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튼튼해 보이는 이도 두통이 있습니다
분명히 저기 뒤 멀리에 두통이 있는데 안 오는 느낌입니다.
두통 떠나 보내기를 시작한지 1달 보름째.
절반의 불안과 절반의 희망이 공존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누구보다 튼튼해 보이는 강호동 체격의 30대 청년.
두통은 늦은 오전부터 시작됩니다. 점심을 먹으면 살짝 덜했다가 오후가 되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고, 저녁이 되면 깨질 듯 아파집니다.
아침에 눈 떠서 안 아팠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시작한 두통은 20대에는 조금 덜하더니 일을 시작하고 5년째인 지금 최악입니다.
매일 아침 조깅도 1시간, 틈틈이 웨이트도 하는데, 두통은 같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게 있어요. 눈만 딱 감을 수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잘 수 있습니다.
8시간. 물리적인 시간의 길이로는 절대로 부족하지 않은 수면시간이지만 늘 피곤에 절어 있습니다.
일에 빠져 살짝 잊었다가 잠깐이라도 쉴 틈을 보이면 두통은 다시 엉덩이를 바짝 붙이며 다가옵니다. 대꾸를 하지 않으면 눈을 후벼파고 왼 머리를 욱신 쥐어짭니다.
두 가지를 부탁드렸습니다. 잠 시간을 1시간만 늦춰주세요. 그리고 아침에 따뜻한 스프랑 채소 조금만 드셔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1달 보름째
지난 열흘간 두통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일주일에 5일은 늘 있던 두통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분명히 저기에 있는데, 오지는 않습니다. 영영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3달째
가출하더니 한 달에 한두 번 들렀다 갑니다. 아쉬우십니까? 불러드릴까요? 아닙니다.
5달째
오랜만에 친구(두통)를 데리고 내원하셨습니다. 오늘 하루는 같이 놀아주세요~
두통은 젊고 건장한 청년이라고 봐주지는 않습니다. 탄탄한 외모만 봐서는 두통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 이면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야속하게도 두통은 한창 바쁘고 힘든 시기일수록 훨씬 더 심하게 사람을 괴롭힙니다. 멀쩡한 것 같지? 아니야 지금 무리야~라고 말입니다.
두통을 멀리 떠나보내려면 두통과 충분히 얘기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