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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May 08. 2021

출근=우울

직딩에세이#5


출근은 꽤 우울한 과정이다. 핸드폰의 알람이 울리는 순간부터 우울감이 밀려온다. 특히 월요일 아침은 월요병과 겹쳐서 그 우울감은 극대화된다. 언제까지 쳇바퀴같은 직장생활을 계속해야 할까하는 생각에 더 우울해진다. 우울은 마음의 감기라는데, 직장인들은 1년 365일동안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는게 아닐까. 아니지.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엄청 우울한 상태는 아니다. 미열처럼, 경미한 두통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덜 감기를 앓고 있는 나 인것 같기에. 감기가 오기 직전의 뭔가 찝찝한 느낌이라 해두자. 마음의 기침? 적절한 게 안 떠오르네.


핸드폰 알람에 눈을 뜨는 순간, 하루의 루틴이 시작된다. 요새는 해가 일찍 떠서 이불을 확 뒤집어 쓴다. 조금이라도 더 자기위한 몸부림이다. 그러다가 겨우 힘겹게 엎드린다. 벌떡 일어서는 날이 별로 없다. 이어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막막하다. 저 천장같은 답답함이 명치를 누른다. 아 출근하기 싫다.


이런 내 마음과 다르게 몸은 그래도 회사로 가기위한 신체반응을 시작한다. 한숨을 쉬고 화장실로 향한다. 거울앞에선 꾀죄죄한 내 모습. 양치를 하며 눈을 감고 조금 더 잔다. 자다 눌린 머리카락과 초로한 몸매를 드러내며 거울 앞 몇 분간 서 있는다. 세안제로 얼굴을 앃고, 턱의 털을 깎는다. 검은 수염은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 새벽 동안 자란다. 조금씩 조금씩.


샤워기 물을 튼다. 눈을 감는다. 좀 더 잔다. 서서 잔다. 멍하니 멍 때리다가 또 멍 때린다. 아차 싶어 얼른 몸을 씻는다. 머리를 감는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툭툭 물기를 털어낸다.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로션을 듬뿍 바른다. 거울을 본다. 씻어도 별로 달라진게 없다. 화장실 조명에 비쳐 조금 깨끗해진 느낌이 들 뿐이다.


옷을 입는다. 바지를 입는다. 셔츠를 입는다. 화장실로 다시 가서 BB크림을 바른다. 남들이 하는 건 다 한다. 별로 태시는 안난다. 자켓을 걸친다. 자동차 열쇠를 챙긴다. 지갑을 챙긴다. 신발을 신는다. 문을 연다. 엘리베이터를 잡는다. 몇년째 반복하는 일인데 늘 우울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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