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숏 폼 동영상 플랫폼을 넘어 음악계 가장 중요한 서비스로
2021년도, 2022년도, 새해 첫 히트곡은 틱톡에서 나왔다. 지난해 1월 8일 세상을 놀라게 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rivers license'에 이어 올해는 캐나다의 18살 싱어송라이터 로렌 스펜서-스미스(Lauren Spencer-Smith)의 'Fingers Crossed'가 히트를 예약했다.
28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한 로렌 스펜서-스미스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노래를 하며 팬을 모았다. 2020년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머지않아 기성 시스템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히트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애절한 이별을 다룬 'Fingers Crossed'는 소셜 미디어 상의 입소문을 타고 빌보드 싱글 차트 90위에 올랐으며 영국 차트 톱 텐 진입을 앞두고 있다.
틱톡의 다음 희생양은 스포티파이가 될 것이다 (더 허슬)
틱톡은 어떻게 음악 산업을 바꾸고 있나 (인사이더)
스포티파이는 Z세대 포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
내일의 슈퍼스타들도, 주류 미디어가 불러주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싱어송라이터들도 모두 틱톡을 찾는다. 미국 틱톡 사용자의 75%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고, 63%가 새로운 노래를 듣는다. 틱톡에서 바이럴을 일으킨 175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했는데,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틱톡 사용자의 67%가 틱톡에서 들었던 노래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찾아 듣는다.
2021년 12월 틱톡이 공식 뉴스룸에 공개한 뮤직 리포트를 통해 현재 틱톡의 영향력과 향후 음악 시장에서의 전망을 살펴본다.
타이 베르데스(Tai Verdes)는 버라이즌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발표한 'Stuck In The Middle'으로 틱톡에서 인기를 얻어 후속 싱글 'A-O-K'를 통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호주 시드니 출신의 래퍼 마스크드 울프(Masked Wolf)가 2019년 발표한 'Astronaut In The Ocean'은 틱톡에서의 성공을 통해 빌보드 싱글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마찬가지로 호주 출신 2003년생 젊은 래퍼 더 키드 라로이는 틱톡에서의 인기를 발판 삼아 2021년 가장 큰 히트곡 중 하나인 'Stay'의 주인공이 됐다.
틱톡의 유행은 국적과 나이,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2021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 팀 모네스킨은 이탈리아의 록 밴드로, 포 시즌스의 'Beggin'' 커버 곡이 틱톡 바이럴을 일으키며 미국에서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아마아레(Amaarae)는 독특한 리듬감과 인터넷 세대의 연약한 스타일을 결합하여 아프로 팝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17살 아티스트 엘리오토(ElyOtto)의 하이퍼 팝 'SugarCrash!'는 올해 틱톡에서만 680만 건 이상의 영상 제작을 부른 히트곡이다. BBC가 선정한 사운드 오브(Sound of) 2022년 리스트에 오른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드럼 앤 베이스 베드룸 팝 싱어송라이터다.
신인 가수는 틱톡에서 역량을 쌓고 성공의 기회를 탐구한다. 캐나다의 무명 싱어송라이터 제시아는 무심코 생각난 후렴 한 구절을 틱톡에 업로드했다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후 프로듀서 엘라이자 우드의 도움을 받아 'I'm not Pretty'라는 곡을 발표하여 스포티파이 90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가수를 꿈꾸는 틱토커 레야나 마리아(Reyanna Maria)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곡을 커버하던 와중 틱톡의 '듀엣' 기능을 활용해 카토프로듀서(@katoproducer)의 비트에 부른 노래로 호응을 얻어 'So Pretty'라는 곡을 완성했다.
유명 틱토커가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팔로워 1억 3천만 명을 거느리며 지난해 209억 원 수익을 올린 18세 슈퍼스타 찰리 다멜리오의 언니 딕시 아멜리오가 'Be Happy'를 발표해했고, 8,30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에디슨 레이 역시 'Obbessed'를 발표하며 가수에 도전했다.
이벤트성 싱글을 넘어 의미 있는 결과물도 나왔다. 8,2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필리핀계 미국인 틱토커 벨라 포치(Bella Poarch)는 지난해 5월 발표한 곡 'Build a B*tch'로 유튜브 조회수 3.5억 회를 기록하며 차세대 팝스타의 가능성을 알렸다.
음원 차트, 라디오 히트곡을 통해 음악을 알리는 방법은 검증된 전통이지만 신예 아티스트들에게는 허들이 너무 높다. 이들에게 틱톡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먼저 팬덤을 만들고 소통하며 스스로 역량을 증명하는 자리가 되었다. 음반사와의 계약, 싱글 발표는 그다음 단계다. 뮤직 비즈니스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 2년 간 틱톡 최고의 인기 가수는 래퍼 메간 더 스탤리온이다. 2020년 'Savage'와 'WAP', 'Body'까지 히트 싱글을 쏟아낸 메간 디 스탤리온은 2021년에도 'Cognac Queen', 'Thot Shit', 'Cry Baby' 등 노래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댄스 챌린지와 바이럴 비디오를 유발했다.
2위는 도자 캣이다. 2019년 'Say So' 챌린지를 불러일으키며 대중음악계에 화려한 등장을 알린 도자 캣은 올해 야심만만한 [Planet Her] 앨범과 'Kiss Me More'로 틱톡 스타의 면모를 뽐냈다.
오랜 시간 동안 주목할 만한 신인 아티스트를 찾는 가장 힙한 방법은 스포티파이의 '뉴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것이었다. 2021년에는? 틱톡에 접속하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틱톡은 직접 유행을 창조하고 아티스트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존재감을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 틱톡의 주 향유층 Z세대가 성장하여 구매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틱톡에서의 뮤직 비즈니스도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될 것이 당연하다.
⭐️ 2021년 틱톡 TOP 10 인기 아티스트 ⭐️
메간 더 스탤리온
도자 캣
팝후나(PoppHunna)
올리비아 로드리고
카디 비
영매니(YungManny)
솔자 보이(Soulja Boy)
드레이크
케빈 게이츠(Kevin Gates)
코이 리레이(Coi Leray)
틱톡이 가져온 또 하나 중요한 음악 시장의 변화는 역주행이다. 이미 우리는 2020년 'Dreams'의 귀환을 목격한 바 있다. 네이선 아포다카라는 남자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크랜베리 주스를 마시는 쿨한 영상을 업로드한 덕에, 1977년의 명반은 다시 한번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는 쾌거를 기록했다.
2021년에도 수많은 과거의 아티스트들이 재미있는 짧은 영상에 힘입어 다시 돌아왔다. 미국의 레트로 흐름을 주도한 장르는 알앤비/ 디스코 / 힙합으로, 1위에 오른 곡은 영국 프로듀서 마제스틱(Majestic)의 리믹스로 다시 태어난 보니 엠의 'Rasputin'이다.
반 맥코이의 'The Hustle'와 비지스의 'More Than a Woman'이 흥겨운 댄스 리듬을 이어가는 사이, 솔트 엔 페파의 'Whatta Man'과 런디엠씨의 'It's Tricky'가 힙합 지원 사격을 가했다. 한국에서도 인기 틱톡 노래였던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Let's Groove'는 10위에 안착했다.
팝의 거장들도 젊은 세대에게 친근히 접근할 수 있는 틱톡 플랫폼에 적극적이다. 올해 틱톡 계정을 개설하여 97만 명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비틀즈는 피터 잭슨의 '비틀즈 : 겟 백' 다큐멘터리 홍보를 위해 다슈의 숏 폼 콘텐츠를 제작했다. 레드 제플린은 1971년작 [Led Zeppelin IV] 앨범 발매 50주년을 기념해 '#록토버(#RockTober)' 바이럴을 유발했으며, 40년 만에 새 정규작 [Voyage]로 돌아온 아바 역시 앨범 공개 전 틱톡 계정을 만들어 20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틱톡은 5년~25년 전 발표된 곡을 '컴백 트랙'으로 명명하며 Z세대가 이해하는 '과거의 곡'을 정의하는 데도 열심이다. '컴백 트랙' 차트에는 데스티니스 차일드, 키드 커디, 브리트니 스피어스, 마이크 포스너,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보인다. Y2K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짙어진다.
틱톡은 강력한 팬 플랫폼이자 자신의 작품을 예고하고 홍보하는 거대 미디어다. 2019년 '이햐 챌린지'를 주의 깊게 바라보던 소셜 미디어 스타 릴 나스 엑스는 나른한 카우보이 힙합 찬가 'Old Town Road'로 시대를 저격하며 빌보드 싱글 차트 18주 연속 1위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1년 세상과 맞서 싸운 정규 앨범 [Montero]를 발표한 그는 이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업계 최고의 팝스타다.
차근차근 재능을 다져가던 디즈니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2021년 파워 발라드 'drivers license'를 발표하며 그를 따르는 미국 십 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drivers license' 발매 이후 1월에만 틱톡에서 7억 2천만 회 이상의 관련 영상이 쏟아졌다. 그다음은 누구나 아는 대로. 2021년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해였다.
음반 마스터권을 빼앗겨 과거 자신의 작품을 새로 녹음하여 공개 중인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틱톡을 통해 튼튼한 팬덤을 확보했다. 틱톡의 #스위프트톡(#swifttok)은 46억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해시태그다. 지난해 8월 틱톡 계정을 개설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천만 구독자를 달성하며 [피어리스(Fearless)]와 [레드(Red)] 재녹음반을 홍보했다.
특히 [레드]의 수록곡이자 테일러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 'All Too Well'의 10분짜리 버전은 공개 첫 주에 틱톡에서 81,000 건 이상의 콘텐츠를 불러일으키며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가장 긴 러닝타임 노래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에서의 틱톡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산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음악 감상에 익숙한 환경, 높은 유튜브 점유율, 중국 서비스에 대한 거부 정서 등이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즈는 한국에서 틱톡을 대체하고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틱톡이 대중화되지 않았을 뿐, 틱톡의 양식은 한국 음악계에도 여러 의미 있는 현상을 만들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글로벌 팬덤 확보를 위해 틱톡 활용에 적극적이다. 한국 틱톡 팔로워 1위를 기록 중인 BTS를 필두로 블랙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 엔하이픈, 스트레이 키즈, 있지부터 다양한 케이팝 그룹이 수많은 챌린지와 바이럴을 유도 중이다. 에스파의 'Next Level', 스테이씨의 'ASAP'는 춤으로 바이럴을 만들어낸 사례다.
2020년부터 틱톡에서 계정을 만들어 활동해왔던 한국의 케이팝 댄서들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른 해였다. 엠넷의 히트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한 댄서들은 구독자 100만 명을 보유한 아이키, 18만 명의 허니제이 등 방송 전부터 틱톡을 통해 팬덤을 확보하고 있었다. 유튜브로 출발한 땡깡은 2021년의 시작과 함께 틱톡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유명 케이팝 그룹이 컴백과 동시에 찾는 유명 바이럴 크리에이터로 자리 잡았다.
거장부터 현대의 팝스타, 신예 아티스트들이 자리 잡아가는 해외 시장과 비교해보면 한국 틱톡은 오히려 더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 볼 수 있다. 규모 있는 케이팝 아티스트보다 장르 아티스트, 이제 막 음악에 발을 뗀 창작가들이 자신의 결과물을 부담 없이 공유하여 대중의 피드백을 확보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용이한 곳이다.
물론 단순히 틱톡 계정을 만든다고 인기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매력적인 곡을 쓸 수 있는 능력,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가창 혹은 연주, 뉴미디어 시장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가 조화를 이룰 때 바이럴이 발생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흐름이 발생하는 예측 불가의 음악 시장에서 한 가지 예언을 해본다. 2022년 '틱톡 문법'을 이해하고 감각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가 반드시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