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UI 그리고 추천 알고리즘까지.
드디어, 드디어!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작년 한국 지사 설립 소식이 들려온 뒤부터 앱 런칭 계획이 스멀스멀 입소문으로 퍼지더니 2021년 2월, 드디어 한국 앱스토어에 정식 출시됐다. 앱스토어에 스포티파이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가서 앱을 설치하고 가입까지 마친 애플뮤직 유저가 나야 나.. 며칠간 애플뮤직 대신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며 느꼈던 점을 UX/UI, 테크 관점에서 리뷰해 보았다.
먼저 스포티파이에 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스포티파이(spotify)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음원 스트리밍 및 미디어 서비스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만 전체 가입자 수가 3억 2000만 명에 달하며, 2020년 기준 118개의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가 이렇게까지 글로벌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 무료 계정으로 서비스 이용이 이용하다는 점과(물론 이 경우, 노래 사이사이에 광고가 흘러나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완성도 높은 큐레이션으로 유저들을 만족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아쉽게도 현재 한국에서는 스포티파이 영구 무료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대체 옵션으로 Spotify Premium 7일 무료 체험 기능이 제공되고 있다. 별도의 결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스포티파이 앱을 설치하고 가입만 하면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다. 단 이 경우, 한 개의 디바이스(휴대폰)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Premium 요금제 가입시에는 3개월간 무료 체험도 가능하니 참고가 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의 가격 경쟁력은 어떨까? 서비스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스포티파이의 요금 정책은 타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특히 애플뮤직 사용자)들에겐 초유의 관심사였을 테다. 먼저 개인의 경우 매월 10,900원(부가세 별도)이 정기 결제되며, 여러 디바이스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듀오의 경우 16,350원의 가격으로 프리미엄 계정을 별도로 추가 생성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는데 말 그대로 2인 이상의 듀오를 위한 요금제다.
그렇다면 한국에 먼저 상륙한 sunbaenim 애플뮤직의 요금제와 비교해 보자. 애플뮤직의 개인 계정의 경우 월 8,900원의 가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6인 이상 사용 가능한 패밀리 플랜의 경우 13,500원 선으로 가격 형성이 되어있다. 개인 계정의 가격만 놓고 보면 애플뮤직이 스포티파이보다는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재생+무제한 스트리밍이 가능한 국내 멜론의 음악이용권도 정가는 10,900원인 걸 고려하면(물론 각종 제휴 할인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그다지 터무니없는 가격 책정이라고만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들을 수 없는 음악들(카카오M)이 적지 않다는 점과 국내 이용자들에게 별 다른 할인 옵션이 제공되지 않는 점은 분명 아쉽다. 해외의 경우, 학생 할인이 제공되고 있는데 현재 한국 서비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스포티파이의 프리미엄 요금제(유료 멤버십)의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하면 다만 듀오일 텐데, 한 개의 계정으로 여러 개의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뮤직의 패밀리 플랜과 달리 스포티파이는 두 개의 별도 계정이 생성 가능하다는 점에 그 차이가 있다.
스포티파이 국내 상륙 후 각종 SNS에선 애플뮤직이 그랬듯, 가격뿐만 아니라 저작권 이슈로도 한동안 시끄러웠었다. '스포티파이에는 아이유가 없다, 에픽하이가 없다'라는 말이 역시나 또 나왔는데, 해당 저작권 이슈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고해 봐도 좋을 듯하다. (늘 그렇듯 소비자만 애가 탈뿐이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웹 플레이어도 지원하고 있지만 본문에서는 앱의 UX, UI 경험 위주로 다루고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취향을 수집하다.
스포티파이 앱을 설치하고 로그인하면 왼쪽과 같은 취향 수집의 화면이 발생된다. 사용자는 그저 아티스트를 선택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화면을 체험하며 자신의 선호도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어떤 사용자는 이마저 귀찮아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이 과정을 통해 '내 취향을 기반으로 추천이 이루어지겠군'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미 애플뮤직도 위와 동일한 방법으로 사용자가 좋아하는 장르,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스포티파이는 가장 상단에 Kpop 카테고리를 배치해 뒀다는 점이랄까.
취향 정보를 제공하고 앱의 홈 화면에 도달하면 사용자가 제공한 취향 정보에 기반한 메인 화면이 보인다. Daily mix가 그 대표적인 예시인데, 사용자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장르를 기반으로 추천이 일어난다. 데일리 믹스의 경우, 특정 요일에만 업데이트가 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음악을 더 자주 들을수록 업데이트 주기가 빨라진다는 특징이 있어서 사용자의 취향 반영, 즉 큐레이션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Pros. 애플뮤직만 n년간 사용 중이다 보니 취향 기반의 큐레이션은 사실 크게 낯설지 않다. 다만 몇 번 사용해보고 기대 이상이라고 느꼈던 점은 서비스에 제공한 취향 정보가 크게 다양하지 않았는데도(실험을 해보고 싶어서 나름대로는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했다.) 큐레이션이 아주 뾰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스포티파이는 정확히 내 취향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곡들과 아티스트만 추천하고 았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스포티파이의 추천 알고리즘에 관해 아래에 글을 써보았으니 계속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편의를 생각하다.
왼쪽은 스포티파이의 장르 화면이다. 오른쪽은 애플뮤직의 메뉴 화면인데 같은 선상에 놓고 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위에서 애플이 카테고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니 장르 대신 카테고리로 통일해 부르겠다.) 먼저, 스포티파이는 카테고리를 검색탭에서 제공하고 있다. 하단의 네비게이션 바의 검색 버튼 한 번만 터치하면 바로 검색창과 카테고리를 불러오는 반면, 애플뮤직은 브라우저 탭 가장 아래 위치한 카테고리 메뉴를 터치해야 선택 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카테고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스포티파이와 다르게 오직 텍스트로만 카테고라이징이 되어있다보니, 사용자가 체감하는 뎁스는 전자에 비해 더 깊다.
자꾸 스포티파이 글에서 애플뮤직의 상대적 불편점을 거론해서 어쩐지 조금 미안한데, 오른쪽 애플뮤직의 인터페이스를 보면 Browse와 Search 탭이 분리되어 있다. 네비게이션 바만 보고는 사실 두 탭의 차이를 쉽게 인지하기 어렵다.
Pros. 스포티파이는 상당히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관적이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할 수 있어 첨언을 하면, 검색 기능은 말할 것도 없이 곡이나 아티스트를 '찾는' 용도로 쓰이는 기능이다. 사용자 플로우 상에서의 '찾기'에 해당되는 핵심 액션으로 사용자는 보통 어떤 장르를 찾거나 탐색하기 위해 카테고리에 접근을 시도하는데, 컨텍스트를 공유하는 두 기능을 한 페이지에 묶어 제공하고 네비게이션 바에서 바로 접근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보인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카피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며 느꼈던 점은 화면 곳곳에 위트 있는 마이크로카피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는 점이었다. 검색 기록이 없으면 'Play what you love(한국어 패치 : 좋아하는 콘텐츠 재생하기)'라는 문구를, 라이브러리에서는 'Albums you like will appear here(한국어 패치 : 고객님이 좋아하는 앨범이 여기에 표시됩니다)'라는 카피가 보인다. 프리미엄 구독 탭에서는 'You can't subscribe to Spotify Premium from the app. We know, it's not ideal(한국어 패치 : 앱에서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구독하실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카피가 표시되는데, 사실 앱에서 구독이 불가능하다는 건 큰 불편점이다.
그럼에도 We know, it's not ideal이라는 저 귀여운 카피 덕분에 가볍게 피식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 되어버린다. 물론 한국어로 앱을 사용 시 죄송합니다, 고객님과 같은 딱딱한 표현으로 보여지고 있지만 시스템 언어를 영어로 설정하면 위와 같은 카피가 확인 가능하다. 이런 카피들은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해당 화면에서 어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지 사용자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게끔 만든다.
듣기와 보기가 동시에 가능하다면
사용 중 스포티파이만의 차별점을 또 하나 발견했는데, 그건 듣기와 보기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모든 곡들이 지원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특정 곡들에서만 위와 같이 재생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곡을 재생하면 스트리밍 화면에서 해당 곡의 MV 화면 중 일부 구간이 반복해서 디스플레이된다.
Pros. 스포티파이는 취향에 기반한 추천을 잘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한편으로는 사용자가 새로운 취향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떤 아티스트를 우연히 접하게 되어 가장 유명한 곡을 재생했다고 치면, 위와 같은 플로우로 동작하게 된다.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의 MV 일부분을 백그라운드 비디오를 통해 시각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이 기능은 Canvas라고 불리고 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Canvas라는 기능을 도입한 후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Canvas를 본 사용자의 경우 대조군 대비 스트리밍 시간이 평균 5% 정도 증가했으며 트랙 공유율은 145%, 플레이리스트 추가 비중은 20%, 아티스트 프로필 페이지 방문 비율은 9%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스포티파이가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을 사용자가 발굴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돕고 있다는 가설은 이로써 증명된 셈이다.
스포티파이 코드로 공유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듣고 있는 음악을 다른 이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코드를 제공한다. 생성된 코드를 다른 이가 스포티파이를 통해 스캔하면 공유받은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인데, 단순히 링크로 공유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로 커버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스포티파이 사용자는 서치 탭에서 카메라 아이콘을 선택하면 스포티파이 코드를 스캔할 수 있다.
이퀄라이저로 섬세한 청취
스포티파이는 EQ 기능까지도 제공하고 있는데, 사용자가 임의로 베이스를 조정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역대의 사운드로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현재는 설정의 재생 메뉴에서만 제어가 가능한 부분이라 EQ가 어딨지? 하며 해당 기능을 찾느라 조금 헤맨 것은 비밀 아닌 비밀.
Cons. 국내 음악 스트리밍 앱인 멜론의 경우 재생 목록 화면에서 EQ 버튼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해당 버튼을 전면에 배치하지 않고 있는데, EQ 기능을 바로 터치 가능한 영역에 배치하지 않은 것은 혹시나 EQ값을 오설정해 청취 경험을 망칠 수 있는 것을 염려한 일종의 대비책이 아닌가 싶다. 또는 모든 사용자에게 필수적인 기능이 아니라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번 설정에 들어가서 EQ를 설정하는 것이 조금 번거롭게 느껴졌는데,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불편이기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용자들의 청취 패턴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다.
스포티파이만의 뾰족한 큐레이션
위에서 이미 한 번 언급한 바가 있지만, 스포티파이는 추천 플레이리스트 업데이트 속도가 매우 빠르게 느껴졌다. '큐레이션이 뾰족하다'라고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속도 덕분이 아닌가 싶은데, 실제로 데일리 믹스의 경우는 최대 6개의 플레이리스트로 생성이 되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스포티파이의 추천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었다.
물론 데일리 믹스 말고도 내가 좋아할 만한 곡으로 정기적인 추천이 이루어지는 디스커버 위클리라던가, 금요일마다 최신 음악을 소개하는 릴리즈 레이더도 있다.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은 기존의 음원 스트리밍 앱과 무엇이 다르길래 이토록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까?
스포티파이의 홈 탭은 BaRT(Bandits for Recommendations as Treatments)라고 불리는 AI 시스템에 의해 관제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AI가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자세히는 몰라도,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들을 추천해주고 계속해서 청취하게끔 유도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이 BART라는 친구는 어떻게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들을 '발굴'해 제안할 수 있었을까?
스포티파이의 엔지니어링 블로그 및 미디엄을 참고하여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스포티파이의 추천은 흔히 선호도, 취향 정보를 모을 때 주로 이용되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과 NLP 그리고 Raw audio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위의 방식들은 추천 알고리즘의 핵심 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에서 이용되고 있다. 넷플릭스, 틱톡, 왓챠, 페이스북.. 사실상 큐레이션을 정면에 내세우는 서비스 대부분이 위와 같은 추천 알고리즘을 구현해 적용하고 있다.
먼저 협업 필터링 부분부터 살펴보자면, 스포티파이는 1,6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하루에 몇 번 특정 아티스트의 음원을 재생하는지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며 음악을 듣는지를 추적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겐 사용자의 나이 역시 중요한 지표였다고 하는데,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어지는 부분은 흔히 '음악 정체성'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사용자가 미래에 들을 음악들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고도 보았다. 위치 데이터나 청취 시즌(크리스마스, 여름휴가) 역시 빠질 수 없다는 건 이미 모두 경험해 봐서 잘 알고 있을 듯하다. 12월은 머라이어 캐리 언니의 연금 시즌이라고도 불린다.
협업 필터링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스포티파이는 그중에서도 사용자 기반의 협업 필터링(user-based)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위에 예시 사진을 첨부했다. 이 경우 모수가 되는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것으로 보이며(뇌피셜), 실험 전 노이즈가 끼지 않도록 사용자 군을 밀도 있게 분류할 수 있는 점 역시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된다.
예를 들어 팀이라는 사람이 레드벨벳과 BTS, NCT, 태연, 아이유를 좋아한다고 치자. 에이미는 BTS와 NCT, 아이유, 블랙핑크, 트와이스를 좋아한다. 이 두 사람은 아이유와 NCT, BTS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럼 팀은 블랙핑크와 트와이스도 좋아할 확률도 높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협업 필터링 모델만으로는 새로운 음악을 추천해주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Raw audio 분석, 즉 오디오의 유사성을 찾아낼 수 있게끔 신경망을 학습시키는 방법이었다. 신경망 학습의 관한 내용과 원리는 아래의 미디엄 블로그에 잘 정리되어 있다.
짧게 정리하면(원문에서 이미 훌륭하게 정리해 주셨지만) 오디오 신호를 주파수 영역으로 인식하는 mel-spectrogram(스펙트로그램)을 통해 인간의 청각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리를 인식하고, 이를 신경망이 학습하여 유사한 노래들을 찾아 재생 목록을 생성하는 원리다. 위의 예측 모델은 기존의 사용자 선호도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도 새로운 음악과 장르를 추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플뮤직의 큐레이션은 하나의 테마로 작성된 플레이리스트였음에도 불구하고, 곡마다의 분위기에 상당한 차이를 보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100%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n년간 애플뮤직을 사용했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그런데 며칠 채 써보지도 않은 스포티파이는? 놀라울 정도로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고 있는 곡들의 분위기나 기조가 유사했다.
이 부분은 이미 틱톡 알고리즘 편에서도 작성했던 적이 있다. 음원 속 노래의 가사나 내용을 분석할 때도 활용되며, 웹에서 특정 아티스트나 곡이 어떻게 거론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단어들을 수집하고 스코어링해 어떤 단어가 가장 연관성이 높은지 분석한 뒤, 상위 태그들을 모아 모델링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위를 보면 알 수 있듯, NLP는 텍스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 텍스트 마이닝 시 해당 단어가 얼마나 중요도를 가지는지에 따라(기준은 빈도가 될 수도 있고, 문장 내 단어의 위치가 될 수도 있다.) 가중치를 부여한다.
정말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특히나 애플뮤직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상륙하면 그동안 간지러웠던 부분들을 속시원하게 긁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져있었다. 카카오m과 연관된 저작권 문제는 무척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글을 쓴 바 있기 때문에 따로 코멘트 할 부분이 더이상은 없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가격대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높게 책정되기는 했지만, 3개월 무료체험 후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스포티파이로 다시 이동하게 될 듯 하다. 애플뮤직에 만들어 놓은 플리가 몇 개인데, 그간 정이 얼마나 들었는데 바로 훌쩍 떠나기엔 무언가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귀 얇은 신규 사용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말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디폴트 볼륨이 타 미디어 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하지만 그 점마저도 사용자의 청취경험을 위한 특이점이라고 생각된다면 나는 이미 틀린 걸까? (눈물)
위의 원고는 '위시켓'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참고한 글]
https://engineering.atspotify.com/2013/05/13/analytics-at-spoti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