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인스타그램 #Likey
'Likey'의 정교한 인스타그램 세계는 판타지 세계의 트와이스를 현실로 데려온다. '이거 보면 웃어줘 그리고 꼭 눌러줘 / 저 밑에 앙증맞고 새빨간 Heart Heart'의 구체적인 묘사와 '자꾸 드러내고 싶지 자꾸만 /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부다 / 작은 화면 속에 내가 제일 예뻐 보이고파'의 심리는 일상 속 누나. 동생, 친구들의 피드(Feed)를 흐뭇하게 넘겨보는 듯하다. 도심의 일상 곳곳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유희를 만끽하는 청량한 모습이 무대 위의 1대 1의 정사각형 비율 속에서 '재생'되고, 우리는 텔레비전 필터를 씌운 신곡을 스트리밍 하는 것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곡과 무대가 그 자체로 일상 속 SNS 활동을 가져왔다.
영화 속 주인공들로 분한 치어걸 'Cheer up'부터 할로윈 파티의 'TT'와 'Knock knock'을 거쳐 초능력 외계소녀까지 도달한 'Signal'까지 트와이스는 분주하게 아홉 멤버들을 모두 '센터화'했다. 오디션 경쟁 < 식스틴 >을 뚫고 등장한 소녀들에겐 아이돌 그룹의 공식이라 할 수 있는 후렴부 단체 합창이나 단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전략은 카메라 필터를 직접적으로 등장시킨 가상의 롤플레잉 'Cheer up'이나 노골적인 코스튬 'TT'로 각 멤버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아주 얕은 팀으로의 정체성과 현실적 감각만을 남겨놓았다. 거대 걸 그룹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도 있었고, 그들 역시 코스튬을 입었지만 트와이스처럼 총천연의 인공적 비현실을 구현하지는 못했다.
'Likey'도 가상의 SNS 세계를 주제로 삼는다. 본래 소셜미디어 중에도 가장 인위적이고, 행복과 즐거움 또는 멋진 일상만을 투영하기에 '제3의 자아가 운영한다'는 오명이 있는 인스타그램이다. 그러나 묘하게 일상 밀착적인 가사와 일상 속 흔히 접할 수 있는 소녀들의 여름휴가는 (뮤직비디오 배경이 여름이다) 오드리 헵번 쯔위와 팅커벨 모모, 맨 인 블랙 나연과 토끼 다현이 엄연한 현실 속 인물임을 선언한다. 'Likey'는 더욱 스마트해지고 이미지 중심화된 모바일 사회에 맞춰 확장 전개하며 하루 속 어떤 모습을 포착해낸다. '인공의 인공 투영'이 '인공의 현실 투영'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다.
매니악한 전개가 현실 속으로 방향을 튼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TT'의 대성공 이후 'Knock knock'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트와이스의 '유아화'와 '인공화'는 'Signal'로 정점을 찍었는데, 초능력 소녀들의 외계 소년 짝사랑이라는 평이한 주제 아래 계속된 코스튬과 캐릭터 설정의 한계는 여전히 정상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장기적 안목에서는 논란을 불러왔다. 새로운 판타지의 무언가에 대한 압박과 고유 명사화된 멤버들의 캐릭터는 기획 면에서나 대중의 입장에서나 생각보다 빠른 피로를 불러왔고, 극단적으로 단순한 구조에 오락적 칩튠 사운드를 기획한 박진영의 편곡 역시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그룹 세계관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 없이 지속되는 판타지 기획의 어려움이 보다 손쉬운 'Likey'를 만든 셈이다. 여전히 인공적이지만 SNS라는 도구를 통해 현실과의 접점을 마련하며 최소의 인간미를 확보한다. 춤추고 노래하는 캐릭터들은 아니니까.
트와이스는 가상과 판타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극단적으로 단순한 애교와 예쁨으로만 콘텐츠를 전개해나간 팀이었다. 소녀의 짝사랑, 정신없을 정도의 애교와 '움짤' 양산의 포인트 댄스(혹은 율동), 판타지적 콘셉트가 알파이자 오메가였고 그 이상은 아홉 멤버들의 매력이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러나 국민 걸 그룹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계속된 이미지 소모가 팀의 신선함과 지속성을 갉아온 것도 사실이다. 'Likey'의 손가락 네모와 팔 네모의 속 멤버들은 여전히 가상의 이상형이지만, 갈수록 매니악해지던 캐릭터에서 벗어나 좀비 속에서 춤추던 'Ooh-ahh 하게'의 당찬 소녀들의 모습이 보인다. 세계관과 콘셉트, 판타지에 공들였던 올 한 해 아이돌 시장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