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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an 18. 2022

하이브의 '바운드리스'가 던진 질문

2021년 11월 4일 오리지널 스토리를 예고한 하이브



1월 15일 하이브가 새로운 프로젝트 오리지널 스토리를 공개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슈퍼캐스팅 캠페인과 함께하는 오리지널 스토리는 네이버의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10개 언어로 번역된 웹툰과 웹소설 콘텐츠로 첫 선을 보였습니다. 


BTS와 함께한 ‘세븐 페이츠(SEVEN FATES): 착호’
엔하이픈과 함께한 ‘다크 문(DARK MOON): 달의 제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함께한 ‘별을 쫓는 소년들'




슈퍼캐스팅은 네이버웹툰의 새로운 캠페인으로, 글로벌 규모의 IP(지적재산권)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IP를 웹툰과 웹소설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론칭 이틀만에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븐 페이츠: 착호'는 1,500만 누적 조회수와 더불어 네이버웹툰의 영문 서비스 웹툰(WEBTOON)에서 화제의 신작 차트 및 전체 장르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다크 문'과 '별을 쫓는 소년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음악보다 돈벌이에 집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링크)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루기 앞서, 지난해 11월 4일 하이브 사업 설명회 '하이브 브리핑 위드 커뮤니티'를 다룬 칼럼을 공유합니다. 오리지널 스토리의 히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원문






한국 시각 11월 4일 오전 10시, 하이브(HYBE)가 유튜브를 통해 '하이브 브리핑 위드 더 커뮤니티(HYBE BRIEFING WITH THE COMMUNITY)'를 개최했다. '2021 공동체와 함께하는 하이브 회사 설명회'의 테마는 '바운드리스(Boundless)'였다.


음악의 힘으로 국가와 언어, 문화와 산업 간 경계를 허물며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을 확장 중인 하이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날 하이브의 회사 설명회는 스토리, 플레이, 뮤직 & 아티스트의 세 가지 파트로 진행됐다. 프로젝트의 운을 뗀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 아메리카 CEO 스쿠터 브라운은 지난 4월 하이브가 미국 이타카 홀딩스 인수 후 국가, 문화, 산업 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협업해왔고, 음악을 넘어 커머스, 게임, 출판, 영상,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음악과 다른 일상이 경계 없이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삶처럼, 원하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하는 것' 역시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Boundless : Story


오리지널 스토리 개발  

하이브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때부터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해왔다.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바탕의 스토리를 통해 감동을 전하고 그 너머의 상상을 담아냈다.

이번 '오리지널 스토리'의 가장 큰 차이는 스토리 자체가 살아있는 콘텐츠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세계관과 스토리가 아티스트, 그룹을 수식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하이브 자체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존재하고 그 기획에 맞춰 아티스트 IP를 활용하는 개념이 될 것이다.

아티스트들이 스토리에 직접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캐스팅의 형태다.

이 오리지널 스토리는 웹툰, 애니메이션, 영상 시리즈, 웹소설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가공될 수 있다.


2022년 1월 17일부터 하이브는 네이버 웹툰과 함께하는 '슈퍼 캐스팅 프로젝트'를 통해 아티스트가 프로모션하는 스토리 IP를 기반으로 웹툰과 웹소설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날 하이브는 총 4개의 시리즈를 공개했다. 



더 스타 시커스(The Star Seekers)
: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캐스팅한 이야기
: 마법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아이돌로 살아가는 소년들이 각자의 능력을 깨닫고 싸워간다.


다크 문(Dark Moon)
: 엔하이픈을 캐스팅한 이야기
: 늑대인간과 뱀파이어가 등장


크림슨 하트 (Creamson Heart)
: 하이브의 새 걸그룹을 캐스팅한 이야기
: 폭주하는 마법의 땅, 안정된 공간의 땅을 배경으로 함.


세븐 페이츠 : 착호 (7Fates : CHACKHO)
: 방탄소년단을 캐스팅한 이야기
: 근미래 세계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 설화를 결합.   


아케인: 공식 트레일러


� 코멘트


최근 기업들의 유니버스는 기존 콘텐츠를 IP 화하여 이야기를 덧붙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 2를 서비스하는 라이엇 게임즈와 밸브 코퍼레이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라이엇은 오는 7월 리그 오브 레전드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을 공개하며 포트나이트와의 협업 캐릭터를 선보였다. 밸브 코퍼레이션은 이미 올해 3월 넷플릭스를 통해 애니메이션 '용의 피'를 소개한 바 있다.


이들 게임은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골라 공성을 펼치는 AOS 장르에 속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도타2에는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챔피언'과 '영웅'이 존재한다. 초기에는 일관된 스토리도 없었고 설정도 제각각이었다. 기업들은 유명 시나리오 작가와 스토리텔러들을 기용하여 분산된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있다.




하이브의 웹툰 및 웹소설 기획에 대해 들은 바가 많았지만 오리지널 스토리를 잡아놓은 다음 아티스트들을 캐스팅한다는 개념은 새로웠다. 아티스트가 메인이 아니라, 스토리가 메인이고 아티스트가 얼굴을 비추는 콘텐츠임을 강조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자사 콘텐츠를 위해 아티스트를 '이용'한다는 팬덤의 반발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Boundless : Play


하이브 사업설명회의 두 번째 파트 '플레이'에서는 하이브 신작 게임, 위버스의 변화, 미디어 콘텐츠와 리테일 산업, 신산업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게임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중심으로 한 게임을 개발 중이다.

단순히 캐릭터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님.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참여하고 있다. 

이 날 발표에서는 멤버들이 그려본 아이데이션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위버스  

2022년 상반기 새로운 형태의 위버스가 등장한다.

위버스와 브이라이브가 손을 잡고 스팟라이브 기능을 갖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재탄생한다.

네이버의 R&D 역량과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팬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설명.

위버스만 켜면 일상에서 모든 팬 경험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힘.


위버스는 단순히 과거의 경험을 온라인에 그대로 구현하는 장소가 아니다.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의 차원을 넘어 팬들이 경험하지 못한, 누구보다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미래의 경험까지 포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아티스트와 팬 간의 실시간 소통, 음악 산업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결합하여 팬들에게 제공하는 장소를 계획 중이다. 전략적 파트너십 하에 합작 법인을 구축하여 현실 사업을 만들 예정이다.


NFT



이 날 발표회의 가장 큰 이슈는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송치영 의장의 등장과 함께 하이브가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 본격 참여를 알린 것이었다. 두나무는 이 날 하이브에 제삼자 배정 유상 증자 방식으로 7,000억 원 투자를 밝혔다. 하이브 역시 이번 투자로 두나무에 5,000억 원을 투자하고, 두나무의 주식 2.48%를 취득하게 됐다.


하이브는 아티스트 IP 기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NFT 개발을 예고했다. 플랫폼 내에서 디지털 포토카드를 활용해 아바타와 가상공간을 꾸미고, 아티스트의 영상 및 음악을 재생하는 공감각적 방식을 예시로 들었다. 팬들은 위버스 플랫폼에서 고유한 공간을 부여받고 NFT 콘텐츠를 통해 자신만의 팬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으며, 개인이 소장한 물품들을 NFT 형태로 디지털화하여 위버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NFT 재화 간 거래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 코멘트


하이브의 NFT 사업 진출 선언은 위버스 플랫폼 내에서 NFT를 활용해 팬덤 개개인에게 각자의 스페이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처음 나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생각했다.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콘텐츠가 멈춤 없이 공급되는 세상에서 디지털 재화를 구입하고, 자신이 수집한 자료들을 아카이빙 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은 다재다능한 메타버스를 이룰 것이다.


팬덤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업설명회 이후 하루가 지난 11월 5일 지금까지 트위터 실시간 인기 태그로 #보이콧하이브NFT(#BoycottHybeNFT), #하이브굿즈불매 등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다. 위버스와 브이라이브의 합작도 불편하게 바라본다. 브이라이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한 위버스 서버를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위버스에 대한 국내 팬덤의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MD 불량 및 오배송, 답답한 응대, 콘텐츠 유료화 등 이슈가 많았는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메타버스 흐름에 합류하여 새로운 형태의 팬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소식은 당연히 불만스럽다. '팬 문화의 디지털화'를 거침없이 진행하는 가운데 팬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소홀한 것은 아닌지. 혹 알고 있다면 감수할만한 리스크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Boundless : Music & Artist


하이브 아메리카의 공동 CEO 윤석준의 소개로 진행된 '뮤직 & 아티스트' 파트에서 하이브는 유니버설 뮤직과의 전략적 기획과 향후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HYBE X GEFFEN] Global Girl Group Audition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 함께하는 글로벌 여성 팝 그룹 데뷔 프로젝트
   

(1) 미국 현지 기반의 트레이닝 시스템  

최고의 보컬 트레이너, 글로벌 팝 스타 안무를 담당한 퍼포먼스 팀, 최고의 뮤직 프로듀싱 팀을 준비.

체력 및 심리 건강까지 분야별 전문가들을 프로젝트에 포함함.

하이브의 신인 개발 노하우, 미국 음악 시장에 맞는 아티스트 트레이닝 방식을 통합.

음악 제작, 마케팅, 유통 노하우를 더하며 하이브와 경계 없이 협업, 아티스트 지원


(2) 콘텐츠  

국가, 문화,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는 그룹의 성장 과정과 여정을 담아낼 계획.

혁신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3) 멤버들은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 예정.  

프로젝트의 진정한 시작

하이브, UMG (게펜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 가능.



이어 데이브 볼노 하이브 아메리카 COO는 하이브 아메리카와 UMG의 성장세를 언급하며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제이 발빈, 릴 디키 등 유명 팝스타들이 2021년 거둔 성과를 나열했다. 이어 하이브 아메리카의 자회사가 된 컨트리 레이블 빅 머신 레이블 그룹의 설립자 스콧 보체타가 등장해 팀 매그로, 타일러 허버트, 칼리 피어스 등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컨트리 아티스트들을 소개했다.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의 글로벌 데뷔 프로젝트  

2022년 오디션 프로그램 '엔오디션(&AUDITION)' 진행 및 일본 방송 결정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진행된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에서 두각을 드러낸 4명의 멤버들 (케이, 니콜라스, 의주, 타키)과 함께할 멤버들을 공개 모집한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 공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한 공간 산업과 MD 산업 등 일본 시장에 맞는 사업을 전개 중이다.


마지막으로 박지원 CEO와 방시혁 의장이 등장해 설명회를 마무리지었다.


음악에 기반하지만 특정 산업 영역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일들을 준비하면서 한계 없이 상상하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것이 하이브가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입니다.

하나의 정해진 방향만이 정답이 될 수 없는 ‘무경계’의 시대엔, 더 많은 협업과 소통이 필요하고, 이럴 때일수록 ‘왜 하는가’에 대한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코멘트


SM이 'NCT 할리우드' 프로젝트를 선언한 데 이어 하이브도 글로벌 오디션을 예고했다. '아이랜드'와 엔하이픈으로 쌓은 경험치, 하이브 아메리카 설립과 미국에서의 BTS 인기를 바탕 삼아 글로벌 여성 팝 그룹을 제작하겠다는 포부다. 사실상 여성 그룹이 없는 하이브가 국내 데뷔를 목표로 준비 중인 걸그룹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제2의 데스티니스 차일드, 푸시캣 돌스, 리틀 믹스 같은 팀을 만드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 점에서 민희진 이사가 영상에 등장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데이브 볼노, 스콧 보체타의 등장은 하이브가 한국을 넘어 유니버설 그룹과 함께하는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했다. 북미 시장에는 하이브 아메리카가 케이팝 기업이 아닌 세계적인 음악 기업이자 미국에서 인기 있는 컨트리 장르 뮤지션들도 함께하고 있음을 어필했고, 한국에서는 기획사 이미지를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입지를 굳히고자 했다.     


2021 HYBE BRIEFING WITH THE COMMUNITY


대안 문화로 주목받는 케이팝 회사의 설명회에 음악계를 주도하는 백인 남성들이 등장한 모습은 어색했다. 다만 하이브가 그런 '주도적인 기업'이라 생각하면 빠르게 납득이 간다. 지금 하이브는 영향력, 자본, 규모 모두 음악 산업계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무모해보일지라도 '선 확장 후 조정'을 밀고 나가는 과감한 결단력 역시 겸비하고 있다.


이번 사업 설명회를 통해 하이브는 오래도록 케이팝 업계의 절대 목표였던 생존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자 하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 모토가 'Boundless'다. 여러 질문을 던진 하이브의 사업설명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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