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이렇게 보낼 수 없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만 했다.
샤이니의 종현이 죽었다. 의식 불명...? 갈탄...? 왜...? 건조하기 짝이 없이 올라오는 수많은 뉴스 속보들을 일일이 찾아보면서 제길 그냥 의식불명이겠지, 하는 헛된 희망을 품곤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왜...?라는 우울한 의문만이 올라올 뿐이었다. 대체 왜. 열심히 하고 뭐든 활발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아 나섰던, 그러면서도 마음을 움직였던 친구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도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만 했다. 왜 그랬을까 뒤늦게라도 생각해보니 평소 생각이 많아 보였다거나, 우울의 여러 징조가 있긴 했었다거나 하는 부질없는 되새김질 정도만 떠올랐다. 우울증은 병이다. 아무런 징조 없어도, 씩씩하게 잘 살고 쾌활하고 진취적이라도 순식간에 사람 목숨 하나쯤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사람들이 그 사람의 우울과 마음의 심각한 병이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될 쯤엔 이미 극단적인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난 다음일 가능성이 높다. 가정환경, 타고난 성향, 주위 환경, 최근 사건, 내면의 불안... 이 모든 것의 트리거가 뭐였을까 대체.
그의 유서를 읽고 나서야 어느 정도 정리되는 뭔가가 있었다. 역시 별 다른 특별한 사건이랄 게 없어서 쇼크였다. 종현의 마음속엔 어둠이 자라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뿌리 깊은 어둠이 그를 잠식해나가고 있었다. 난 이 모든 과정에 아무도 힘이 되어준 사람이 없다는 게 더 기가 막혔다. 샤이니 종현 아닌가. 대한민국 탑을 달리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아닌가. 그런 사람이 힘들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병원이나 보내서 의사 하기 참 쉬운 의사들의 쓸데없는 위로나 듣게 시키고 앉아있었던 그 주위 사람들이 미워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SM과 기타 등등들이겠지.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 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
화려한 아이돌 무대 이면에 감춰진 개인의 고통은 음지를 통해 조금씩 이슈화되고 있었으나 관심은 미진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기형적인 구조다. 유년기를 좁은 연습실에서 강압적인 분위기로 버티면서 성장하다 십 대의 후반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고, 이후 그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유명세를 계속 유지하면서 사고 치지 않는 훌륭한 셀레브리티로 살아남는다는 게 그 어떤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가 거의 유일한 도피처 혹은 안식처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꿈이 있었기에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다', '간절하게 바랐던 소망이었다'라는 여러 달콤한 독약의 회상과 당장 너무도 큰 관심, 보상은 씬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왜곡했다.
당장 2017년 한국 가요계가 제일 신나게 누린 특수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아닌가. 비틀린 욕망의 코스튬과 비인간적인 폭언, 욕설을 방치한 사람들은 누군가. 아이돌 그룹의 큰 성공에 국위선양이니 문화의 미래라느니 하면서 자기 콘텐츠의 조회수를 올리려던 전문가들은 누군가. 어린 꿈들을 아이돌 산업이라는 거대한 불길 속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게 만든 미디어는 누군가. 십 대들의 제 1 장래희망을 가수로 만들어버린 건 누군가. 다 우리들이다.
달콤한 말과 긍정의 찬사를 남발하면서도 정작 그 당사자들이 살아갈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지는 무관심했던 사회는 종현의 병을 고쳐주지 못했다. 남일 같지가 않다. 제 2, 제3의 종현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말보다 제 1의 종현이 나와버렸다는 게 너무 황당하고 슬펐다. 난 그래서 이 모든 걸 좋은 곳에서 행복하세요라는 낭만적인 말로 끝내버릴 수가 없다. 다시는 그처럼 아픈 영혼이 대중의 사랑이라는 빛에 가려져 병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고통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