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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Mar 06. 2023

싱글맘으로 살아보기

혼자이지만 절대 혼자가 아닌 독박육아 이야기

미국에서는 비자발적 싱글맘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에 있는 남편으로부터 경제적, 정신적 도움을 계속 받고 있으니 완전한 싱글맘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미국에는 이민자도 많고 한부모 가정도 많을 거라는 나의 막연한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적어도 나의 동네에서는) 샅샅이 조사해 본 바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내가 알게 된 싱글맘은 딱 한 사람이다.

그녀는 같은 한국인으로 딸(초5), 아들(초2)을 홀로 키우며 웨이트리스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를 다른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는데 그녀는 솔직하게 자신과 비슷한 나에게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너무나 안쓰럽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으니 절대 부담 갖지 말고 자기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다. 세상에나 이렇게 따뜻한 마음씨의 싱글맘이 펜실베이니아에 살고 있을 줄이야.


그녀는 행동파다.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우리 가족을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아이들 플레이 데이트 겸 저녁으로 같이 떡볶이를 해 먹자고 했다. 그녀는 매우 부지런하고 음식 솜씨가 좋았다. 집 앞 텃밭에 각종 채소를 키워 샐러드뿐만 아니라 김치까지 담가 먹는다. 그녀가 직접 담근 열무김치, 배추김치, 고추장아찌를 여분의 반찬통에 담아 나에게 주었다. 쉬는 시간, 자는 시간을 줄여서 만들어 놓은 이 귀한 음식들을,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에게 선뜻 건네주는 그녀는 혹시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가 아닐까?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나에게 그녀는 나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이혼 직후 아이들을 혼자 키워야 했을 때 교회에서 알게 된 언니의 보살핌과 배려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자존심도 강한 편이어서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스트레스였는데 그 언니는 자기가 너를 도와주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고 내 도움이 정말 고마워서 갚고 싶다면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면 그것으로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도 이렇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니 절대 부담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동안 나는 내가 힘들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오지랖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또 웬만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건 나의 편견이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남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반대로 아무리 잘난 사람도 남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 그걸 40대 중반에 깨닫게 되다니.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한국에서보다 좀 더 여유 있는 삶의 사이클 속에서,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엄마로서의 생각은 이러한데 아빠 없는 2년의 삶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까? 아이들에게도 아빠의 부재로 인한 불안정에 빠져 있기보다는 가족의 소중함 등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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