡 'Audi'의 훅은 '친구 필요 없어, 아우디를 원해'라는 지극히 단순한 바람이다. 거대한 이상, 흑백갈등, 거창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적으로 엄청나게 세련되었거나 고도의 실력 혹은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의 언더그라운드는 1970년대 영국보다는 1990년대의 시애틀을 닮았고, 더 앞서가자면 1980년대 하드 코어의 춘추전국시대를 닮았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메이저로, 메이저에서 또 다른 언더그라운드로. 그만큼 힙합도 이제 오래된 장르가 됐다. 작금의 이 흐름이 어디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역사의 반복 사례는 있다. 언더그라운드가 피어오르면 여기저기 씬 곳곳에서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고, 어느 한 명의 특정 영웅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모으며 슈퍼스타의 지위에 오른다. 비록 그가 오래가지 못하더라도 거대한 족적을 남기게 되고, 끊이지 않는 뉴페이스들의 도전을 불러일으킨다. 로큰롤의 등장이 그랬고, 갱스터 랩이 그랬고, 하우스가 그랬고, 너바나가 그랬으며, 수많은 현재의 릴(Lil) 군단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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