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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Jan 11. 2023

도둑은 많지만 환불은 100%

고객은 왕, 진심이 느껴지는 환불·반품 정책

아파트 입주 날짜에 맞춰 아마존에서 살림살이들 배송일을 지정했다. 그런데 부피가 작은 것들은 자고 나면 배송날짜가 앞당겨져 있었다. 미국에서는 택배 분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나 걱정이 됐다. 지금은 전 세입자가 나가고 청소, 수리를 하는 기간이라 부탁할 사람도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보니 그쪽에서도 맡아줄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먼저 온 택배 상태를 체크하러 입주 날 전에 내 아파트에 가봤다.

그런데 문 앞에 있어야 할 택배가 없는 것 아닌가?

역시나 미국엔 도둑놈 천지인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데 청소하시는 분이 나오더니 혹시 택배를 찾는 거냐고 물었다. 맞다고 하자 자기가 팬트리에 넣어놨으니 가져가고 싶으면 꺼내가라고 했다. 나는 그러면 됐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며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미국에서 물건 도둑맞는 경험은 아직은 내 일이 아니구나. 휴~


하지만 이렇게 택배 도둑이 많은데도 CCTV가 없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환불·반품 정책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택배를 못 받았든, 도둑맞았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을 해준다. 심지어 나는 내가 구입한 청소기 품질이 맘에 안 들어 반품하려 했는데 포장박스를 이미 버리고 없어서 난감했다.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제품은 그대로 쓰든지 버리든지 반품하지 않아도 되고 돈은 환불해 주겠단다. 고객님은 소중하기 때문에 딱 한 번 이 이용권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천사 같은 대응인가?  하지만 사람은 간사한지라 동시에 좀 더 비싼 물건에 써야 하는 건데 하는 아쉬움도 밀려왔다.


또 한번은 식료품점에서 장을 보고 돌아와 영수증을 다시 훑어보니 초코머핀을 분명 한 상자 샀는데 더블체크가 돼 있어 두 상자 값을 지불한 것이 아닌가? 너무 억울한데 내가 두 상자를 가져왔는지 한 상자를 가져왔는지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가 난감했다. 일단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수증만 가져오면 한 상자 값을 환불에 주겠다고 했다. 정말 놀라운 고객 응대였다. 물론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있긴 하겠지만 소비의 나라 미국에서는 그야말로 고객이 왕인 것이다. 왕 대접을 받은 고객은 아무리 거지 같은 수입을 벌어도 가게에서 왕처럼 소비하는 것이다. 마트나 아웃렛 등에 쇼핑을 가보면 미국인들이 쇼핑카트에 물건을 한가득 담아서 결제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내 지인의 경우는 티셔츠를 구입했는데 배송완료 문자를 받았지만 제품은 문 앞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보내달라고 했고 그들은 아무 조건 없이 새 티셔츠를 다시 보내줬다. 그런데 우편함을 열어보니 그곳에 티셔츠 택배가 있었다고 했다.(미국에선 택배도 작은 상자일 경우 우편함에 넣어놓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녀는 두 개의 티셔츠를 잘 입고 있다고 했다. 또  한번은 아이들 옷을 구입한 다음 날 똑같은 상품에 세일이 추가된 것을 발견하고 영수증만 들고 가서 취소하고 세일가로 바꿔 새로 결제를 했다고 했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미국에선 가능한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국처럼 자기 집 문 앞 반품은 불가하다. 반품 지점에 가서 반품해야 한다. 워낙 땅이 넓다 보니 수거 인력 인건비까지는 감당이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우편함은 한국과는 다른 형태다. 한국에는 건물 1층마다 우편함이 있지만 미국의 아파트(대도시 아파트 제외)는 아파트 부지 정중앙의 공터에 모든 호수의 우편함이 모여 있다. 그러다 보니 우편배달부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아파트 입주민 입장에서는 우편함을 체크하는 것이 상당히 수고스럽고 번거로워서 매일 체크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싶다.

언젠가 나도 미국인들처럼 쇼핑 카트 한가득 쇼핑하는 그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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