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느끼는 거야. 이 노래처럼.

밴드 더 다크니스(The Darkness)의 데뷔 14주년

by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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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는 고등학생 때 제일 좋아했던 밴드 중 하나다. 교묘한 글램과 AC/DC 로큰롤, AOC 시절의 미래지향적 유토피아 앨범 커버와 노골적인 섹스어필로 무장한 이들은 < Permission To Land > 한 장으로 새천년 영국 록 계를 한 때 장악할 '뻔' 했다. 2004년 브릿 어워드에서 뮤즈와 스테레오포닉스를 제치고 최고의 밴드 자리에 올랐던 이들 앞에는 빛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물론 옛날 로큰롤 밴드들의 과거를 충실히 좇아가다가 약물 문제까지 따라가고 변변찮은 차기작까지 따라갈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이들의 로큰롤은 혈기왕성한 사춘기 시절을 대변하는 가장 좋은 무기였다. 프레디 머큐리에 도전했던 괴짜 저스틴 호킨스의 고음은 하늘을 뚫을 기세였고 지치지 않는 질주의 헤비 기타 리프는 즉각적인 쾌락을 보상해줬다. 뮤즈가 심오하게도 '진실은 어디에 있느냐... 나는 너의 거짓말들을 까발릴 것이야('Plug In baby')'라 노래하고, 스매싱 펌킨스를 쫓았던 피더(Feeder)가 감성을 노래할 때 다크니스는 '내 여자한테 손 떼, XXX야~'라며 조롱하고('Get your hands off my woman'), '네가 나를 만지고, 내가 너를 만지고...'('I believe in a thing called love'). 음. 아무튼.


The Darkness - I Believe In a Thing Called Love (Live at Reading 2004)


그들의 < Permission To Land >가 나온 지 어언 14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음악은 뜸했어도 SNS를 통해 계속 소식을 챙겨보았는데 유럽 각지를 돌면서 공연하고... 그럭저럭 그렇게 사는 것 같다. 새 노래 안 내주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약은 무지막지하게 안 하는 것 같으니 또 다행인가.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 데뷔 앨범이 거의 핵심 플레이리스트를 차지하는 데 그만큼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다 때려 부수는 'Black Shuck'부터 파워 발라드 'Love Is Only A Feeling'까지의 1~5번 트랙은 거의 무적이다. 우주선의 쫄쫄이 외계인으로 분한 저스틴 호킨스의 패션이 유일한 안구 테러였을 뿐...


2000년대에 1980년대를 꿈꿨던 이들은 레트로의 개념이 희미하던 밀레니엄 초기에 과거의 유산이 지속될 것이라 믿었던 수많은 밴드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다크니스는 지나치게 솔직했고, 방탕했으며 천진난만했다. 즐거운 금요일 밤을 노래하고, 사랑의 신비로움을 찬미하면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외계의 록 스타가 되어 새 시대는 밝을 것이라는 데 단 하나의 의심이 없었다. 그 이후 14년 동안 당연하게도 (또는 당연하지 않게도) 세계에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고, 전쟁은 계속되었으며, 외계인을 발견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더욱이 안타까운 소식은 록 스타들이 멸종해버렸다는 것이다. 숱한 사망 선고 속에도 살아남았던 로큰롤은 2017년 지금 누가 봐도 완벽한 뇌사 상태에 빠져버렸다.


The Darkness - Friday Night (Unreleased Vid)


< 2000년대 록의 추억 > 기획은 언젠가 꼭 써보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나는 록 키드였다. 2000년대 초에 초딩이었으니 이런 노래들을 라이브로 즐긴 건 아니다. 다만 인생을 망치러 온 음악에 정신을 맡기고 나서부터 들었던 음악은 죄다 록이었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혁명으로부터 2000년대의 시끌벅적했던 네오 펑크의 후손, 이모코어, 그리고 과격했던 하드코어, 메탈, 기타 등등들... 그러나 록은 이제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지나갔지만 어제처럼 느껴지는 2000년대 초반의 음악을 기억하고 싶었다. 글 쓴 김에 다크니스가 새 앨범 하나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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