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고도 다른 두 영화
작년 겨울 <국가부도의 날> 영화의 예고편과 줄거리를 보고 단 번에 영화 <빅쇼트>가 떠올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불리는 미국의 경제 대공황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든 대공황 사태였다. 이를 미리 감지하고 한 탕 크게 얻어 보려는 괴짜들을 주인공의 이야기가 바로 <빅쇼트>이다. 괴짜 주인공들의 유쾌함으로 초반 영화를 전개하여 나가지만 미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 정말로 다가갔음을 실감한 그들은 아이러니함에 빠지게 된다. 미국 경제가 무너져야만 돈을 버는 그들이지만 경제의 위기는 평범한 서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다는 것을 그들의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 심각성의 무게를 파악하게 된다. 무작위적이고 무분별한 은행의 담보대출 제도와 국민들을 속이는 금융업계의 눈속임, 국민들의 고통만이 늘어나고 삶의 터전을 잃어 갈 것이 뻔히 보이는 이 상황을 막을 수 없는 이들은 좌절과 절망에 빠진다.
<빅쇼트>는 어려운 경제 용어들을 제삼자를 이용하여 관객에게 설명해준다. 영화 속에서 자레드 베넷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은 관객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상황을 알려주고 경제 용어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보통의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신선하거나 혹은 거부감이 느낄 수 있는 연출 방법이지만 복잡한 금융상품의 설명을 위해 영화 내에서 제3의 벽을 자유롭게 넘으면서 관객들과 대화를 통해 더욱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등장인물은 통상적으로 카메라를 직접 바라보며 관객과 대화하지 않는다. 영화의 흐름을 끊고 자칫 관객들은 영화가 아닌 tv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도 있다. 그럼에도 <빅쇼트>는 적재적소에 해당 장치를 사용해서 영화의 풍미를 한 껏 끌어올렸다.
반면에 <국가부도의 날>은 철저하게 한국적인 영화이다. <빅쇼트>의 유연한 연출법, 통통 튀는 등장인물도 없다. <국가부도의 날>의 등장인물은 여느 한국 영화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경제위기를 예측하고 막아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인물, <빅쇼트>의 주인공처럼 경제 위기로 돈을 크게 한몫 챙기는 것을 넘어서 지위의 상승을 노리는 인물, 그리고 IMF로 인해 직접적으로 고통받던 서민, 이렇게 세 주요 인물들을 비춰준다. 비슷한 러닝타임의 두 영화이지만 <빅쇼트>는 매우 빠른 템포로 사건이 전개되고 <국가부도의 날>은 비교적 느린 템포로 영화가 전개된다. 그리고 공통된 목표로 나아가고 있는 <빅쇼트>의 등장인물들이기에 인물들의 전환에도 그들의 이해관계가 연결되어 영화를 보는 데에 어색함이 없었다. 하지만 <국가부도의 날>은 각기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서로 다른 갈등을 겪고 있기에 인물들의 전환이 일어날 때마다 영화 줄거리의 흐름의 연결이 뚝뚝 끊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결코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1997년 당시의 대한민국 상황을 보여주고 긴박하게 돌아갔던 협상의 흐름을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해냈다.
하지만 이전에 <빅쇼트>를 보고 <국가부도의 날>을 본 나로서는 두 영화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 영화 모두 실제 있었던 사실에 기반하여 제작된 영화이고 충분한 재미를 이끌어 냈지만 한국영화를 사랑하고 더욱 발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나는 전형적인 한국적인 영화의 틀을 따라간 <국가부도의 날>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관객들에게 역사적 사건이나 과거의 어려움을 상기시키는 장르의 영화들은 영화의 기승전결의 흐름과 특히 극후 반부의 이야기를 끝맺는 방식으로 가는 길이 매우 비슷하다고 느낀다. 이런 방식의 전달방법이 효과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양한 장르로의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신선하며 다양한 흐름의 영화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