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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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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예고편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영화 <어스>를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조던 필 감독의 전작 <겟 아웃>을 보지 않았던 저는 무섭고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정보만을 가지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원래 공포영화를 즐겨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공포영화를 보면서 헉소리나게 놀라지도 않습니다. 저에게 공포영화는 소름 끼치는 연출과 소리로 상당히 기분을 나쁘게 하는 재주 때문에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스>를 보고 난 후 이 영화는 공포영화 보단 스릴러, 추격 영화에 가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들이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한다. 단순한 상업적 공포영화라면 이 이야기 소재로 러닝타임을 채웠겠지만 <어스>는 조금 달랐습니다. 단순한 도플갱어의 공격이 아니며 어디서 생겨났는지, 분명 영화의 자세한 설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의 러닝타임을 추격과 탈출을 그리고 극 후반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전하려다 보니 꽤나 당황스러웠습니다. 또한 당시 미국의 시대 배경과 도플갱어들이 하는 행위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터라 감독의 숨겨진 의도를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본 한 리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80년대 당시 미국에서 억압받고 차별받던 다양한 인종들이 자신들도 미국의 국민임을 알리는 당시의 행위를 영화로 표현해낸 것 같다.' 이 리뷰를 보고 영화 속에서 도플갱어가 한 대사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We are American, too.' 갑작스러운 이 대사는 영화를 보는 저를 적잖이 당황시켰습니다. 지하에서 올라와 또 다른 자신을 협박하는 도중에 나온 대사였기 때문에 더욱 황당했습니다. 때문에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닌 숨겨진 뜻이 많이 담긴 영화 <어스>는 분명 공포영화의 재미를 느끼기 위한 관객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웠을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공포영화라기 보단 학살의 현장을 체험하는 영화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숨겨진 의미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았으며 급진적인 줄거리의 전개들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어스>는 한 번만 봐서는 그 의미를 다 파악하지 못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본 뒤 자신이 궁금했던 점들을 찾아보고 배경지식을 얻고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공포영화 장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느낌을 얻으시고 조금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고 <어스>를 본 독자 분들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영화 중반, 엄마 애들레이드가 첫 살인을 저지를 때 영화관 내에서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셨던가요? 독자 여러분들은 감독이 그 장면을 희화화한 장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스>를 본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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