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진료실에서 건네는 조언 11화
코가 심하게 막히면
답답해서 도무지 잠들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기가 막힌 약이 있습니다.
오트리빈
(성분명 : oxymetazoline, Xylometazoline)
막힌 코를 빵~ 뚫어줍니다.
불과 1분도 채 되기 전에...
그런데 이 좋은 약에 부작용이 있습니다.
개인차에 따라 두통을 만들 수 있고,
사용법에 따라 비염을 더 심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효과도 부작용도 모두 콧속의 점막에 작용하는 기전 때문입니다.
= 오트리빈(옥시메타졸린, 자일로메타졸린)과 같은 비충혈완화제는 비점막 혈관의 α-adrenergic receptor를 자극해서 혈관을 수축시킵니다. 그 결과 코가 뚫리지만, 혈관 tone의 변화와 삼차신경계의 자극으로 두통을 일으킬 수 있고, 반복적인 사용은 반동적인 코막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코 막힐 때 오트리빈을 뿌려보면
거짓말처럼 코가 빵~ 뚫립니다.
숨이 쉬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 들죠.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처음엔 좋았는데 점점 머리가 아파요”
“약을 안 쓰면 더 심하게 아파요”
“코막힘과 두통이 같이 옵니다”
코는 뚫리는데 두통은 왜 생길까요?
혈관, 자율신경, 신경계가 동시에 영향 받기 때문입니다.
비염은 여러 증상들이 있습니다.
재채기 콧물 코막힘 가려움...
대부분의 증상들은 항히스타민제에 잘 반응합니다.
하지만 코막힘은 잘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코막힘은 히스타민뿐 아니라
정맥 울혈, 점막 부종, 자율신경 등
여러 이유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오트리빈은 코막힘의 여러 원인 중 '혈관'에 작용합니다.
콧속의 혈관을 수축시켜 줍니다.
그러면 불어나 있던 혈관이 가늘어지면서 콧속이 넓어지죠.
빵~ 뚫립니다.
= 오트리빈은 α1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자극하여 비점막 혈관을 강하게 수축시키고, 일부는 α2 수용체 자극으로 신경전달 조절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 결과 콧속 점막의 부종이 줄어들면서 통로가 확보되게 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소적이고 일시적인 조절입니다.
오트리빈을 자주 뿌리다 보면 언제부턴가 코가 잘 뚫어지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내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
비염약은 내성이 안 생긴다면서요?
그건 항히스타민제 얘기입니다.
약물의 내성은 여러 기전인데,
그 중에서 오트리빈은
receptor downregulation 즉, 우리몸이 계속적인 자극에 대응해서 수용체를 줄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체의 자연적인 조절시스템을 위협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효과가 자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약물성 비염(Rhinitis medicamentosa)이 될 수 있습니다.
“약 때문에 코가 더 막히는 상태”가 되는 거죠.
기전은 이러합니다.
= 지속적인 혈관 수축으로 점막 허혈(산소 부족)이 되면서 인체는 수용체를 감소시키게 되죠. 그러면서 반동적으로 혈관을 확장시키게 됩니다. 점막 허혈 + 수용체 감소 + 혈관 반동 확장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그러면 점막은 더 쉽게 붓고, 더 오래 막히게 되죠.
뚫렸다가도 금방 또 막히니까
또 약을 뿌리고
또 막히고...
점점 사용 횟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그 와중에 없던 두통도 슬금슬금 생겨나게 됩니다.
코가 막히고 띵할 때 오트리빈을 뿌리면
머리가 싸악~ 맑아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확장된 혈관을 줄여주니까요.
하지만 대개는 초기의 반응입니다.
몇 번 뿌리다 보면 점점 머리가 아파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평소 두통의 경향성이 있는 분들입니다.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 예상하시는 대로, 이때의 두통은 오트리빈으로 수축되었던 혈관이 반동적으로 다시 확장될 때의 두통입니다.
그 변화가 신경계를 자극해서 일어나는 두통입니다.
- 이때의 두통은 오트리빈이 신경계의 민감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 비충혈완화제를 자주 뿌리면
비강 혈관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런 반복적인 혈관 변화는 삼차신경을 자극하고, 그 과정에서 CGRP 관련 통증 경로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통은 대개 혈관이 확장될 때 생긴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는 혈관의 변화가 신경계를 자극할 때입니다.
오트리빈은 혈관을 수축시켜주니까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혈관을 쥐락펴락하는 그 자체가 신경계를 자극하게 되죠.
두통이 잦은 분은 대개 신경계가 과민되어 있습니다.
그 신경계를 더 과민하게 하면 중추 흥분성이 증가되고 → 통증 역치가 하강하면서 두통이 발생하게 됩니다.
대개 우리는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좋지 않고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야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떤 것도 너무 활발한 건 좋지 않습니다.
자율신경은 두 신경의 균형과 평화가 중요합니다.
밤이면 심신이 안정되면서 부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하필 코막힘은 부교감신경의 영향이 큽니다.
부교감신경이 과항진되면?
예, 코막힘은 더 심해집니다. 콧물도 더 나죠.
(혈관이 확장되고 +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오트리빈은 그때 뿌리십시오.
졸린데 코가 막혀서 도무지 자기 힘들다~할 때입니다.
온찜질이나 다른 방법으로 되면 그 방법으로 하십시오.
오트리빈은 급할 때 쓰는 약입니다.
국소적이고 일시적인 혈관수축제죠.
코막힘은 단순한 알레르기가 아닌 복합적인 염증반응입니다.
한두 번 그리고 며칠 정도 오트리빈을 쓰시고도 계속 코가 막힌다면 진료가 필요합니다.
장기간 써야 한다면 진료로 처방되는 소염 스프레이가 보다 안전할 겁니다.
(모메타손, 플루티카손 - 스테로이드 제제이지만 미량입니다)
오트리빈은 정말 좋은 약입니다.
세상 그 어떤 약보다도 코막힘을 시원하게 뚫어 주니까요.
하지만 이 좋은 약의 이면에는
‘약물성 비염과 두통 유발 가능’
이라는 주홍글씨(Scarlet Letter)가 새겨져 있다는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3일 이상 연속 사용 시 약물성 비염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길어도 3~5일 이상 연속적으로는 쓰지 않으시는 것이 현명하십니다.
특히나 만성두통 편두통환자라면 더더욱...
두통인류의 코막힘 없는 상춘을 앙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