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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Jan 19. 2023

미국 교회 다니기

미국에서 구역모임을 하다

아이들 학교 자원봉사 활동에서 만난 멜리사(Melissa)를 우연히 내가 다니는 교회(Cedar Crest Fellowship Bible Church)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네오는 아들 셋 맘인 그녀는 이 교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교회 학교 선생님인 동시에 구역모임(Life group) 리더였다. 나는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한국에서보다 교회에 더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자신의 구역모임으로 나를 초대해 줬다. 미국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미국인 가족의 초대를 받은 것이다. 나는 무슨 프러포즈라도 받은 듯 날아갈 듯이 기뻤다.


하지만 초대받은 날이 다가올수록 부담감이 나를 옥죄어 왔다. 선물은 무엇이 좋을까? 몇 명이나 오는 걸까? 그들의 대화를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너무 어색해서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있다 오는 건 아닐까? 별의별 걱정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이들도 부담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처음 가보는 친구 집에 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살짝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선물은 남편의 조언대로 H마트에서 산 한국과자(초코파이, 카스타드)를 준비했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저녁 6시인데도 겨울이라 깜깜했다. 집은 너무나 러블리하고 아늑했다. 아이들이 셋인 만큼 1층 거실 한쪽에 플레이 공간을 만들고 지하를 통째로 아이들 전용 토이룸으로 꾸며 놓고 있었다. 멜리사 부부, 다른 두 커플을 비롯해 어른은 모두 11명, 아이들은 7명이었다. 이렇게 많은 손님이 와도 집이 좁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식탁의자, 소파 등이 넉넉히 있었다. 이럴 때 다시 한번 미국집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으로는 락사(싱가포르 누들 수프)가 준비돼 있었다.(멜리사의 남편은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한 그릇 음식으로 새우, 두부, 고기 등이 들어 있어 건강하면서도 부담 없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몰토크를 하면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조금 긴장이 됐는지 연신 땀이 나서 괜히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성경 공부와 교제 나눔에 앞서 몸풀기로 구글지도 게임을 같이 했다. 무작위로 세계지도에서 어느 한 곳의 스트리트 뷰를 보고 도시를 맞히는 게임이었다. 처음 해보는 나도 같이 참여하기에 무리 없는 게임이었다. 역시 미국 문화엔 여유가 있구나. 이제 오늘 모임의 본론에 들어갔다. 마태복음 3장을 읽고 몇 가지 의미를 해석해 보면서 우리 삶에 적용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구역모임을 했었던 나는 미국 구역모임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SNS에서 다른 친구들과의 삶을 자꾸 비교하게 된다는 젊은 엄마, 나이 든 부모를 모시고 사는데 자꾸 갈등이 생겨 힘들다는 중년 여성, 페이스북에 중독돼 핸드폰 보느라 아이들을 방치하게 된다는 또 다른 엄마. 우리는 다른 언어, 다른 피부색을 가졌지만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 비슷한 삶의 사이클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고민, 걱정, 기도 제목이 내가 한국에서 나눴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인, 한국인 이렇게 가르는 것은 무의미했다. 하나님 아래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일 뿐이었다.


미국에 와서 나는 소수민족,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오늘은 그런 편협한 생각을 깨부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다. 언어가 좀 서툴러도 진심은 어디서든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역모임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멜리사가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줬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언제나 뜨내기의 삶이라 느꼈던 내가 조금은 미국 사회에 안착돼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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