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기욱 Oct 02. 2020

재수읎다#9 어머니의 눈물과 아버지의 포옹

재수시절에피소드#9

다음 글은 어찌어찌하다가 수능을 세 번 보았던 내 청춘의 이야기다.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실패담 혹은 에피소드에 가깝다.


  2004 수능 정시모집. 지원한 3개 대학에서 모두 떨어졌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던 그날 밤.


천변에서 한참을 울고 들어 온 그날 밤.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고는, 충혈된 눈을 감추느라 나는 재빨리 내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동안 공부했던 문제집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바라보았다.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시 확인했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나의 수능점수를 아랑곳하지 않고, 보상받겠다는 심리때문에 욕심이 너무 컸던 게 아닐까.


너무 욕심을 부려 상향지원을 했던 것이 아닐까. 


안정지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실은 내 욕심이 잔뜩 들어간 상향지원이 아니었을까.'




온갖 후회와 잡생각이 들어서던 순간,


어머니께서 들어오셨다.


어머니 얼굴을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




어머니는 말없이 안아주셨다.


어머니는 내 표정만 보고도 이미 다 아셨나보다.




아들의 불합격이 믿기지 않아 대학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시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3개 대학에 최종적으로 떨어 졌음을 직감하셨다.




어머니가 안아주시는데 


내 눈에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쉴 새없이 흘러나왔다.


어머니의 옷은 내 눈물때문에 젖었다.




'아들 괜찮아. 다음 번에 기회가 또 있을거야. 힘내'




그 말에 더욱 눈물이 나왔다.


어머니는 울음을 꾹 참고 나를 위로해주셨다.




그러나 어머니도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마셨다.











사실 5년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당시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무척 힘드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2003년 빚을 내어 나의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셨고, 이후 차근차근 갚아나가기에도 벅찬 나날의 연속이셨다.




어머니는 우셨다. 


어머니의 눈물로 내 볼이 젖었다.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슬픔속에서 흐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죄송스럽다.




아버지는 다음 날 아침 눈이 퉁퉁 부어 일어난 나를 말없이 안아주셨다.




'힘내 임마, 뭘 그런 거 가지고. 밥이나 잘 먹어라'




눈물샘이 다시 뜨거워졌다. 아버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셨다.




'학원에 등록해서 제대로 공부해봐라. 어떻게든 지원해주마. 아들을 믿는다.'















나의 청춘은 그렇게 어머니의 눈물과 아버지 포옹속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식'이라는 이름의 계절을 가슴 아프게 살고 있었다. 



이전 08화 재수읎다#8 대학정시 낙방후 서럽게 울다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재수읎다-수능의 추억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