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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하는독서 Sep 08. 2021

딴짓이 만드는 세상

아이들 핸드폰 문제는 어른들이 마주쳐야  숙제 중에 숙제입니다. 아직 초등생인 둘째, 셋째는 특히나 핸드폰 문제를 간섭하지 않을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가 찾아오면서  수업과 학교 일정 확인을 위해서 없어서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매출이 떨어지던 컴퓨터 시장이 활기를 찾을 정도라 하니 코로나는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가정마다 태블릿과 노트북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해서 보니 우리 집도 구성원 모두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고, 노트북이 3, 태블릿이 2, PC 한대입니다.


컴퓨터로 줌을 듣게 해주었더니 남는 시간에 PC 게임으로 이어집니다. 또는 핸드폰으로는 다른 것을 하며 수업을 듣게 됩니다. 태블릿으로 줌을 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핸드폰으로 줌을 듣게 했더니 TV  놓고 딴짓을 합니다. 디지털 세상으로 편하게 변했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딴짓을 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아이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아른들도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의 초점이 다른 곳으로 자주 이동하는 것을 보곤 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는 말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존재입니다. 자신에게 기쁨을 주고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아이의 핸드폰을 가끔 검사를 하다 보면 핸드폰 꾸민 것도 그렇고 한정된 사용 권한 내에서 다양한 노력을  흔적이 보입니다. 그만큼 창의적이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친구들과 소통을 통해서 방법을 찾았을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실제로 통신사를 통해서 핸드폰 시간과 접속 앱의 시간을 제한하는 앱을 설치해둔 적도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불시에 핸드폰을 검사했습니다. 분명 이 시간에는 실행되면 안 되는 앱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통신사 자녀안심 앱을 무력화시켜놓았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런 것을 어디서 어떻게 알았을까요? 친구들과 네이버를 통하면 모든 것이 공유되는 세상이니 모를 리가 없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빨리 찾아와 버렸습니다.


그것을 걱정은 하지만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도 그렇게 발전하며 여기까지 왔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런 것을 딴짓을 통해 발전한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사실 90년대 중반에 컴퓨터를 구입하고 시작한 일은 대부분 딴짓이었습니다. 학교 리포트 작성 외에 대부분은 일종의 노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더 빠르게, 더 효과적으로 놀기 위해서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직접 하게 되고 자료를 받아오기 위해서 하드디스크 분해를 시도했습니다. 좀 더 빠른 통신을 위해서 모뎀을 업그레이드하고, 채팅하려고 PC 통신을 들어갔습니다.


자기가 즐겁게 생각하는 일들은 딴짓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그런 부가적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경쟁력이  수도 있다고 하니 다양한 세상에 많은 호기심을 충족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유튜브를 보면서도 종종 놀랍니다. 저런 콘텐츠를 사람들이 본단 말인가?  정도의 것들이 사랑받는 세상입니다. 사람들의 호기심은 정말 다양하게 내재되어 있구나! 나에게 있어서 SNS하는 것도 일종의 딴짓이었습니다. 본업도 바쁜데 이것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해본적이 없는 활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년동안의 딴짓은 이제 부캐로 만들어졌습니다.


<열두발자국>에서 말하는 결핍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핸드폰으로 실랑이를 벌이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면 고민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어떤 제한이 생겼을 때 우리는 그 제한을 넘어서기 위해서 고민하고 집중합니다. 결국 우리를 성장으로 이끄는 것은 결핍입니다. 부모가 제한을 걸어둔 앱이나 시간 등 한정된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서 애를 쓰며 발전합니다. 친구들을 통해서, 구글을 뒤져서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냅니다. 창고 방패의 역사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핸드폰으로 고민을 한다기보다는 핸드폰을 통해서 한 단계 발전하는 상황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과감하게 일주일 정도 핸드폰을 금지시켜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물건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게 만드는 것이죠. 다시 주어서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핸드폰을 완전 초기화시켜서 다시 설치하는 경험을 시켜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이디, 비밀번호가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일부러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검색해달라고 요청도 합니다. 주문할 것이 있으면 대신해달라고 시켜보기도 합니다.


어차피 문명과 문화가 우리 때와 다르게 간다면 잘 다루도록 유도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90년대에 컴퓨터를 가지고 놀던 재미가 결국 10년 후에 나의 직업이 되어 있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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