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글 Mar 18. 2021

배부른 말, 배고픈 말

잠언 18장 묵상

내 입술의 말은 내게서 나와 어디론가 흩어지지 않고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이 순환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살아온 모든 날, 반복적인 나의 언어습관은 실제가 되어 나의 일부로서 나와 함께했기에.


가령 "나는 너무 우울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내뱉고서 가끔 우울하지 않을 때에도 나의 본성이 우울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우울을 내포한 말이 나의 처음과 끝을 우울한 길로 인도했다. 그런가 하면 "이 정도면 됐지"라는 말로 나의 노력을 제한한 적도 있다. 머리와 마음은 더 나아가고 싶었지만, 그보다 작고 가벼운 내 입술이 나를 멈추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럴 때면 불편한 마음으로 일을 중단하고서 그럭저럭 넘어가버리는 내가 있었다. 지나치게 부른 배를 지니고 소화되길 기다리며 살아갔던 것이다.


나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이따금 나를 흔들고, 나를 배부르게 만든다. 그러니 나는 나의 언어를 비워내고 말씀으로 입술과 마음을 채워야만 한다. 요즘 매일 적고 있는 감사 기도와 주님을 찬양하는 기도는 내게 기분 좋은 배부름을 준다. 사소한 일상을 예찬하고 내 삶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높일 때, 나는 그분의 그늘 아래 시원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또 어느 날,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면 내가 지금 어떤 말을 먹고 살아가는지 돌아봐야겠다. 나를 낮추는 말과 멈추게 하는 말을 멈추고, 하나님의 성품과 나의 소망과 희망을 끊임없이 이야기할 때, 나는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입에서 나오는 열매로 말미암아 배부르게 되나니 곧 그의 입술에서 나는 것으로 말미암아 만족하게 되느니라 [잠언 18장 20절]

매거진의 이전글 은보다 금보다 귀한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