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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May 10. 2021

직장에서 아침 커피 한잔의 의미

직딩에세이#7

출근 후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 그것은 일종의 의식이다. 정한수를 떠넣고 삶의 복됨을 빌듯이, 커피 한 잔을 타 놓고 오늘 하루 무사하길 빈다. 처리해야할 일을 부드럽게 차질없이 진행하고, 상사와 감정싸움을 벌이지 않으며, 직장동료와 별 탈없이 잘 지내게 해주세요. 


물론 지금까지 이야기는 구라다. 아침 커피가 그리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잠시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몇 분을 까는 것이다. 깐다는 것은 '찰나의 땡땡이'다. 내가 담배를 안피우니 커피를 마시며 잠깐 땡땡이를 치는 것이다. 합법(?)적인 땡땡이 같은 느낌.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지 않아 할 일 없는 오른 손. 이 녀석에게 할 일을 준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음미하기.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오늘 하루도 얼른 지나가길 바란다. 아침 커피는 멍 때리는 일과 비슷하다. 괜히 일하는 척 한다. 커피를 홀짝이며 잠시나마 달콤한 기분에 젖는다. 일하기 전 예열이다. 자동차 시동을 켜고 아직 출발하지 않은 것과 같다. 예열을 마쳤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오늘 할 일을 체크한다. 할 일이 산더미다. 하나 하나 처리해나가야 마음이 편하다.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일들도 있다.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어쪄랴. 월급쟁이의 눈동자는 오늘도 소금쟁이처럼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떠다닌다. 


한글 문서를 열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옆 자리, 그 옆자리, 그 옆옆자리. 키보드 두드리는 직장 동료들. 소리가 경쾌하다. 일을 하고 있을까. 사내 메신져를 하고 있을까. 아무튼 일을 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일을 하다가, 일을 하는 척하다가를 반복한다. 찔린다. 찔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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