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크루즈로 세계여행을 하기로 결정한 건 단순히 “재밌을 거 같아서”였다. 그동안 많은 여행을 해왔다. 배낭을 짊어지고 발이 부르트게 걸어본 적도 있었고, 엉덩이 무겁게 주저 앉아서 가만히 한곳에 머무른 적도 있었고, 미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의 모험도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한 10년 넘게 여행을 꾸준히 혹은 근근이 이어가고, 심지어 좋아하던 여행지에서 카페까지 했으니 ‘할만한 건 다 했다.’ 는 느낌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든 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어디를 가도 재미도 없고, 의욕도 없고, 경이로움도 없고 심드렁했다. 절대적 엑스터시였던 ‘여행’의 약빨이 떨어진 게 분명했다.
권태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변화이다. 늘 하던 데이트 패턴을 벗어나거나, 서로 다른 모습 보여주거나, 잃었던 긴장감 찾는 것 등은 권태기 커플이 사랑을 회복하는 데에 가장 유효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나도 내 여행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패턴의 여행이 필요했다. 그래서 늘 육로로만 여행하던 나의 여행 패턴에 변화를 주어 바다를 여행하기로, 크루즈로 세계여행을 하기로 했다.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전혀 상상도 가지 않는 크루즈로 세계를 일주한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 짜릿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 그리고 지금 아시아에서 시작 유럽으로 끝난 ‘시즌 1’ 여행은 한 마디로 “새로웠고 행복했다.”고 정리 할 수 있다. 무슨 미드인 마냥 ‘시즌 1’ 여행이라고 시즌제를 도입한 건 아직 완벽한 세계여행을 못했기 때문이다. ‘시즌 2’는 유럽에서 미대륙, 미대륙에서 호주까지 크루즈로 가는 것이 목표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크루즈 월드 투어 시즌 1의 루트는 이러했다.
1차) 상하이-홍콩-다낭-호치민-방콕-싱가포르 (15일)
2차) 싱가포르-페낭-푸켓-싱가포르 (4일)
3차) 두바이-카삽(오만)-무스카트(오만)-살랄라(오만)-암만(요르단)-수에즈운하-아테네 (14일)
4차) 아테네-하니아(크레타섬)-발레타(몰타)- 칼리아리(이탈리아)-카르타헤나(스페인)-말라가(스페인) (7일)
5차) 함부르크(독일)-르하브르(프랑스)-사우스햄튼(영국)-브뤼헤(벨기에)-로테르담(네덜란드)-함부르크(독일) (7일)
2월 3일 상하이를 출발하여 3월 31일 스페인 말라가에 도착했다. 피치 못하게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단 한 번 비행기를 탄 것을 빼고는 두 달 사이 총 4번 41일간 배를 타고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항해했다. 누웠다 잠에서 깨면 대부분 나라가 바뀌어있었고 시간이 딜레이되는 걸 몸소 느끼며 바다를 떠다녔는데 시간은 한 시간 한 시간 앞으로 감겨 스페인에서는 7시간 늦은 시간에 머물렀다. 마지막에 탄 유럽 크루즈까지 합쳐 크루즈를 탄 기간은 47일이나 여행 기간은 총 4개월 7일이다. 크루즈는 비행기처럼 모든 구간의 배가 주기적으로 다니는 게 아니라 배와 배 사이에 시간이 텀이 길어 싱가포르에 2주 체류하기도 했고. 4차와 5차 사이에 유럽 여행을 꽤 오래 했기 때문이다. 육로로 한 여행을 제외 크루즈로만 18개국 24개 도시를 거쳤고, 중국해를 아라비안해를 에덴만을 수에즈 운하를 에게해를 지중해를 북해를 건넜다. 외롭기도 했고 충만하기도 했고 눈물겹게 행복하기도 했고 피로하기도 했던 시간을 통과해 지금은 다시 한국이다. '시즌 2 크루즈 세계 일주' 여행을 준비하며 '시즌 1'을 차근 차근 정리하려고 한다. 크루즈로 세계일주 여행기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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