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에세이#6
회의감. 피로감. 의욕저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위 3가지 감정이나 태도들이 내 자신을 하루종일 옭아맬 때가 있다. 아마도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부터 덫에 걸려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주 투명하고 단단한 덫. 아니면 보이지않는 개 목줄을 누가 내 목에 채웠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의 '충견' 노릇을 하거나 '충견' 역할극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닐까. 맷돼지 같은 시절이 있었다. 저돌적으로 무언가를 향해 돌진하는 시간들. 그러나 지금은 덫에 걸린 맷돼지처럼 처음엔 거세게 몸부림치다가 이내 포기하고 무기력해진 모습. 딱 그 모습이다.
'회의감'은 현재 다니는 직장 커리어가 과연 나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찾아온다. 이 직장안에서 나는 어디까지 바라볼 수 있을까. 어느 직급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미리 저만치 가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저 모습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인지 물음표를 던질 때가 있다. 로봇처럼 멍하니 사무실 내부를 둘러본다. 나는 어디 있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이런 물음들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피로감'은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찾아온다.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 퇴근까지 계속된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토요일 오전에도 피로감은 이어진다. 피로회복제를 가끔 먹어보지만 효과가 없다. 피로감은 월급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쓰디쓴 인내심에 기생한다. 조금만 참으면 되지. 곧 월급날이니까. 조금만 참자. 이러다보면 계절이 바뀌고 1년이 간다. 월급날은 좀 덜 피곤할 뿐이다.
'의욕저하'는 매 순간 찾아온다. 그렇지 않은척 일을 할 뿐이다. 일을 해도 성취감이 들지 않을때. 일을 하는데에 있어 나의 아이디어가 관철되지 않을 때. 상사의 명령에 따라 기계처럼 일만하게 될 때. 더 이상 감정 싸움을 하기 싫어 '네네'하면서 상사가 시킨 일을 말없이 해나갈때. 왠지모를 의욕저하는 피로감과 회의감과 더불어 내 마음에 스트레이트 연타를 날린다. 더이상 지금 하는 일이 나를 발전시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때. 뒤쳐지는 기분이 들때. 의욕저하는 불현듯 나를 엄습하고야 만다.
퇴근 후 유튜브를 본다. '직장인 무기력증 극복하는 방법'을 검색한다. 유튜브 몇 편을 본다. 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구나. 그 영상들엔 댓글도 많이 달려있다. 차근차근 읽어내려간다. 슬슬 눈이 감긴다. 피곤하다. 거실의 불을 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하루가 그렇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