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이에 난생처음 서비스직에 도전하다
미국에서의 나의 첫 파트타임 잡(알바)은 공립학교 식당 대체인력이다. 정규직원이 휴가를 내면 그 빈자리를 메우는 일이다. 한국 학교와 같은 점은 할머니들이 대부분 일한다는 점. 다른 점은 음식을 요리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 (단, 냉동피자와 치킨너겟을 오븐에 굽는 것만 제외하고) 그러다 보니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하는 일은 핫도그(빵에 소시지를 끼운다)나 치즈버거(빵, 고기패티, 치즈를 차례로 쌓는다), 타코(나초에 고기소스를 끼얹는다)를 만들어서 데친 야채와 콩 등을 일회용 접시와 컵에 나눠 담고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점심시간이 끝나면 키친을 정리하고 청소하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알바 시작을 오어필드 미들스쿨(Orefield Middle School)에 배정돼 일을 하게 됐는데 그곳의 푸드 서비스 부서에는 10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다. 낸시, 줄리, 할리, 수지, 진 ···. 그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부터가 나에게는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4시간 동안 쉬는 시간은 10분. 점심식사는 아이들 점심메뉴 중 하나를 골라 덜 혼잡한 시간에 적당히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삼삼오오 락커룸에 모여 쉬는 시간에는 자기들 신변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갔다. 그들의 일상생활 이야기를 들으니 ESL 수업시간에 배우는 영어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듯한 느낌으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았다. 나는 최대한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 질문했고 그들은 성심성의껏 대답해 줬다.
일하는 시간이 짧고 학교 쉬는 날에 다 쉴 수 있기 때문에 나와 같이 이 학군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 엄마들이 많이 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내 생각보다는 좀 팍팍했다. 스쿨버스 운전기사 일을 마치고 곧바로 이어서 여기 일을 하러 온다는 사람, 여기 일을 마치고 근처 레스토랑으로 오후 일을 하러 간다는 사람 등 투잡을 뛰는 이들도 있었다. 단순히 노년의 용돈벌이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주부의 시간 활용으로 일하는 사람보다는 생계, 즉 먹고사는 문제가 절박한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하는 곳이었다.
사실 나도 미국 사회 적응이 절실했다. 그런 간절함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고 미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영어 실력 향상은 물론 앞으로 더욱 성숙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길 원한다. 미국 서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며 이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 많았다.
적지 않은 나이(40대 중반)에 난생처음 서비스 쪽 일을 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체력적인 부분이 많이 힘에 부쳤다. 특히나 영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실수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말에 최대한 집중하려 하다 보니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둘째 날을 지나면서 훨씬 편안하게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동료들 모두 나에게 친절하게 일을 가르쳐줬고 특히나 매니저 할머니는 너무나 살뜰히 나를 챙겨주셨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자 내가 맡은 일이 다 끝나도 다른 동료에게 다가가 그가 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우며 도우려 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매니저 할머니는 지금까지 너와 같은 대체자는 없었다며 최고의 칭찬을 해주셨다. 첫 알바를 앞두고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많이 걱정하고 긴장했는데 최선을 다했고 또 좋은 평가를 들은 것 같아 너무 뿌듯했다. 미국에 와서 난생처음으로 해보는 경험을 통해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