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얼마나 아픈가요?
두통을 오래 앓으면 공통적으로 궁금해지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남들은 얼마나 아픈가~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좌표찾기 같은 것입니다. 본인의 두통이 얼마나 심한 건지 궁금하니 에둘러 남들의 두통에 대한 궁금증으로 대신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통이 인구 중에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유병률은 국가별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도 쉽게 알 수 있지만 자신의 두통이 남들보다 얼마나 심한지를 비교할 만한 자료는 없습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그간 치료해 드렸던 만성두통환자분들에 대한 기록들을 틈날 때마다 간략하게 정리해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같이 보며 10년 매일, 20년 매일, 40년 매일, 18년 1달에 15일... 그런데 별 말씀이 없습니다.
설명을 멈추고 돌아본 옆자리의 환자분은, 34인치 모니터에 눈이 고정된 채 턱이 툭 떨어져 벌어진 입가에서 금세라도 침이 흘러내릴 듯한 표정입니다.
‘계속 더 설명해 드릴까요?’
이내 안색이 밝아지며
‘그래도 저는 심하지 않은 거네요~’ 입꼬리가 스르르 당겨집니다.
그리고는 ‘아이고 저렇게 맨날 머리가 아프면 어떻게 산대요?’ 라고 다른 분들을 걱정하십니다. 대개 만성두통환자분들은 이런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계십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 심정을 아는 법이니까요.
매일 아픈 것이 분명 가장 심한 두통은 맞습니다.
하지만, 두통이 한 달에 서너 번 또는 한두 번이라고 해서 약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1달에 1번 있는 두통조차도 싫다고 몇 달 치료하셨던 분도 계십니다.
통증이란 몹시도 주관적이고 또 개인적인 영역이어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어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 일이 몰릴지 몰라서 늘 전투준비태세여야 하는 분도 있고, 자신의 판단 여하에 따라 금전적인 성과가 달라져서 매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직장이 바뀌어서 이제는 아프면 안 되는 분도 있구요.
두통은 약하든 강하든 일단 한번 생기면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도 마음도 엉망으로 만듭니다. 사실상 뭘 제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두통이 만성이 되면 진통제조차 50%의 컨디션도 보장해 주진 못합니다.
쉴 여건도 안 될 때면(쉬어도 별 수 없지만) 두통인류의 특성상 끝끝내 일을 완수해 내지만 일을 마치면 초주검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혹여 두통이 없더라도 때로는 며칠 동안 영 맥을 못 추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니 두통의 그 하루가 또는 며칠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혹은 두통 있어도 일만 잘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본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1톤 바위를 짊어지고 보낸 시간일 수 있습니다.
더러 다른 곳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풀어드리느라 진땀을 흘린 적도 있습니다.
‘뭐 그 정도 두통으로 그러냐고, 진짜 편두통환자들은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안 될 텐데 뭘 그러냐’는 얘기를 들은 이후로 잘 듣지 않는 진통제로 근근이 버티며 살았노라는 말씀에 마음 아팠습니다.
두통을 아는 것과 만성두통환자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안타까운 마음만큼 그 정도 두통으로 인한 힘겨운 생활을 정상으로 돌려 드렸습니다.
모두의 두통은 다 심한 것입니다.
자신의 두통이 얼마나 심한 편에 속하는가에 천착하기보다 그 두통이 왜 생기는가~에 집중하시는 편이 한층 더 건설적일 것입니다. 점점 가을이 깊어지고 날은 추워집니다. 두통인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