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의 마지막 달 12월의 극장가는 날씨와 다르게 매우 후끈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이미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배우들의 향연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한 껏 모았습니다. 바로 <마약왕>, <PMC : 더 벙커>, 그리고 <스윙키즈> 세 작품입니다. 세 작품 모두 총 제작비 약 150억 원 가까이를 들여 손익분기점 400만을 넘겨야 했습니다.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만든 <마약왕>, <터널>에서의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배우 콤비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PMC : 더 벙커>. 마지막으로 <써니>와 <과속 스캔들>을 만든 코믹과 감동을 다룰 줄 아는 감독 강형철 감독, 이 세 감독들이 12월에 만났습니다. 어느 영화가 1위를 할 것인가, 어느 영화가 2019년의 해를 맞이할지 많은 설전들이 오갔었죠. 결과는 아시다시피 세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스크린에서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마약왕>에 대해서 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였는지 분석해보겠습니다.
<마약왕>의 시놉시스와 공개되는 포스터, 캐릭터 터 포스터들, 그리고 메인 예고편까지. <마약왕>은 다양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조화되며 한국과 일본까지 다루는 스케일이 큰 마약 영화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은 듯하였습니다. 예고편에선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등 이름 있는 주연배우들의 강렬한 모습들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이해관계들이 얽히고설켜 <내부자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케팅을 한 듯 보였습니다.
마케팅에 있어서 캐릭터 포스터 또한 이 영화의 마케팅 포인트를 어떻게 잡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의 캐릭터들이 송강호를 둘러싸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하게 만들었죠. 영화를 보신 분들은 각 캐릭터들이 기억나면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떠오르실 테고 왜 이들이 포스터에 나왔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마약왕>은 개봉 시사회뿐만 아니라 언론 인터뷰도 하면서 언론에 많은 노출이 되었습니다. 또한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배우가 마약왕으로 출연한다니 관객들은 하루빨리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마약왕>은 마케팅 방법적으로는 컨셉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작의 이미지와 너무 닮지 않고 조금 비틀어서 보여준 마케팅으로 기대를 올렸죠. 하지만 문제는 영화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후 송강호 배우의 인터뷰를 봤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유달리 외로웠다'라는 말이 기억에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가 왜 그런 심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었습니다.
<마약왕>은 온전히 송강호 배우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 나갑니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이두삼에 대적할 만한 강력한 상대방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공안검사 김인구는 이두삼을 몇 시간만 붙잡았을 뿐 정의의 처벌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허무하게 풀려버리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마약왕>에서의 이두삼에게는 <내부자들>의 조승우 배우, 이병헌 배우처럼 복수의 대상이 있다거나, 공통으로 대립하는 강력한 적이 없습니다. 영화가 클라이맥스로 달려가기 전까지 영화 내에서의 이두삼은 대한민국 위에 군림해 있습니다. 그런 그가 영화 내에서 한 순간에 무너지는 과정이 너무나도 허탈합니다. 그 이유 또한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애국자인 이두삼이 그토록 "빨갱이 처단"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밀수업을 할 때 온갖 고문을 통해 "빨갱이"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자신이 직접 처단해야겠다는 생각이 새겨졌다는 추측은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결고리를 뒷받침할 만한 이두삼의 격정적인 심경은 영화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또한 후반부에 마약에 굴복당해 이성을 잃어버려 미친 사람이 되어버린 이두삼의 저택 안에서의 행동은 이두삼에 이입되어서가 아닌 '송강호 배우가 저 씬의 연기를 위해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영화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다양했던 캐릭터들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이유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장면 장면마다의 매끄러운 호흡으로 줄거리가 연결되는 것이 아닌 거칠고 상당히 불친절한 플롯의 진행은 아무래도 영화에 대해 집중이 많이 떨어지게 했던 요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분명 이 정도의 안타까운 성적을 낼 영화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영화로써,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만한 소재의 영화였음에도 맛있게 요리가 되지 못한 음식이 되어버린 <마약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