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진료실에서 건네는 조언 10화
지르텍 먹고 두통이 생겼어요~
비염 두통이 있습니다.
알레르기는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알레르기약은 두통을 줄여줄 수 있는데,
오히려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두통이 생겼다니 무슨 이유일까요?
알레르기 질환에서 항히스타민제는 소화기 같은 존재입니다. (알레르기약 ≒ 항히스타민제)
히스타민을 억제해서 알레르기를 일거에 확 줄여줍니다.
= 하지만 히스타민은 단순한 알레르기 물질이 아니라
뇌·혈관·자율신경·각성 시스템을 동시에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이 균형을 항히스타민제로 재조정하면 신경계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염이 생기면 재채기가 나고 콧물이 흐르죠.
심하면 눈도 가려워집니다.
코가 막히는 건 조금 복잡한 반응이지만
비염의 나머지 증상들은 대부분 히스타민 반응입니다.
알러젠의 자극으로
mast cell에서 히스타민이 분비되면서 생기는 증상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히스타민을
“알레르기 때 나오는 물질”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히스타민은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특히 시상하부(hypothalamus)의 각성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 수면-각성 리듬과 에너지 상태에도 영향을 줍니다.
혈관을 확장시키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뇌를 깨어 있게 만들고,
집중력과 에너지 상태에도 관여합니다.
히스타민은 비염에서는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이지만
하는 일을 보면 사실은
“몸을 각성시키고 활성화시키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왜?
각성과 활성의 목적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살리기 위한 이유니까요.
다만 그 과정에서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통증 민감도를 높이는 작용도 일어납니다.
그 결과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즉, 히스타민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지만
과도해지면 두통을 만들어 내는 ‘양날의 검’과 같은 물질입니다.
= 히스타민은 특히 H1 receptor를 통해 삼차신경혈관계(trigeminovascular system)를 자극하고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분비를 증가시켜 신경성 염증과 통증 민감도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히스타민으로 인해 생기는 두통은 국제두통질환분류에서도 따로 코드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8.1.6 히스타민유발두통
(Histamine-induced headache)
히스타민이 흡수된 후 1시간 이내에 발생하고, 흡수가 중단된 후 1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 8.1.6.1 즉시히스타민유발두통
히스타민이 흡수된 후 2~12시간이내에 발생하고, 투여 중단후 72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 8.1.6.2 지연히스타민유발두통
알레르기 비염에서 생기는 두통은
‘히스타민유발두통’과 동일한 진단은 아니지만,
히스타민이 통증 시스템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병태생리적 연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두통이 생길 수 있죠.
누구나 그런건 아니지만...
이름 그대로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그러면 이런 변화가 생깁니다.
혈관 확장 ↓
염증 반응 ↓
알레르기 증상 ↓
그래서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을 줄여주죠.
그 결과 히스타민 때문에 생겼던 증상들
즉,
신경성 염증이 줄어들고
불어났던 혈관이 줄어들면서
두통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염 때문에 생긴 두통은
항히스타민제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좋은 약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뇌의 각성 시스템을 억제하고
신경계 조절 밸런스를 변화시키고
자율신경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멍한 두통과 편두통입니다.
멍한 두통은 주로 뇌의 각성 시스템 억제로 인해 발생합니다.
= 히스타민이 줄어들면 뇌의 각성 시스템이 저하되고 → 뇌 에너지 조절 효율이 떨어지면서 → 자율신경 톤이 낮아지고 → 통증 조절 역치가 감소 → 두통 발생
흔히 말하는 브레인포그나 긴장형 두통입니다.
통증은 심하지 않지만 기분 나쁜 두통이죠.
그리고 편두통은
항히스타민제로 인해 변화된 신경계 조절 밸런스와 자율신경 불안정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히스타민 억제로 중추 각성 시스템이 저하되면서 통증 조절 기능이 흔들리고, 이 과정에서 삼차신경계의 민감도가 증가하여 편두통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보면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
부비동 압박으로 머리가 무거운 경우
신경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는 상태
이때는
히스타민을 낮추는 것이
과도한 자극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임상적으로 보면
졸음 두통이 간혹 있는 경우
입마름 안구건조 등 점막이 건조한 경우
자주 기운 빠짐을 느끼는 경우
평소 혈압이 낮은 경우
두통이 자주 있는 경우
이때는
항히스타민제가 에너지 상태를 더 낮추거나
신경계 조절 불안정으로 통증 민감도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항히스타민제는
비염에서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두통에 관해서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통이 덜해지게 할 수도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 항히스타민제는 염증과 과민 반응은 줄이지만 동시에 뇌의 각성과 에너지 시스템도 낮추고 신경계 조절과 자율신경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어떤 경우인지 잘 살펴보십시오.
유명하고 가장 많이 찾는 항히스타민제는 2가지입니다.
지르텍과 알레그라.
조금 다릅니다.
임상적으로 보면
비염 증상의 현격한 개선에는 지르텍이 좀 더 낫고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인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걱정하신다면 알레그라가 더 나은 듯합니다.
지르텍은 BBB(뇌혈관장벽)을 일부 통과해서 중추에 영향을 미치고,
알레그라는 BBB 통과가 적어서 중추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입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급하게 심한 알레르기를 잡아야 할 때는 지르텍
부드럽고 안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때는 알레그라입니다.
하지만
두통이 생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하는 측면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알레그라가 조금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약물의 개인특이적 반응은 예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복용하시고 스스로 평가하셔야 합니다.
임상적으로 드물지 않게 보는 경우입니다.
항히스타민제를 먹을 때는 괜찮았는데, 약을 끊고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 리바운드(rebound)현상 때문입니다.
실제로 네이버 지식인에서도
‘씨잘정(레보세티리진) 복용 후 중단했을 때 두통이 생긴 사례’와 같은 질문이 적지 않습니다.
관련 답변 보기 :
장기적으로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하게 되면
수용체 감수성 변화(receptor sensitivity change)나 보상적 증가(upregulation)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히스타민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 결과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두통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중단증후군의 대표주자인 항우울제 정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체 적응의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을 끊을 때 생기는 두통이나 가려움도 그 때문입니다.
수일 이내로 부작용이 사라지지 않으면
참고 견디시기보다는
다시 드시면서 서서히 줄여 보십시오.
항히스타민제는 신경계의 ‘균형’을 바꾸는 약입니다.
대개는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예민한 분에게는 해프닝이 아닌 이벤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사소한 변화가 결국 신경계 부하를 증가시키고 조절 기능이 흔들리는 상태로 이어지며, 두통이 발생하는 구조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