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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Oct 11. 2021

낯선 것으로부터 느끼는 익숙함에 대하여

 가끔씩 정말 생소하고 낯선 것으로부터 익숙함을 느낀다. 그것은 장소이기도, 음악이기도, 음식이기도 하며 가끔은 향에 대해서도. 다만, 그것이 사람일 때 나는 그 사람에게 한없이 빠져든다. 헤어 나오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 사람밖에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낯선 당신에게 느낀 익숙함에 나는 덧없이 빠져들었다. 당신의 결핍이 나와 비슷한 모양을 했고, 나는 그런 당신의 결핍에 모나지 않게 들어맞는 내 결핍의 조화가 좋았다. 서로의 절망을 밥먹듯이 나누고 싶었다. 절망이 절망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누어서 결국엔 절망이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의 결핍을 조금씩 흘렸으나 보기 좋게 들어내진 않았다. 나도 그런 당신의 모습에 나의 결핍을 게눈 감추듯 숨기기 바빴다. 새어 나오기 직전까지 꽁꽁 숨겼다. 당신이 나에게 그러한 것처럼. 그렇게 우리의 결핍은 견디다 못해 흘러넘쳤고, 결핍은 조화를 이루긴커녕 이리저리 마구 들이받는 범퍼카 마냥 충돌하기 바빴다. 결핍과 결핍의 충돌은 하나의 빅뱅 같았으며, 우리의 우주는 결코 같은 궤도 선상에 들어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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