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27장 묵상
배부른 자는 꿀이라도 싫어하고 주린 자에게는 쓴 것이라도 다니라 [잠언 27장 7절]
말씀과 마주한 나는 배부르게 살았지 않았던 날들을 떠올렸다.
하나님의 달고 오묘한 말씀을 먹지 않고 세상의 가치와 기준을 마음에 담고 끝없이 배고파했던 날들. 하나님이 아닌 것으로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먹고 싶은 것만 먹었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다른 것과 섞여선 안되는데, 이것 저것 먹고 싶은 대로 먹으니 모든 마음이 섞일 수밖에 없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진짜 나를 배부르게 하는 말씀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가 고프면 다시 세상에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주워 먹었다. 순간의 재미, 휘발적인 오락, 나를 갉아먹는 쾌락과 같은 것들... 악순환이었다. 세상의 문화에 젖고, 가치에 몸을 맡기면 점차 '나'는 작은 점이 되어버렸다. 삶의 이유보다 모두가 좇는 성공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사라지고 끝없는 허기에 시달리는 이질적인 사람만 거울에 비쳤다.
그리고 차마 하나님 안에서 거룩하게 살 자신이 없다며, 그냥 하나님이 없으면 마음대로 살 수 있을 것이라며. 품는 것만으로도 부끄럽고 비겁한 마음 뒤에 숨어버렸다. 그 생각은 질기고 투명해서 자꾸만 내 안에서 자라났다. 죄 많은 나, 검게 물든 나, 한없이 부끄러운 나는 하나님께 나아갈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잠언 27장 17절]
하지만 하나님은 스스로를 찌르고 아파하는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 나와 닮은 당신을 보내주시고, 내게 있던 빛을 보여주셨다. 삶이 기적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지만, 선한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끝없는 허기 대신 말씀을 달게 먹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 주셨다. 변화는 분명하고 느리면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살게 되었다.
하나님은 나의 거룩한 신앙이나 성공한 삶을 기대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 알고 있었다. 그저 우리가 서로의 빛을 찾아주고 그 빛의 끝에 있는 주님께 나아가길 원하신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서로를 보게 하신 걸 거야.
물에 비치면 얼굴이 서로 같은 것 같이 사람의 마음도 서로 비치느니라 [잠언 27장 19절]
하나님께서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알게 한 것은 슬픈 일에 위로하기 위함이며 기쁜 일에 즐거워하기 위함일 것이다. 배고픈 당신에게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사람,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나이길 기도한다.
나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나 다스리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섬기기 위해,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임을 믿는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나의 허기가 채워진 것처럼, 낫지 못할 것이라 믿는 당신의 아픈 마음이 따뜻해질 것도 믿는다. 또다시 허기가 찾아온대도 나를 포기하지 않고 먹이실 하나님을 오늘도 신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