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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an 05. 2022

[해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탐구]
② 스포티파이

국내 상륙한 글로벌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한 해 성적은?



OTT 서비스 전쟁이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 기존 서비스들에 더해 애플TV+(애플티비플러스), 디즈니+(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서비스까지 국내 서비스를 개시했고,  대규모 국내 채용 공고를 낸 HBO 맥스와 파라마운트 플러스, 디스커버리 플러스 등 서비스도 한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작금의 OTT 경쟁 구도를 미리 경험한 시장이 있다. 음악 스트리밍 시장이다. 2021년 여름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국내 진출한 데 이어 기존 서비스를 제공하던 유튜브 뮤직과 애플 뮤직도 음원 강화 및 시스템 개선, 요금제 옵션 추가를 통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해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현황과 사용기를 살펴보며 향후 영상 OTT 시장의 흐름을 점쳐볼 수 있는 시리즈를 준비했다.


스포티파이

국내 상륙한 글로벌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지난해 12월 18일, 스포티파이가 국내 서비스 론칭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부터 저작권 신탁 단체들과 음원 제공 저작료 배분 논의를 시작해온 글로벌 공룡 스트리밍 플랫폼이 한국 지사 설립, 온라인 광고 대행사 선정, SNS 계정 개설 등 오랜 과정을 거쳐 한국 시장에 발을 디딜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후 해를 넘겨 2월 2일,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스포티파이의 한국 서비스가 시작됐다. 


10개월이 지나 2021년의 끝에 다다른 지금 스포티파이의 성적표는 어떨까. 도입 첫 달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이후 한 달 동안은 점유율 0.5%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6~7월부터 이용 지표 개선을 보여주며 사용층을 확보한 모습을 보였다. 스포티파이 역시 차분한 자세로 한국 시장에 접근 중이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의 올 3월 스포티파이 뉴스룸 인터뷰처럼, 스포티파이는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한국시장만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전진"했다.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매년 연말마다 청취자의 음악 감상 이력 및 취향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데이터 '랩드' 서비스가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형태의 짧은 영상 속 감각적인 그래픽과 일목요연한 수치를 제시하는 '랩드' 서비스는 스포티파이의 강점으로, 현재 대다수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 및 OTT 서비스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나 '랩드' 만큼 널리 공유된 경우는 드물었다.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3억 8,100만 명 이상의 가입자, 1억 7천만 명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스포티파이는 7천만 곡 이상의 곡과 40억 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184개국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글로벌 점유율 35%로 음원 플랫폼 중 1위다. 애플 뮤직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영미권 국가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곧 스포티파이를 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2008년 스포티파이가 세상에 등장하기 전까지 전 세계 음원 시장 매출은 약 170억 달러였고 그중 스트리밍 수익은 2%에 그치는 수준의 3억 달러에 불과했다. 스포티파이가 음악 감상의 개념을 스트리밍으로 정착시키며 2019년 음반 산업 총수익은 2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인 114억 달러가 스트리밍에서 나왔다. 스포티파이의 흥행은 글로벌 음악 산업에 새로운 전성기를 가져다주었다. 


한국 서비스 공식 론칭 전부터 스포티파이 국내 서비스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다. 유료 VPN 서비스를 구입하고, 해외 결제 카드를 발급받는 수고를 들여서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악을 듣는 이들도 많았다. 그중에는 나도 있었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스포티파이를 사용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세련된 UI/UX가 눈을 사로잡았다. 투박한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 화면에 익숙해 있던 내게 스포티파이의 생태계는 요즘 단어로 '힙'한 것이었다. 깔끔한 검은 바탕에 감각적인 플레이리스트 썸네일, 다양한 색 플래그와 이미지로 선명하게 분류된 카테고리, 간결한 현재 재생 화면이 직관적인 사용을 유도했다. 특히 카테고리 분류를 검색 탭에 놓은 아이디어가 탁월했고, 곳곳의 재치 있는 문장(카피)이 친근한 인상을 불렀다. 현재 대부분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디자인은 대부분 스포티파이를 기초로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무료 서비스의 가치였다. 별도의 비용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었다. 물론 무료 사용자가 모든 기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료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 무작위 감상이 기본이며 시간당 6개의 트랙을 건너뛸 수 있다. 반드시 광고가 붙고 음질도 낮다. 하지만 애플 뮤직 서비스 전부터 아이튠즈 라디오를 통해 비슷한 경험으로 음악을 듣던 내게는 스포티파이의 무료 서비스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와닿는 강점이 바로 큐레이션 기능이었다. 많은 이들이 스포티파이의 개인화 기능, 맞춤형 플레이리스트에 찬사를 보내지만 그 바탕의 무료 서비스를 통한 유저 확보와 데이터베이스 확충을 간과한다. 스포티파이는 무료 고객에게도 청취 기록을 바탕 삼아 '디스커버 위클리', '데일리 믹스' 등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여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다. '릴리즈 레이더' 플레이리스트에서는 팔로우한 아티스트의 신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티파이의 개인화 서비스는 BaRT(Bandits for Recommendations as Treatments)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크게 사용자의 신상과 청취 패턴을 기반으로 하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노래의 특징을 감지하여 유사한 곡을 분류하는 로우 오디오 모델(Raw Audio Models), 음원의 언어와 가사 및 인터넷에서의 내용을 태그로 정리하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알고리즘으로 구축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조하면 좋다. 


이를 바탕으로 스포티파이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음악 추천 기능을 선보였다. 사용자의 취향에 완벽히 부합하면서도 위화감 없이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 서비스는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강점이다. 2021년 1분기에만 5억 유로 이상의 연구비를 투자한 스포티파이의 R&D 분야가 궁금하다면, 스포티파이가 제공하는 R&D 전용 사이트를 확인할 수도 있다. 



설명이 길었다. 이제 한국에서의 스포티파이 경험을 이야기해보자. 아쉽게도 무료 서비스가 없다. 개인 매월 10,900원, 2개 계정을 사용할 수 있는 듀오 16,350원 플랜이 전부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지만 이유가 있다. 국내에서의 광고 기반 무료 음원 서비스는 해외 서비스에 비해 3~4배 정도 높은 스트리밍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높은 음원 사용료가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비싼 가격이 부담이었는지 지난 6월 25일 설문조사를 통해 6,900원 | 7,900원 요금제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시작했다. 부가세는 별도다. 처음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7일간 무료 체험, 구독 가입 시 3개월 무료 체험을 제공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스포티파이만의 디자인과 장르 분류, 아티스트 추천 기능은 이제 서비스하지 않는 플랫폼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음원 사재기 논란에 홍역을 앓으며 유튜브에 점유율을 빼앗기던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스포티파이 국내 진출 소식과 더불어 대대적인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열악한 UI/UX를 개선했고 홈 화면에 차트 대신 개인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더했다. 세계적으로 자리 잡은 팟캐스트 서비스 도입에 맞서 국내 유력 팟캐스트 서비스와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확보했다. 


이에 스포티파이는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 고유의 강점을 상당수 상실한 상태로 첫 발을 내디딜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시와 동시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니뮤직, NHN벅스, 다날엔터테인먼트, 드림어스컴퍼니가 음원 공급을 중단했다. 2016년 애플 뮤직의 국내 진출 당시 수익 배분 관련 진통이 반복된 것이다. 현재는 문제가 해결되어 대부분 국내 음원을 즐길 수 있다. 



여러 굴곡에도 2021년 스포티파이는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비록 소수지만 저력을 체감한 이들을 충성 고객으로 유치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및 싱어송라이터들이 부른 커버 버전과 비공식 음원, 라이브 음원, 영화와 게임 OST까지 기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접할 수 없는 노래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검증된 개인화 기능은 쓰면 쓸수록 정교해진다. 즐겨 듣는 아티스트를 위주로 한 '즐겨 듣는 믹스'와 '데일리 믹스', 청취 기록을 바탕으로 한 '오늘의 추천'과 '새 위클리 추천곡', '신곡 레이더'는 성실하게 놓친 곡을 추천하며 익숙한 노래들을 포함해 자연스러운 반복 청취를 유도한다. 글로벌 서비스답게 지금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인기 곡의 청취 횟수를 통해 손쉽게 곡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카테고리 항목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신인 아티스트를 집중 조명하는 '레이더(RADAR)' 프로그램과 '프레시 파인즈(Fresh Finds)', 전 세계 여성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이퀄(EQUAL)'과 블랙 뮤직을 집중 조망하는 '프리퀀시(Frequency)' 탭은 스포티파이가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한다. 스포티파이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스포티파이 싱글즈(Spotify Singles)',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리지널 게임 사운드트랙을 제공하는 게임 탭 등도 독특하다. 


개인적으로 자주 활용하는 기능은 '라디오 보러가기'다. 특정 곡과 유사한 무드의 플레이리스트를 자동 생성하는 '라디오 보러가기' 기능을 통해 간단히 2시간 30분 ~ 3시간 분량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대체로 무난한 선택지가 되며 모르는 곡을 발굴하기도 한다. 물론 정교하지 않을 때도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로킹한 'LO$ER=LOVER' 라디오를 만들었더니 케이팝과 힙합 중간의 어중간한 결과물이 나왔다. 다행히 이런 경우는 소수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데도 스포티파이가 압도적으로 편하다. 애플 뮤직의 경우 안드로이드 기반 유저들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자유로운 공유 및 감상이 어렵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웹과 모바일 환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고 수록한 노래들을 분류하며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 각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맞춰 친화적인 썸네일을 만들어주는 것은 덤이다. 



해외 서비스, 감각적인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는 스포티파이를 '힙'한 서비스로 각인했다. 이 성과만으로도 스포티파이는 한국 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첫 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아티스트들을 위한 수익 모델, 창작가들을 위한 팟캐스트 서비스 등이 속속 도입되어 활성화되면 점유율과 무관한 스포티파이만의 강점을 갖춰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 부류의 음악 감상자들에게 스포티파이를 추천한다. 첫 번째 그룹은 일상의 배경으로 항상 음악을 재생하지만 음악에 대해 자세히 파고들 시간이 없는 경우다. 이들에게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과 라디오 스테이션 서비스가 아주 유용하다. 반대로 하루 종일 음악에 집중하며 영감을 얻고자 하는 고관여자들에게도 추천한다.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 서비스와 감각적인 뉴스룸은 소비자로 하여금 업계의 최전선에 함께하고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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