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범 Sep 03. 2024

나의 삶을 향해 내 몸의 권위와 권리를 외치기

내 몸 전문가 과정 기초 1,2_합정 이너시티_수업 후기

스스로 내 몸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 내 몸은 내 것이라는 말... 어찌 보면 당연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무슨 무슨 의사, 무슨 무슨 박사, 무슨 무슨 트레이너... 주변에 넘쳐나는 몸 관리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펼칠 때 이 의견에 맞서 다른 생각을 피력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죠. 전문가의 객관적인 논리와 이론 앞에서 나의 주관적인 경험과 감각은 무시되거나 간과되기 쉽습니다.


당연히 전문가의 의견과 객관적인 정보는 가치롭습니다. 저 역시도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저와 만나는 분들께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모두가 몸에 대한 박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몸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개개인이 매일의 삶에서 느끼고 매 순간 체화하는 주관적 경험들이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몸은, 살아있는 ‘나’는 언제나 특정한 이론이나 과학에 끼워 맞추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그저 생생한 현존이기 때문입니다.


내 몸을 1자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입니다. 그럼에도 나 자신이 내 몸의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소외시킬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우리 삶의 조건들이 내 몸을, 그로써 나 자신을 내 삶에서 소외시키도록 내몬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겠지요.


그러나 저는 우리가 이런 조건에 떠밀려 내 몸에 대한 나의 권위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몸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고, 몸이 말하는 것들을 존중하고 고려하여 나의 매일을 꾸려가는 것이 나의 존재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줄거라 생각합니다.


무대 위에서 낭송을 하다가 목이 자꾸 쉬는 문제 때문에 의사를 찾아갔던 알렉산더에게 의사는 쉬고 낭송을 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알렉산더는 그의 말대로 해보았지만 낭송을 다시 시작하자마자 다시 목이 쉬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어려움에 대처하기로 합니다. 어쩌면 알렉산더테크닉은, F.M. 알렉산더가 자신의 의사에게 “당신의 말과 달리 내 경험은 이러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해보려고 합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객관적인 정보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참고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내 몸과는 분리된 이론과 정보에게 내 몸에 대한 나의 결정권을 위탁하는 것은 다릅니다. 내 몸의 권위와 권리를 놓지 않는 것, 직접 느끼고 체험한 것에 기반하여 자신의 몸이 나아갈 방향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 내 몸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이러한 태도의 전환이자 몸과 나 사이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이번 이너시티 내 몸 전문가 과정 기초 8주간의 수업은 참여하신 모든 분들과 단순하지만 쉽지는 않은 이 전환과 회복을 함께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시간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재차 경험하며 다시 생생하게 살리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은 촉촉이 젖은 눈을 통해, 서로 나눈 접촉의 온기를 통해, 때로는 넘치고 때로는 모자랐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도 당신에게 기적의 논리가 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