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편의점 강사장

by 행동하는독서


여행 겸 엄무겸 오랜만에 부산을 방문했다. 2년 전쯤 업무 때문에 다녀간 이후로, 코로나 오고선 처음 왔다. 여름휴가도 바빠서 그냥 지나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휴가차 왔다. 오랜만에 부산 톨게이트를 지나니 조금은 익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편의점이다. 부산에 오면 항상 찾아가는 편의점.


편의점 사장님은 서울에서 15년 전에 처음 만났다. 아는 지인에게 방문했을 때 둘째 아이를 업고 옆집에서 놀러 온 아주머니였다.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대화가 끊어졌다. 낯선 분이 오셨으니 우리 이야기만 할 수가 없었다. 애기엄마는 눈치를 채셨는지 한 말씀하셨다.

“전 괜찮으니 두 분 이야기 나누세요.”

보통은 그냥 가실 텐데, 아이를 업은 채로 주변을 왔다 갔다 하시는데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별다른 말씀도 없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은 그런 분들이 참견을 잘 하셔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대화의 화재를 모든 여성이 공감하는 화재로 바꾸었다. 그분을 위한 작은 배려라 생각했다. 그리고 짧은 만남을 나누고 돌아온 후 다음날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잠깐 건넸던 아내가 하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다면서 애기엄마가 소개를 부탁하셨다고 한다. 아내의 연락처를 건네주고 약속이 되었다. 그렇게 아내와 그분은 만났다.


성격이 매우 좋았던 그분은 서울에 살아도 부산 사람인 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사투리가 심했다. ‘부산 사나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산여성도 성격이 만만치 않은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격이 매우 호탕하고 밝아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나에게도 스스럼없이 대할 정도로 편안함을 주는 분이었다.


아내와 잠시 일을 하기도 했던 그분이 갑자기 고향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을 때 섭섭함은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거리가 멀어지니 마음은 예전만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방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남편과도 한번 만난적이 있다. 부부모두 사람이 참 좋은 분들이다. 지금은 부산에서 편의점을 몇개 운영하시느라 시간이 없어서 가게에서 잠시 얼굴을 보고 헤어진다.


지금도 가끔 통화를 하면 큰 소리로

“강사장~~~ 부산은 잘 있나?”

“최사장~~~ 서울은 잘 있고?”

마치 응답하라 1988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두 사람의 대화는 재미있기만 하다. 아내는 출발 전에 강사장님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준비했다. 부산에 혼자 갔을 때는 그 집에서 같이 잠을 자기도 할 정도로 친한 친구처럼, 언니처럼 만나는 강사장님이 좋은 모양이다.


도착하기 전에 아이들이 묻는다.

“편의점은 어떤 이모에요? 같이 일하는 이모에요? 친구 이모에요?”

나는 대답해 주었다.

“동료 이모가 친구 이모가 됐지.”

빗속을 뚫고 편의점을 들어서자.

“최사장~~ 부산은 어인 일이고?”

역시나 강사장님이 반겨주신다. 그때 업고 있었던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시간이 참 빠르기도하다. 책이 나오면 한권 구매하기로 약속도 받았다.


부산이 아무리 멀어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항상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부산에 있는 친척이라도 연락에 답이 없는걸 보면 반겨주는 강사장님이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