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낭만 1

리뷰 & 메모 #1: "미묘한 메모의 묘미"

by 제퍼

2025년 10월 25일 내 생애 첫 브런치북 "Morning Ember" 발행 이후, 처음이라 서툰 점이 많아 꼼꼼히 보고, 또 보고 한 번 더 보고 바짝 신경을 썼던 지라, 스스로 좀 웃기게도 맥이 풀려 여러 날을 멍하게 지냈다. 정신 차리고 "미묘한 메모의 묘미"를 읽고 리뷰 및 메모하기로 다시 평온한 일상의 궤도에 들어선다. 나의 아침 루틴의 한 과정인 읽으며 여백에 기록하는 아날로그적 메모하기를 이번에는 온라인 플랫폼에 탑승해서 해본다. 내 눈길이 멈춰 머물렀던 문장들에 밑줄을 긋고 그 문장들을 소개하고 거기에 내 생각을 살짝 얹는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느낌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볼까 한다. 그렇게 하는 것도 메모하는 이의 하나의 예의일 수 있고, 또 메모하는 자가 누릴 수 있는 낭만이지 싶어서.




제목: 미묘한 메모의 묘미

저자: 김중혁


<들어가는 말: 메모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 메모는 일관적이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은 우리를 닮았다. (p.9)

- 메모는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시행착오 역시 메모의 일부다. (p.11)

- 중요한 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찾아 그 방식으로 꾸준히 메모를 남기는 것이다. (p.11)

- 메모야말로 내가 누구인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11)

- 메모는 씨앗 같아서 그 안에 엄청난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다. 씨앗 같은 메모에 물을 주어 큼지막한 나무로 키워본 경험이 있다 (작가). (p.12)

- 메모는 버리지 마세요. 그 안에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직소퍼즐 맞추듯 메모를 다 이어 붙이면 당신이 될 것입니다. (p.12)




-> 제퍼의 메모:

오래전 김중혁 작가의 단편 소설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를 만났던 때가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단편 소설로 내게는 울림을 크게 준 이야기다. 이번에 발간된 그의 글 <미묘한 메모의 묘미>를 읽으며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글의 소재가 나의 아침 루틴의 두 축의 하나인 밑줄 치고, 찾고, 적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마음을 들킨 것처럼 쑥스러움으로 얼굴에 홍조가 번지는가 하면, 간지러운 곳을 알고 긁어주어 가슴속에서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에 휩싸였다. 책 읽기를 하다가 나를 멈추어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은 사색의 장으로 초대하는 고요하고 따스한 손짓이다. 이 글이 나를 어떤 낯섦과 흥미로움이 즐비한 곳으로 데려갈까 가슴이 달구어진다.



1. 메모의 경험들 : 나는 메모의 총합이다


<책에 남기는 메모>

- 글을 읽어 내려갈 때면 말이 아닌 문자로 생각한다. (p.16)

- 책 속의 문장은 단단해 보이는데, 메모는 거칠고 야만스럽게 느껴진다.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p.17)

- 생각은 수동적이다. 생각은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기보다 '떠오르게 두는' 것에 가깝다. (p.17)

- 한 책을 여러 번 읽는다면 여러 버전의 나를 기록할 수 있다. (p.18)

- 작가의 과거가 독자의 현재가 되고 독자의 미래로 이어지는 과정은 문자가 만들어내는 가장 환상적인 마법이다. 책에다 하는 메모는 책의 내용과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p.19)




-> 제퍼의 메모:

글을 읽어 내려갈 때 말이 아닌 문자로 생각하고 같은 책을 간격을 두고 여러 번 읽으면 책 속 이야기가 그림 또는 지도로 머릿속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가 말했듯 한 책 여러 번 독서는 여러 버전의 나를 기록하면서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이나 지도에 내가 실존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책 이야기와 내가 밀착되는 순간이 온다. 작가, 이야기, 그리고 독자가 하나의 유기체로 긴밀해지는 사소한 메모들의 저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산책하면서 하는 메모>

- 책상에서 멀어지는 순간 내가 쓰고 있는 글이 더 잘 보인다. (p.28)

- 중요한 건 여러 개의 문장이 갑자기 터져 나오면서 논리적이지 않게 뒤섞여 버리는 것이다. (p.29)

- 머릿속으로 문장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p.30)

- 산책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은 막걸리에 가깝다. 뿌옇고 거칠고 기포로 가득하다. 걷다 보면 뿌옇게 흐렸던 생각이 점점 선명해지고, 거친 생각들은 아래로 모인다. 집으로 돌아와 한 번쯤은 생각의 통을 흔들어 볼 필요가 있다. 막걸리를 흔들어 마시듯 산책 중의 생각을 다시 한번 되살리면서 메모를 정리한다면 훨씬 생생하고도 깊은 글이 될 것이다. (p.31)




-> 제퍼의 메모:

옳다! 쓰던 것을 멈추고 책상에서 멀어져 내가 쓰던 글을 보면 훨씬 잘 보인다는 게 어떤 건지 안다.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이 극대화된다. 내 글을 발전시킬 수 있는 타이밍이다. 집안일 할 때 또는 일부러 가장 긴 코스를 택해 마트를 오가는 길에 쓰다가 나온 글을 머릿속에 떠올려 다각도로 회전시키며 다듬곤 한다. 그러면서 얼기설기 엮어졌던 문장들을 퍼즐 맞추듯 제자리로 착착 찾아들어 가게 조합한다. 꽤 많은 경우 그 시간들을 통해 글의 매무새가 단정해지며 완성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메모>

- 투두리스트 To-do list는 먼 미래의 계획을 담지 못한다. (p.33)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과 실제로 중요한 일은 다르다. 목표가 무엇인가에 따라 우선순위도 다를 수밖에 없다. (p.34)

- 마음은 줄이 쳐진 노트가 아니라 백지에 가깝다. 사건을 상상하거나 미래를 꿈꾸기에 좋은 공간이지만 현실적으로 해야 할 일을 쌓아 두기에는 지나치게 광활하다. 빨리 마음에서 끄집어내어 줄을 세우면 더 이상 싸우지 못한다. 해야 할 일은 각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하다. (p.34)

- 가계부만큼 나를 잘 보여 주는 메모가 있을까? 어떤 걸 주로 먹고, 어디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지 알게 되면 삶의 방향이 보인다. 그 어떤 솔직한 메모보다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p.34-35)

- 리마인더에는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이 있다.

첫 번째는 다른 일에 몰두하다가 깜빡할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 주는 역할이다.

두 번째 가능은 '미래의 나에게 말 걸기'이다. 오늘의 나는 사흘 뒤의 나와 다른 사람이다. (p.35)

- 미래의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리마인더를 설정한다. (p.36)




-> 제퍼의 메모:

가계부만큼 나를 잘 보여 주는 메모도 없다는 것에 격하게 동감한다. 가계부는 주부로서의 내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울이나 마찬가지다. 가정 살림과 가정 경제를 위한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생각과 마음의 향방이 투영될 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삶의 방향도 반영된다. 내 일상의 궤적은 어린 시절의 일기를 시작으로 육아 및 양육 일지와 가계부로 이어지고 있고, 거기에 글쓰기가 버무려지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메모 중 리마인더의 두 번째 기능은 '미래의 나에게 말 걸기'라고 작가는 말한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할 수 있을까! 작가가 표현한 문장을 읽으면 "아, 맞다. 그렇지!"라고 익숙한 표현으로 쉽게 받아들이지만 막상 나 자신이 백지를 앞에 두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결코 수월한 작업이 아님을 알기에 작가의 노고가 배어있는 표현에 멋지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래의 나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에서 조금 더 나아졌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져야 매일매일 다른 사람인 '나'의 이어달리기가 의미 있겠지! 결국, 우리가 메모를 하는 행위에는 내가 누구이고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는 기능이 내재되어 있고, 살아가는 시간이 쌓이는 만큼 그에 상응하여 성장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메모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메모를 하지 않는 우리를 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과거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픈 본성에 가닿으려면 한 줄의 끄적임에 그치더라도 메모하기를 등한시할 수 없을 것이고 부지불식간에 펜을 들어 무엇이든 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