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분투의 현장, 그 너머

by 이야기공간 낄낄

어떤 조직이나 행사든 본질은 뒷전인 채 껍데기뿐인 행정과 전시가 판을 치면 불편하기 마련이다.


변변치 못한 판매실적의 자동차 회사가 형편없는 컨셉카로 정신승리를 꾀한다면 어떨까? 내용 없이 포장만 번지르르하게.


요즘 동계 올림픽을 즐겨 본다. 올림픽은 한물 간 거 아니냐고? 컨셉이 우선 아니냐고? 맞다. 한물 간 것도 맞고 조직이 비대해 져서 뒤뚱거리는 것도 맞다.


하지만 본다. 재미있으니까. 몰입의 순간, 진정성 있는 표정, 후회와 후회 없음, 포옹, 표호, 실망, 좌절, 분노...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 재미가 아니라 감탄일지 모른다. 요즘 세상 어디에서 저런 근사한 날것의 표정을 볼 수 있을까.


링크 위에서, 슬로프 위에서 선수들은 그냥 무너지거나 버티거나 둘 중 하나다. 보도자료도 없고, 비전 선포식도 없고, 혁신을 외치는 파워포인트도 없다. (파워포인트만큼 웃기는 장난이 어디 있겠냐만은...)


몸이 한계를 넘으면 넘어지고, 안 넘어지면 기록이 나온다. 그게 전부다.


기계화된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 같은 소리를 아직도 하는 이유가 있다. 누군가 처절하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부서지고 일어나 다시 힘을 내기 때문이다. 그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면 좋겠다.


껍데기들은 평생 그걸 모른다. 승리와 비교 그리고 척하는 삶에서 만족할 뿐이다. 그러기에 껍데기로 사는 거다.​​​​​​​​​​​​​​​​


나는 껍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